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채명석
거리에 나앉게 된 재일본 조선인 총연합회 즉 조총련의 내부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일본 검찰이 경매 처분을 피하기 위해 미리 조총련 중앙본부 부동산을 매각한 책임 부의장 허종만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조총련 중앙본부의 건물과 토지는 며칠후면 차압에 들어갑니다.
우선 조총련 중앙본부 부동산이 정리회수기구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일련의 사전 거래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허종만 책임 부의장은 어떤 인물입니까.
올해 74세의 허종만 부의장은 경상남도 고성 출신으로 1959년 조총련 도쿄도 본부위원장을 시작으로 조총련 활동을 시작했는데요. 1986년9월에는 중앙위원회 부의장으로 선출됐고, 조총련의 김일성으로 불리던 한덕수 의장이 병으로 쓰러지자 1993년9에는 책임 부의장이란 새로운 직책을 만들어 초대 책임부의장에 취임했는데요. 그때부터 조직 서열 1위인 의장은 허수아비고 서열 넘버 2위인 책임 부의장이 조총련을 실질적으로 관장해 오고 있습니다.
그가 조총련 조직 내부에서 승승장구한 것은 한덕수 의장의 조카 사위였던 탓도 있지만, 조은 신용조합을 관장하는 재정 담당부의장을 지내면서 조은 신용조합에서 빼낸 돈을 북한에 뭉텅이로 헌금해 온 것이 김정일 위원장의 눈에 들었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입니다.
허종만 책임 부의장은 그 공로로 1998년에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선출됐고, 재작년 1월에는 김정일 위원장이 주는 공화국 노력영웅 칭호와 국기훈장 제1급을 수여 받았습니다.
조총련 중앙본부가 곧 차압되어 경매로 넘어 갈 경우 실질적인 책임자인 허종만 부의장에 대한 조직 내부의 반발도 적지 않을 텐 데요, 조총련 쪽에서는 어떤 소리가 새어나고 있습니까.
조총련은 진즉 부터 ‘본국 파’와 ‘자립 파’ 즉 김일성과 김정일에 맹목적으로 충성하려는 그룹과 본국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체적으로 자립하려는 그룹으로 나뉘어 대립해 왔습니다.
예컨대 조은 신용조합이 파산하자 조총련 산하 상공인들이 잇달아 예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면서 신용조합들의 경영이 부실해진 것은 허종만 일파가 조합 돈을 마구잡이로 북한으로 빼돌렸기 때문이라고 비난했었는데요.
조총련의 북한 송금 의혹을 파헤친 <송금 의혹>의 저자 노무라 하타루 씨에 따르면 이때 허종만 일파가 각종 명목으로 북한으로 송금한 액수는 연간 수백 억 엔 대에 달했습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 신보>의 전직 간부는 RFA 자유아시아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허종만 책임 부의장이 검찰에 구속되거나 중앙본부 건물과 토지가 경매로 넘어 갈 경우 본국 파와 자립 파 사이에 치열한 주도권 싸움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이 전직 간부는 허종만 책임 부의장이 끝내 사임을 거부하면 조총련 조직은 본국 파와 자립 파가 갈라서는 사태 즉 두 쪽으로 쪼개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총련의 최고 집행부를 임명하고 교체하는 것은 북한 당국의 소관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북한 당국이 허종만 책임 부의장의 책임을 물어 그를 퇴진시킬 가능성은 있는지요.
재작년 노력영웅 칭호를 수여 받은 것처럼 허종만은 지금도 김정일 위원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소문에 따르면 김정일 위원장이 공개석상에서 허종만을 ‘생사를 같이 할 전우’ ‘혁명 전우’라고 불렀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러나 허종만이 구속되거나 중앙 본부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고, 내부 분열이 심해 질 경우 북한 당국도 사태를 더 이상 관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조총련을 잘 아는 사람들의 견햅니다. 북한당국의 큰 고민은 허종만을 유임시킬 경우 내부 반발이 거세지고, 허종만을 제거할 경우 충성을 바치는 그룹이 와해된다는 것입니다. 한 예로 4년 전 허종만이 북한 당국의 소환명령을 받고 주일 미국 대사관으로 망명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는데요,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 허종만에게 본국 소환명령을 내릴 경우 김정일 정권에 충성을 맹세해 온 허종만 일파가 이에 반발하여 집단 망명 사건을 일으킬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조선신보 전직 간부 이 모 씨는 북한 당국은 당장은 사태를 좀더 지켜보겠지만, 조만간 어떤 결단을 내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