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북해외노동자 ③쿠웨이트서 뼈빠지게 일하고 70% 이상 뜯겨

쿠웨이트-홍알벗 honga@rfa.org
2016-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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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웨이트 공사현장 인근에 있는 컨테이너 숙소 앞에 외국인 노동자가 속옷 바람으로 서 있다.
쿠웨이트 공사현장 인근에 있는 컨테이너 숙소 앞에 외국인 노동자가 속옷 바람으로 서 있다.
RFA PHOTO/ 홍알벗

북한 당국이 외화벌이를 위해 전세계 곳곳으로 주민들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북한 해외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마련한 ‘2016 연중 기획보도’ 북한 해외노동자 시리즈. 오늘은 그 세번째 순서로, 중동지역의 쿠웨이트에 파견된 북한 건설노동자들의 생활상을 소개합니다.

쿠웨이트에 나와 있는 북한 노동자들은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위해, 그리고 편안한 노후를 위해 불법활동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기자가 직접 쿠웨이트를 방문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를 만나고 왔습니다. 취재에 홍알벗 기자입니다.

<액트1: 차 달리는 소리>

쿠웨이트의 수도 쿠웨이트시티에서 남동쪽으로 차를 타고 한참을 달립니다.

길게 뻗은 왕복 4차선 도로 위로 바람이 옮겨 놓은 모래가 잔뜩 쌓여 있습니다.

길 양쪽 멀리에서는 사막의 배라 불리는 낙타들이 물펌프 옆에 모여 목을 축이고 있습니다.

40분 정도 달리자 멀리 사막 한 가운데에 신기루 같은 뿌연 그림자가 눈에 들어 옵니다.

모래바람을 뚫고 목적지인 싸바흐 알 아흐마드에 도착했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쿠웨이트 싸바흐 알 아흐마드 지역의 공사현장. 모래바람 때문에 건물 뒤쪽은 보이질 않는다.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쿠웨이트 싸바흐 알 아흐마드 지역의 공사현장. 모래바람 때문에 건물 뒤쪽은 보이질 않는다. RFA PHOTO/ 홍알벗

이곳은 쿠웨이트가 건설하는 신도시 가운데 하나로 공공건물과 일반 주택 건설공사가 한창입니다.

이집트와 인도, 방글라데시, 네팔, 에티오피아 등 전세계 곳곳에서 온 노동자들이 콘크리트를 치고 벽돌을 올리느라 부지런히 몸을 움직입니다.

현지 소식통이 노동자들의 숙소가 있다고 알려준 곳으로 향했습니다.

길 옆으로 커다란 컨테이터 박스20여개가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컨테이너 박스에는 에어컨 실외기가 달려 있고 노동자들의 옷들이 빨랫줄에 걸려 있습니다.

간간히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 노동자들이 보이지만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북한 노동자들의 모습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잠시 후 북한 노동자 수십명이 우루루 몰려 나오더니 연장을 들고 트럭에 올라타고 어디론가 떠납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작업장으로 이동하는 겁니다.

취재기자도 차를 타고 노동자들을 따라 갔습니다. 하지만 다들 어디로 사라졌는지 북한 노동자가 좀처럼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북한 노동자인줄 알고 접근해 보지만 중국 노동자입니다.

<액트2: 중국 노동자 말소리>

다시 차를 돌려 다른 공사 현장으로 향합니다.

북한 노동자로 보이는 인부가 있어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건넵니다.

손으로 톱을 이용해 벽돌을 자르고 있던 한 인부에게 다가가 인사를 하고 질문을 건네자 한국말로 대답합니다.

북한 노동자입니다.

하지만, 멀찌감치 뒤에서 일하던 서너명의 또다른 북한 인부들이 모두 일손을 멈추고 처다보자 이를 의식해서인지 취재기자와 마주한 북한 노동자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습니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이 북한 노동자는 뜨거운 햇빝과 사막의 거센 모래바람 때문인지 검게 그을린 구릿빛 얼굴에 허물이 많이 벗겨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표정은 밝고 근육질의 다부진 몸매를 갖고 있었습니다. 노동착취와 제대로 먹지 못해 야위었을 것이라는 바깥 세상의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북한 노동자는 쿠웨이트에서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액트3: 취재기자와 북한노동자 대화>

-기자: 음식을 현지에서 사 드신다고 했는데, 그러면 주로 밥을 하고 반찬 같은건 어떻게?

-북한 노동자: 장마당이요. 장마당에서.

-기자: 여기 장마당이요? 거기에 김치도 있어요?

-북한 노동자: 아니요. 그냥 배추 사다가.

-기자: 아, 직접 사다가 담궈 드시는거예요?

-북한 노동자: 네, 여기 닭알(달걀)이랑 물고기도 다 있는데요 뭐.

현재 쿠웨이트에 진출해 있는 북한 노동자 수는 약 3천200명 정도. 한때는 3천800명에서 4000명까지 나갔었는데 지난해부터 조금씩 줄었다고 현지 소식통은 밝혔습니다.

북한 노동자들과 함께 오랫동안 사업을 해 본 경험이 있는 현지 소식통은, 쿠웨이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은 대부분 평양 출신으로 정식 취업비자를 받아 쿠웨이트로 왔다고 말했습니다.

이들 북한 노동자들은 쿠웨이트 정부가 추진하는 도시건설 사업을 맡은 쿠웨이트 회사가 북한회사와 인력 공급 계약을 맺게 되면, 이 북한회사가 신청자를 받아 서류 심사 등을 거쳐 쿠웨이트로 노동자를 파견하는 형식으로 인력 공급이 이뤄지게 됩니다.

이 때 인력을 공급하는 북한 건설회사는 북한 내에서는 남강건설, 수도건설, 철현건설 등으로 불리며 쿠웨이트에서는 평양1건설, 평양2건설, 그리고 평양 3건설 등의 이름으로 활동한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북한 노동자의 근무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나 8시로 따로 점호가 실시되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야간 외출이 금지돼 있습니다.

북한 노동자 한 사람이 받는 월급은 보통 쿠웨이트 화폐로 250에서 300KD, 즉 미화로는 약 830에서 1000달러 정도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40%는 북한 당국에 헌납하고, 북한 회사 운영비조로 20%, 숙식비 10%, 그리고 보험 등 적립금 등을 제하고 나면 1인당 보통 50에서 60KD, 즉 미화로 170에서 200달러 정도만 가져갈 수 있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이것 저것 떼고 남은 월급은 현금으로 지급되지만 대부분 이것은 직장장에게 맡겨놨다 나중에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인력관리 간부인 직장장에게 일정액의 뇌물을 주고 공사장 밖에서 개인 노동을 하게 되는 겁니다.

<액트4: 소식통>원래는 15명이 일해야 하는데 7~8명 가지고도 이 회사가 준 임무를 충분히 완수하니까 나머지 사람들이 바깥에 나가서 돈을 버는 겁니다. 쿠웨이트 빌라나 그런 데 가서 일을 해주고 돈을 받아서는 그것을 같이 자기네들끼리 나눠 갖고 그래서 그 ‘구멍’으로 버는 돈이 많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또 한번 쿠웨이트에 들어오면 통상 3년 정도 일을 한 뒤 비자 갱신과 휴가를 위해 북한으로 돌아 간 뒤 6개월에서 1년 정도 머물고 다시 쿠웨이트를 찾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두 번 정도 쿠웨이트에서 일을 하면 그 돈으로 북한에서 10년 정도 편안하게 살 수 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과거에는 쿠웨이트 주재 북한 무역은행을 통해 노동자들이 고향의 가족에게 직접 송금을 했지만 2014년 불법활동이 적발돼 지금은 중단됐으며, 1년에 한두번 정도 그동안 모았던 월급을 인편, 그러니까 북한으로 돌아가는 간부를 통해 보내고 있습니다.

가족들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북한 노동자들은 대부분 휴대폰, 즉 손전화를 갖고 있지만 쿠웨이트 안에서만 사용이 가능할 뿐 고향에 있는 가족과 친구에게 전화를 하거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북한 노동자들끼리 모여 숙소에서 지내게 되며 통상 매달 첫째주 금요일만 공식적으로 쉴 수 있는데, 주로 숙소에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축구, 배구를 하며 여가시간을 보냅니다.

토요일에는 ‘서기’라고 불리는 간부가 노동자들을 상대로 사상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각 사업소에 파견돼 있는 보위원이 노동자들의 작업실태와 언동, 그리고 특이동향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습니다.

또다른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보위원들은 노동자들이 규정을 위반했을 때 이를 무마해 주는 뇌물의 액수를 정해 놓고 있는데, 한국영화 시청 또는 인터넷 사용으로 적발됐을 경우엔 300달러, 외출했다 늦게 귀가 하면 100달러, 현지 경찰에 적발되는 등 물의를 일으켰을 경우엔 500달러를 물도록 하고 있습니다.

쿠웨이트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만든 밀주 ‘싸대기’가 담겨 있는 생수병. RFA PHOTO/ 홍알벗
쿠웨이트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만든 밀주 ‘싸대기’가 담겨 있는 생수병.RFA PHOTO/ 홍알벗 Photo: RFA

하지만 이런 가운데에서도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노동자들은 보위부 요원 등 간부들과 짜고 ‘싸대기’라 불리는 불법 밀주를 만들어 파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쿠웨이트는 종교 때문에 술을 만들거나 판매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비싼 값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액트5: 소식통> 수입 짭짤하죠. 그게 주요 수입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건 직장장의 권한이니까 회사에서도 관여를 안 합니다. 언제 관여하냐면 너무 많이 잡혔을 경우 ‘이제는 만들지 마’ 그럽니다. 하지만 그래도 만듭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그거 뭐 회사에서 만들어 주는 것도 아니고.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밀주제조를 6개월만 해도 수만 달러의 자금을 모을 수 있는데, 통상 간부들은 3년 근무한다고 했을 때 북한 건설사 사장은 100만 달러, 당 비서는 50만 달러, 보위원은 30만 달러의 뇌물을 모을 수 있습니다.

한편, 소식통은 북한 노동자들이 임금수준이 높은 쿠웨이트를 선호하고 있지만 간부들의 갈취가 너무 심해 마음 속으로 분개하며 북한 체제에 환멸을 느끼고 있는 것은 물론 각종 뇌물로 가진 돈을 빼앗겨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지 못할 때 가장 힘들어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RFA자유아시아방송 홍알벗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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