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북한 해외노동자] ④ “추방∙옥살이 불구 쿠웨이트서 불법 계속”

쿠웨이트-홍알벗 honga@rfa.org
2016-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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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자들이 쿠웨이트 현지에서 만들고 있는 밀주 ‘싸대기’는 일반 생수병에 담겨 판매되고 있다.
북한 노동자들이 쿠웨이트 현지에서 만들고 있는 밀주 ‘싸대기’는 일반 생수병에 담겨 판매되고 있다.
RFA PHOTO/ 홍알벗

북한 당국이 외화벌이를 위해 전세계 곳곳으로 주민들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북한 해외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마련한 ‘2016 연중 기획보도’ 북한 해외노동자 시리즈. 오늘은 그 네번째 순서로, 중동지역의 쿠웨이트에 파견된 북한 건설노동자들의 생활상을 소개합니다.

쿠웨이트에 나와 있는 북한 노동자들은 당국이 요구하는 상납금을 채우기 위해 정해진 작업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하는 것은 물론 각종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범법자’ 신세가 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기자가 직접 쿠웨이트를 방문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를 만나 그들의 끊이지 않는 불법행위를 취재했습니다. 보도에 홍알벗 기자입니다.

쿠웨이트에 파견된 북한 건설노동자 수는 약 3천200명 정도.

한 때는 4천 명이 넘었지만 점점 줄고 있습니다.

큰 돈을 벌 수 있을거란 기대를 안고 고향을 떠났지만 막상 사막 한 가운데서 모래바람을 맞으며 힘들게 일하고 숙소로 돌아와 고된 몸을 누이면 가족 생각이 더욱 간절합니다.

일이 끝나고 난 뒤 동료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한바탕 고향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외로움도 어느 정도 풀릴텐데 쿠웨이트에서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회교 국가인 쿠웨이트에서는 법으로 술을 만들고, 팔고, 그리고 마시는 행위가 엄격히 금지돼 있기 때문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북한 노동자들은 쌀을 사다가 몰래 술을 만들어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일부 북한 노동자들은 회사가 마련해 준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주방에 밀주 제조시설을 갖추고 ‘싸대기(Sadeeqi)’라 불리는 술을 만들고 있습니다.

‘싸대기’는 아랍어로 ‘나의 친구’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 몰래 만든 술을 가리킵니다.

독한 소주 맛이 나는 싸대기는 쌀로 빚은 다음 증류를 했기 때문에 돗수가 40도 정도 되며, 물이나 알콜이 없는 맥주와 섞어 마십니다.

이 싸대기는 쿠웨이트에서 거래가 엄격히 금지된 품목이다 보니 암시장에서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1.5리터짜리 생수병 12개가 들어 있는 싸대기 1박스의 제조 원가는 미화로 약 20달러인데, 이를 중간 밀거래상에게 50달러에 넘겨 이윤을 남깁니다.

생산량이 많을 경우 상당한 이윤을 남길 수 있어 북한 노동자뿐만 아니라 밀주제조를 눈감아 주고 뇌물을 받아 챙기는 북한 간부들의 부정축재에도 싸대기는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현지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북한 노동자들은 주로 싸대기를 만들고 인도 노동자들은 양주를 만들어 파는데, 북한 노동자가 만든 싸대기는 주로 인도 출신 중간 밀거래상이 유통시킨다고 밝혔습니다.

유통과정에서 경찰에 적발된 인도 밀거래상들은 자신의 형량을 낮추기 위해 싸대기를 만든 북한 노동자들을 쿠웨이트 수사당국에 밀고하기도 한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 싸대기도 인도사람들이 만들긴 하는데 자기들이 잡히면 북한 노동자를 물고 들어가는 겁니다. 왜냐하면 경찰들이 잡아 놓고는 "다른 사람을 알려주면 너는 내보내 줄께" 하니까 자기 친구한테 전화해서 한 병에 10KD 정도에 사오라고 합니다. 그러면 북한 노동자들이 팔고 가는 길을 경찰들이 따라 갑니다. 술을 꺼내 왔으니까 분명히 건물에 술이 있을 거다. 결국 경찰들이 포위를 하고 들어 가는거죠.

최근에는 지난 해 12월 8일 쿠웨이트 내 무바락 알 카비르(Mubarack Al-Kabeer) 지역에서 밀주제조 및 밀매 혐의로 북한 노동자 3명이 체포됐고, 그보다 앞서 같은 해 10월 5일에는 해외 노동자들이 많이 모여 살고 있는 질립(Jleeb)이란 지역에서 역시 같은 혐의로 북한 노동자 22명이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밀주를 팔다 적발되면 대부분 쿠웨이트에서 추방됩니다.

하지만 2015년 10월 북한 밀주 제조단 22명이 체포된 이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쿠웨이트 등 해외에 파견된 북한 건설사와 노동자들에게 밀주 제조 및 밀매를 절대 하지 말라면서 현지 당국에 적발시 엄중 문책하겠다고 밝혔지만, 상납액을 채우고 또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돈을 고향으로 갖고 가야 하는 건설회사 간부나 북한 노동자들의 싸대기 제조 행태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싸대기 제조 및 판매로 북한 노동자가 쿠웨이트 경찰에 체포된 것만 9건에 달합니다.

술을 마시고 길거리를 돌아 다니다 붙잡힌 것까지 합하면 술 때문에 북한 노동자가 체포된 건수는 훨씬 많습니다.

소식통: 직장 내부에서 (싸대기 만드는건) 회사에서 관여를 안 합니다. 언제 참견을 하냐면 너무 많이 잡힐 때 입니다. "이제는 만들지 마" 그럽니다. 하지만 그래도 만들어요. 어쩔 수 없습니다. (구치소에 있는 북한 노동자들은) 비행기표가 나올때까지 있습니다. 그런 건 국가(북한)에서 다 해 줍니다. 추방이 되고 나면 (북한에서) 1년 정도 가족들과 같이 살다가 다시 들어옵니다. (북한에 가서 처벌은 안 받습니다.) 어차피 나라를 위해서 달러를 벌어들이다가 잡힌 거니까. 도망친 사람들도 몇백배, 몇천배 낫다고 판단을 하니깐요. 안 가고 왔다는 자체가. 물론 (밀주 만드어 팔다가 추방된 것 때문에) 욕 먹긴 합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그것도 외화벌이인데 말이죠.

북한 노동자를 가까이서 오랫동안 보아온 또다른 현지 소식통은 싸대기 제조를 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기 위해 북한 노동자가 사업소 보위원에게 미화 5천 달러의 뇌물을 바치는 경우도 봤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매달 밀주 판매 수익금 가운데 절반 정도를 북한 건설회사 사장과 보위원, 그리고 당비서에게 바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소식통은 밀주제조를 여섯달 정도만 해도 수만 달러의 자금을 모을 수 있기 때문에 고참 근로자들은 돈을 빌려서라도 밀주 제조 허가를 받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습니다.

통상 간부들은 3년 근무시 노동자들이 만드는 밀주 판매를 통해 건설사 사장의 경우 100만 달러, 당비서는 50만 달러, 그리고 보위원은 30만 달러를 모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술을 마시고 싸움질을 하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지난 2014년 8월과 10월에는 각각 쿠웨이트 와프라(Wafra)와 자흐라(Jahra) 지역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이집트 노동자들과 집단 패싸움을 벌여 모두 13명이 추방되기도 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가 생활비 마련을 위해 개별적인 노동활동을 금지하는 쿠웨이트 당국의 규정을 위반하고 외부 노동활동을 암암리에 하는가 하면 건설현장에 비치된 자재를 몰래 가져다 파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해 7월 13일에는 공사현장에서 전기선을 훔친 혐의로 기소된 북한 노동자 9명이 징역 5년형을 확정받은 일도 있었습니다.

소식통은 이렇게 불법행위까지 해가며 북한 노동자들은 머나먼 타지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지만 간부들의 착취가 심해 후회하는 노동자들이 꽤 많다며 북한체제에 대한 환멸까지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강력한 대북제재가 북한 당국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가운데 각종 불법행위를 부추기면서까지 외화벌이를 멈추지 않고 있는 북한 지도부의 행태에 노동자들의 분노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RFA자유아시아방송 홍알벗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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