북한이 1960년대 초부터 핵개발 계획을 시작했다는 사실이 옛 소련 외교문서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미국 우드로우 윌슨 센터의 한국전쟁 전문가인 캐스린 웨더스비 (Kathryn Weathersby) 박사는 20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수십 년에 걸친 북한의 핵개발 계획을 포기시키려면, 북한에 대해 확실한 안전보장을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회견에 김연호 기자입니다.
박사님의 연구사업을 좀 소개해주세요. 어떻게 옛 소련과 동유럽의 외교문서를 구하시게 된 겁니까?
Kathryn Weathersby: 이 문서들은 저희 연구반이 러시아와 헝가리의 정부 문서 보관소를 뒤져서 찾아낸 겁니다. 이 문서들에는 옛 소련시절 북한과 이들 나라의 외교적 접촉에 관한 것이 모두 담겨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옛 소련의 외교관리가 김일성 주석이나 북한 고위 관리들을 만나고 난 다음에 본국으로 대화내용을 보고했던 문서들이 남아있는 겁니다.
그리고 평양에 주재하는 동유럽 외교관들끼리 나누었던 대화내용도 이 문서들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저희가 발표한 것은 이 중에서 북한이 옛 소련과 다른 동유럽 국가들을 설득해서 핵능력을 전수받으려 했던 사실과 관련된 부분만 따로 떼어낸 것입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북한이 핵 능력 보유를 위해서 어떤 식으로 옛 소련과 동유럽 공산주의 국가들에게 접근했는지 알아보죠. 북한은 언제부터 핵개발 사업을 시작한 겁니까?
KW: 저희가 조사한 바로는 북한은 상당히 일찍부터 핵개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 노력에 관한 논의가 기록상으로 처음 나타난 것은 1963년입니다. 약 40년 전의 일이죠. 당시 평양주재 소련 대사였던 바실리 모스코프스키가 체코슬로바키아와 동독 대사들과 나눈 대화 내용을 보면, 북한은 그 당시에 이미 소련 측에게 핵미사일을 달라고 요청했을 뿐만 아니라 핵무기 기술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것을 용인해 달라고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1970년대 내내 북한은 평화적인 핵 발전을 핵무기 제조로 전환할 수 있는 기술을 달라고 소련에 끈질기게 요청했습니다.
소련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KW: 사실 소련은 이미 1956년에 모스크바 근처에 국제 핵물리학 연구본부를 세워서 북한 과학자들에게도 핵 발전 기술을 전수했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평화적인 핵 발전 사업에 국한된 것이었습니다. 소련은 핵무기 제조기술은 끝까지 북한에 전수해주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은 한 때 동독이나 체코슬로바키아에도 똑같은 요청을 했지만, 소련에 가서 알아보라는 대답만 들었을 뿐입니다. 제가 확보한 문서들로 미뤄 볼 때, 북한이 핵무기 제조기술을 획득한 것은 소련이 해체된 이후인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일찍부터 핵무기 개발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으로 나타났습니까?
KW: 한국전쟁이 끝난 뒤에도 북한은 여전히 자신이 전쟁상태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전쟁은 휴전상태였지 완전히 끝난 게 아니었으니까요. 또 미군이 남한에 계속 주둔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북한은 항상 자신이 군사위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 거죠. 그리고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방어수단이 필요하다고 믿었던 겁니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북한이 소련을 역시 미덥지 못한 상대로 여겼다는 점입니다. 소련이나 중국은 한국전쟁서부터 줄곧 북한을 희생해 가며 자기들 이익을 챙겨왔다고 북한이 믿었던 겁니다. 예를 들어 한국전쟁 당시에도 소련은 전투기를 보내 압록강 다리들은 지켜줬지만, 북한지역을 초토화시켰던 미군 폭격기들은 그대로 두었다는 거죠.
압록강 다리는 소련의 군수물자가 북한으로 넘어가는 통로였기 때문에 보호해줄 필요가 있었던 반면에, 미군 폭격기들과의 전투는 자칫 미국과의 전면전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서 피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1953년에 흐루시초프가 스탈린에 이어 집권하면서 서방세계와의 평화공존을 내세우자, 김일성은 이것이 남한과의 통일을 가로막는 것으로 인식했습니다. 또 한 번의 전쟁으로 한반도를 통일하고자 했던 김일성의 구상과는 맞지 않았던 것이죠.
흐루시초프가 스탈린 우상주의를 비판한 것 역시 김일성 우상숭배를 정착시키려는 북한의 뜻과는 어긋나는 것이었습니다.
현재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북한 핵문제의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데 박사님의 연구결과가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KW: 제 연구결과가 가리키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북한 핵문제는 안보문제라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북한이 핵개발을 하고 있는 것은 미국과 협상에서 경제적으로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해서라고 주장합니다만, 제 연구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이 수십 년 동안 핵개발 계획을 진행해온 것은 안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따라서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북한에 대해 확실한 안전보장을 해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