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26일과 27일 WFP, 즉 세계식량계획의 로마 본부에 대표단을 보내 세계식량계획의 향후 대북사업문제를 협의했지만,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리처드 레이건(Richard Ragan) 세계식량계획 평양대표는 31일 자유아시아방송과 전화인터뷰에서 11월 중 북측과 한 차례 더 협의를 할 것이라며 하지만 늦어도 12월 중순까지는 합의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인터뷰에 장명화 기자입니다.
안녕하세요, 레이건 대표님, 우선 세계식량계획과 북한 측이 가진 최근 협의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전해주시죠.

Richard Ragan: 세계식량계획과 북한은 지난 26일과 27일에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세계식량계획의 본부에서 세계식량계획의 향후 북한 내 활동문제를 두고 협의를 벌였습니다. 그러나 양측의 입장사이에는 엄청난 간격이 여전히 있습니다. 그래서 11월초나 11월 중순부터 평양에서 다시 협의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특히 저는 이번에 로마를 방문했던 리헌식 북한 외무성 국제기구 국장과 만나 로마에서 마무리 짓지 못한 문제점들을 계속 논의할 예정입니다.
북한정부는 지난 8월말에 인도적 지원보다는 개발원조가 필요하다면서, 세계식량계획을 포함한 국제구호단체들에게 연말까지 지원활동 중단과 철수를 통보하지 않았습니까? 이번 협의과정에는 이 같은 개발원조 요청과 관련한 내용도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RR: 현재 세계식량계획은 북한의 경제가 변화되고 좀 더 개방됨에 따라 인도적 지원에서 개발원조로 전환하는 문제를 두고 북한 측과 협상중입니다. 북한은 이런 전환과정에서 외부의 지원이 더더욱 필요하리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희는 북측이 향후 어떤 종류의 지원을 필요로 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협상하고 있습니다.
사실 세계식량계획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서서히 북한 내 활동을 개발지원과 유사한 성격의 사업 쪽으로 초점을 조정해왔습니다. 세계식량계획이 북한 내에서 운영하고 있는 19개의 식품공장이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들 공장에서 가공된 식품은 주로 5세 미만의 북한아동들에게 제공되고 있습니다. 세계식량계획은 이러한 개념을 좀 더 확대해서 활동하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개발지원을 하려면, 더 많은 지역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더 많은 인력과 북한 내 지역을 지금보다 더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어야 됩니다. 그런데 이런 조건들은 북한정부에게는 문제 거리인 셈이죠. 그래서 현재 저희가 북한에서 어떤 식으로 사업을 운영해나가야 하는 지, 즉 운영양식 (operational modality)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습니다.
북한 측이 앞서 개발지원으로의 전환을 요구한 것은 올해 농사가 풍년인데다가 중국과 남한에서 들어오는 식량지원이 충분해, 더 이상 국제구호단체들의 식량지원은 필요 없다는 건데요, 레이건 대표는 북한의 식량사정을 어떻게 보십니까?
RR: 북한의 올해 식량 생산량은 늘었지만, 현재 확실히 어느 정도나 늘었는지 불확실합니다. 저희 쪽에서는 대충 10%정도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총 식량소모량은 공업원료까지 포함해 6백만 톤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북한 당국은 세계식량계획 측에 북한이 올해 6백만 톤의 식량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이 같은 추정치가 맞는지, 틀린지 현재로서는 알 도리가 없습니다. 이 수치가 최종적으로 판명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요.
현재 북한당국이 올해 생산량 수치를 종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북한은 농업국가가 아님을 기억해야 합니다. 국토의 18%만이 경작지이지 않습니까? 올해는 북한주민들을 충분히 먹여 살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예년과 다른 점이라면, 올해는 중국과 남한 쪽 지원이 대폭 늘어났고요, 특히 북한농사에 중요한 시기였던 올해 초에 남쪽에서 지원을 해주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됐을 겁니다. 그러나 식량 안전 (food security)을 고려할 때는 중단기와 장기간에 걸쳐 여러 변수를 봐야합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식량상황은 내년에 바뀔 수도 있습니다.
북한 당국의 발표이후, 양측 간에 협의가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빌 리처드슨(Bill Richardson)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가 10월 중순에 방북해 북한 당국의 태도가 좀 유연해지기도 했지만, 앞으로 북한당국과의 협의에 시한 같은 것을 염두에 두고 계신지요?
RR: 리처드슨 주지사의 방북은 저희한테는 매우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북한 측으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고, 또 오랫동안 북측과 협상을 벌여온 인물이니까요. 북측이 내년에 세계식량계획의 사업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리처드슨 주지사에게 밝힌 것은 결정적 진전이라고 봅니다. 물론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북측과 협의를 벌여야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저는 결국 양측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비교적 확신합니다. 단기적으로는, 11월말까지 북한정부와 합의할 수 있으면 하고 바라고 있습니다. 12월 중순경에 제임스 모리스(James Morris) 세계식량계획 사무총장이 북한을 방문할 계획인데요, 이 방문은 세계식량계획의 향후 사업에 대한 합의에 이르느냐 못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그래서 합의를 위한 최종시한은 12월 중순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