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폐기된 ‘봉한학설’ 한국 연구자가 확인해

워싱턴-박성우

북한에서는 기(氣)의 실체를 주장한 ‘봉한학설’이 1960년대 중반 폐기됐지만, 이것을 꾸준히 연구한 한국의 한 과학자가 40여년간 묻혔던 봉한학설을 확인했습니다.

소광섭: 봉한학설이라는 거는... 경혈, 경락이 실제로 액체가 흐르는 관이라는 게 봉한학설이거든요.

한의학의 핵심 개념인 기(氣)의 실체와 관련해 지난 60년대 북한의 평양의대 김봉한 교수가 주장한 이른바 ‘봉한학설’을 규명하는 데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소광섭 교수가 한 걸음 다가섰습니다.

소광섭 교수는 9일 김봉한 교수의 이름을 딴 이른바 ‘봉한관’의 실체를 특수 형광염색법을 개발해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봉한관은 봉한학설의 핵심 개념으로 인체에는 심혈계나 림프계 말고도 제3의 순환계가 있으며 이것이 몸의 건강을 관장하는 경혈과 경락의 일부라는 설명입니다.

소광섭: 기존에는 혈류와 림프 계통의 두 가지 순환계 밖에 몰랐는데... 새로운 순환계가 있다는 것이고. 그것 자체가 사실로서... 매우 놀라운 사실이고...

소광섭 교수는 토끼와 쥐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큰 혈관 속에서 거미줄처럼 가늘고 투명한 ‘봉한관’을 찾았고, 이 봉한관 속으로는 세포의 재생을 담당하는 ‘생명의 알’이라는 뜻을 가진 ‘산알’, 즉 DNA 알갱이가 흐르고 있음을 원자 현미경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한의학계에서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여겨졌던 기(氣)의 흐름을 봉한학설을 통해 규명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마련한 셈이며, 당뇨병이나 암 치료에 한발짝 다가서는 계기가 발판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학계로부터 받고 있습니다.

소광섭: 그런 봉한관을 찾기가 어려운데 저희들이 그걸 찾아서 사진으로 찍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고... 이게 새로운 질병 치료의 수단을 제시하는 것이고. 과거의 한의학적인 침 치료나 뜸 치료에 과학적 근거가 제시되는 것이죠.

소광섭 교수는 5년전부터 생물학과 물리학을 융합하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한국 전통 한의학의 원리를 규명하기 위해 봉한학설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소광섭: 경혈 경락이라고 하는 침놓는 자리이기도 하고 한의학의 중요한 핵심인 기본 개념들의 작용 원리와 존재 여부를 밝히기로 연구 목표를 삼았죠. 그 중에 봉한학설이 이걸 주장했기 때문에 이걸 재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봉한학설의 주창자인 김봉한 교수는 한국전쟁 발발 당시 월북한 다음 1961년부터 5년간 경락에 관한 5편의 논문을 발표해 국제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한국과학사를 전공한 김근배 전북대 교수는 말합니다.

5편의 논문이 세계 주요 언어로 번역까지 됐지만 김봉한 교수는 1965년 갑자기 학계에서 사라졌으며, 이는 당시 김 교수를 후원했던 한 정치 세력이 숙청을 당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광섭 교수는 북한이 그 후로 봉한학설을 “폐기”했기 때문에 북한과의 교류는 없었고 시도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학술교류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소광섭 교수는 지금도 북한에 봉한학설과 관련된 자료가 있다면 공동연구 차원에서 교류를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