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김연호 kimy@rfa.org
체코의 하벨 전 대통령은 공산정권의 인권 탄압에 맞서 싸운 인권 운동가이자 북한 인권에도 대단한 관심을 갖고 인권개선을 촉구하고 있는 지도잡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의 연속기획 "세계의 지도자", 네 번째 편에서 소개할 세계의 지도자는 체코의 하벨 전 대통령입니다. 김연호 기자가 하벨 전 대통령의 나라 체코를 찾았습니다.

체코의 수도 프라하 나로드니 거리. 차가운 겨울날씨 속에서도 관광객들을 가득 실은 트램이 끊임없이 오갑니다. 체코 국민들의 자존심이 담긴 웅장한 국립극장 건물과 함께, 길 맞은편의 슬라비아 찻집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 슬라비아 찻집은 1881년 국립극장과 함께 문을 연 전통 깊은 찻집입니다. 이 찻집은 체코의 전 대통령이자 인권 운동가인 하벨이 지난 1960년대 민주화 인사들과 모이던 곳으로 더 유명합니다. 하벨 전 대통령에 대한 체코 사람들의 사랑은 대단합니다. 올해 예순살의 이고르씨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고르: (First is Freedom! I lived 40 years under communism power.) "저한테는 무엇보다 자유가 먼접니다. 저는 공산정권 아래서 40년을 살았어요. 하벨은 자유에 대해서 늘 얘기했고, 결국 우리를 자유롭게 해줬습니다. 그게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하벨의 인권 사랑은 1960년대 초 공산주의에 저항하는 극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1968년 소련군이 프라하에 침공하면서 하벨의 인권운동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68년 1월 이른바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를 표방한 두브체크가 공산당 서기에 취임하면서 체코에 자유의 바람이 불었습니다. 사람들은 이 당시를 ‘프라하의 봄’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나 소련은 그해 8월 체코를 침공해 무자비한 탄압에 들어갔습니다. 체코 국민들은 공산정권의 폭압 아래 숨을 죽여야 했습니다. 택시 운전사 키에르씨입니다.

키에르: (It was illegal to demonstrate.) 시위는 모두 불법이었죠. 공산정권은 공산주의 이념과 조국에 반한다는 죄목을 뒤집어 씌워서 많은 사람들을 감옥에 가뒀습니다.
당시 민주화 인사들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까지 비밀경찰의 도청을 당했습니다. 이 때부터 하벨은 공산정권의 인권탄압에 강력히 저항하는데 앞장섰습니다. 1975년에는 당시 후사크 공산당 서기에게 공개편지를 보내 체코 국민들의 분노가 쌓여 가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77년에는 공산정권의 인권 탄압을 규탄하는 ‘헌장 77’의 주요 발기인으로 나서 대변인 역할까지 맡았습니다.
헌장 77은 그때까지 공산정권의 인권탄압에 아무 말 못하고 신음해야 했던 체코 국민들에게 새 희망을 주었고, 민주화 운동의 구심점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공산정권의 강력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수백 명의 체코인들이 불이익을 마다하지 않고 헌장 77에 서명했습니다. 당시 시골 교사였던 우르반씨의 말입니다.
우르반: (I was one of the four high school teacher.) 당시 공산정권은 헌장 77에 반대하는 서명을 하도록 억지로 시켰습니다. 저는 이 반대 서명에 참여하지 않은 교사 네 명 가운데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 일로 학교에서 쫓겨나 12년 동안 노동일을 해야 했습니다.
79년 하벨은 ‘부당하게 기소당한 사람들을 위한 위원회’를 세워 이들의 석방 운동에 나섰습니다. 공산정권은 눈에 가시 같았던 하벨을 5년동안 감옥에 가뒀습니다. 하벨의 작품도 모두 출판 금지됐습니다. 하벨의 저항은 그래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1980년대 중반 소련이 개혁개방의 움직임을 보이는 틈을 타, 하벨은 체코의 민주화와 인권회복을 호소하는 청원서를 발표해 만명이 넘는 사람들의 서명을 받았습니다.

비밀경찰을 따돌려 가며 몰래 민주화 운동을 하던 우르반씨는 87년 하벨을 처음 만났을 때를 잊을 수 없습니다. 하벨은 우르반씨에게 떳떳하게 공산정권에 맞서 싸울 용기를 심어줬습니다.
우르반: (He looked at me and said "You know, you have to change) 하벨은 제게 자세를 바꾸라고 했어요. 하벨은 이제 시대가 바뀐 만큼 공산정권의 인권 탄압을 규탄하는 우리의 활동은 오히려 더 드러내 놓고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체코의 민주화 운동은 1989년 벨벳혁명으로 절정에 이릅니다.
11월17일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처음에는 학생들만의 시위였지만, 공산정권이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진압하면서 시민들까지 가세해 대규모 민주화 시위로 번졌습니다. 하벨은 시민 포럼을 조직해 민주화 운동을 이끌어, 결국 공산정권을 몰아냈습니다. 벨벳혁명이라고 불리는 무혈 민주화 혁명이 성공한 뒤, 하벨은 그해 12월29일 체코의 새 민주 대통령으로 뽑혔습니다.
하벨의 인권 사랑은 대통령이 된 후에도 식지 않았습니다. 체코의 시민단체들을 도와 인권 지킴이가 되도록 했고, 북한과 쿠바, 버마에 대해서도 인권 개선을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다음시간에는 세계의 인권을 돌보는 하벨을 만나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