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서 기자가 보도합니다.
WBA, 즉 세계복싱협회 여자 57kg 페더급 챔피언인 최현미 선수가 자기보다 7살이 많은 인천 대우체육관 소속의 김효민 선수를 상대로 10회전 경기를 펼칩니다.
최 선수는 이달 말까지 챔피언 의무방어전을 치루지 못하면 챔피언의 자격을 박탈당하는 위기에 놓였다가 경기 일정이 잡혀서 한시름 놨다면서 이제 시합에서 이기는 일만 남았다고 말합니다.
최현미: 예전에 김효민 선수의 시합을 한 번 지켜본 적이 있습니다. 같은 체급이라서 유심히 봤는데...이길 수 있어요. 자신있어요.
최현미 선수는 지난해 10월 중국의 쉬춘옌 선수를 3대0 심판 전원일치의 판정으로 꺾고 챔피언이 됐습니다. 야구나 농구 등 인기 종목은 잘 하면 바로 돈과 명예가 따르게 되지만 여자 권투는 비인기 종목이라 세계 최고가 됐지만 운동을 하는 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최 선수는 그동안 상대 선수는 물론 경기 장소를 잡는 데 들어가는 경비를 대줄 수 있는 후원자를 찾지 못해 챔피언 벨트를 반납할 뻔한 상황까지 갔습니다.
이 같은 일은 북한에도 있었습니다. WBC, 즉 세계복싱평의회 슈퍼플라이급(52.16kg) 챔피언인 북한의 류명옥 선수가 타이틀 방어전을 치르지 않아 올해 초 챔피언 자격을 박탈당한 겁니다. 또 선수들이 해외에서 열리는 방어전에 출전하지 못해 과거에도 김광옥과 최은순 선수가 챔피언 벨트를 반납했습니다.
최현미 선수는 오늘도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땀 흘리고 있습니다.
최현미: 아침 6시에 일어나서 한 시간 뛰고 오후 2시부터 운동하고 또 쉬다가 저녁에 운동하고요.
1990년 평양에서 태어난 최 선수는 11살 때 권투를 시작한 이후 ‘김철주사범대학’의 복싱양성반에 소속돼 기숙사 생활을 하며 훈련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남한으로 가서는 2006년 아마추어 무대에 뛰어 들자마자 5개 대회를 석권해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세계 여자 권투 챔피언 최현미 선수가 결코 하루아침에 혜성처럼 나타난 건 아닙니다. 이는 매일 그가 흘리는 땀과 권투에 대한 철학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최현미: 복싱이라면 당연히 사람들이 때리고 맞고 그런 쪽으로 생각을 하는데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링에 올라가서 평소 연마했던 기술을 써먹었을 때 뭔가 해냈다는 쾌감을 갖습니다. 맞아도 내 실수니까 라는 생각으로 다음에는 맞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을 하니까 아픈 것도 못 느낍니다.
최 선수는 지난해 세계 챔피언 시합을 치르느라 대학 진학에 신경을 못 썼다며 아쉬워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만사 제쳐 놓고 대학에 들어간다는 목표도 세웠습니다. 170cm의 키에 57kg. 남들이 최 선수의 외모를 보고 하는 말이 타고난 운동선수라는 겁니다. 그도 자기가 제일 잘하는 건 권투라고 말하지만 여기엔 ‘지금’이라는 단서가 붙습니다. 대학에 가면 체육교육학을 전공하고 자신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새로운 변신을 하겠다는 각옵니다. 새로운 뭔가를 찾고 목표를 향해 가면서 결국 원하는 바를 얻는 건 최 선수의 장점입니다.
최현미: 진짜 제가 다시 태어나면 저는 복싱을 안 할 겁니다. 너무 힘들거든요. 복싱은 어릴 때 취미였습니다. 오빠들과 같이 놀면서 복싱을 하게 됐는데 너무 재밌고 적성에 맞았습니다. 솔직히 운동이란 것이 지면 재미없잖아요. 자꾸 시합에 이기니까 그 순간의 짜릿함 때문에 계속하게 됐습니다. 한국에 와서 공부도 잘못 했고 한국 아이들보다 잘할 수 있는 건 복싱밖에 없어서 했는데 이제는 복싱을 장점으로 해서 뭔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최 선수를 가르치고 있는 ‘광운복싱체육관’ 김수영 관장은 그를 ‘준비된 선수’라고 말합니다. 최 선수는 체력이 좋고, 승부욕이 강한 장점이 있다며 최 선수의 주무기는 오른 손 휘어치기라고 말합니다. 김수영: 라이트 훅이 이 선수의 주무기입니다. 자세도 좋고 중심 이동도 잘돼서 힘이 잘 실리고 남자선수 못지 않게 잘 때립니다.
통합타이틀 매치와 대학진학을 올해 모두 이뤄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탈북 소녀 최현미 선수의 1차 세계여자권투 챔피언 방어전은 오는 30일 서울산업대학교 강당에서 벌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