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박성우
21차 남북장관급회담이 차기 일정도 잡지 못한 채 끝났습니다. 양측은 종결회의를 열고 공동 보도문을 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남북관계를 잘 풀어보자는 식의 추상적인 문구만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남한 통일부 이재정 장관은 북핵 문제가 진전이 없어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열린 만큼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해 달라고 말합니다.
이재정: 공동 보도문을 만들어서 쌍방이 합의하고 이것을 오늘 종결회의에서 발표한 것은 이번 회의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남북간의 인내와 협력의 정신 아래 노력한 결과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문제는 쌀이었습니다. 남측은 5월 하순부터 북한으로 쌀 차관을 보내기로 했지만 북핵 2.13 합의를 북한이 이행하지 않고 있어 지금 쌀을 보낼 경우 국내외 여론이 악화될 것을 우려해 쌀 차관 제공을 유보했습니다.
북측은 이번 회담 내내 남측의 쌀 차관 유보 결정을 문제 삼았습니다. 남측 고경빈 회담 대변인입니다.
고경빈: 북측은 어쨌든 쌀 차관 합의 이행에 아주 우선순위를 두고 이번 회담에 임했기 때문에 공동 보도문 합의조항으로까지는 만들지 못했습니다.
북측의 이런 태도 때문에 평화정착이나 남북열차의 단계적 개통과 같은 의제는 원론적 수준에서밖에 다루지 못했다는 설명입니다. 이재정 장관은 북핵 2.13 합의를 북한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 쌀 차관은 제공되기 힘들다는 점을 북측에 설명했다고 말합니다.
이재정: 우리는 쌀 차관 제공은 국민적 합의와 국민적 이해 속에서 지원 되는 게 당연하다는 배경 설명을 충분히 하였고...
이에 대해 북측은 합의대로 쌀 차관을 보내 줄 것을 요구하면서도 이게 남북관계에 장애가 돼서는 안 된다는 점도 동시에 강조했다고 고경빈 대변인은 말합니다. 북미 관계가 잘 풀리지 않는 시점에서 남북 모두 이처럼 회담 결렬에 대한 부담이 컸기 때문에 회담의 결과로 공동보도문이 나오긴 했지만 알맹이는 없었던 거라고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조성렬 박사는 분석합니다.
조성렬: 내용상으로 보며는 새로운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렬의 내용을 담고 있지만, 앞으로의 남북관계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들 상당히 부담을 느낀 거죠. 그렇기 때문에 형식에 있어서는 공동보도문을 내는 형태...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한동안의 냉각기는 있을 수 있겠지만, 서로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도 남북관계는 얼어붙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북측은 경제적 지원을, 남측은 북핵 문제 해결과 같은 정치적인 문제를 위해서 서로가 장관급 회담이라는 통로를 이용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양무진: 북측은 지원 획득에 중점을 두고 있고 남측은 북핵문제 해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래서....
한편 회담장 밖에서는 <납북자가족모임> 회원들이 시위를 열었습니다. 회담장이 있는 호텔 건물의 50여 미터 전방까지 접근한 이들은 납북자 송환 문제를 장관급 회담 의제로 삼을 것을 촉구했습니다.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푭니다.
최성용: 세상에 이런... 우리 가족들 다 죽어 가게 생겼어...
하지만 최 대표는 말을 다 끝내지도 못한 채 경찰 버스로 강제 호송됐습니다.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를 뒤로 하고 종결회의를 끝마친 북한 대표단은 평양발 고려항공을 타고 북으로 향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