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자 문제 북핵 문제에 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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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지난 30일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하면서도 남한의 전후 납북자 문제를 삭제한 것과 관련해 남한에서는 미국 정부가 지난 2월13일 6자회담에서 합의한 핵합의에 대한 북한의 이행 유도하기 위해 내린 외교적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한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가 이같은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과 함께 북한 핵문제로 인해 인도적인 차원의 납북자 문제가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30일 발표한 ‘2006 테러 보고서’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하면서 몇가지를 그 이유로 들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이 지난 1970년 일본 민항기 납치에 관여한 일본 적군파 소속요원 4명을 보호하고 있고 북한 정부기관에 의해 납치된 것으로 여겨지는 일본인 12명의 생사확인이 요구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국인 납북자들을 포함해 일본 이외의 다른 나라 납북자에 대한 언급은 보고서에서 모두 삭제됐습니다. 지난해 보고서는 “한국전쟁 이래 북한에 납치 또는 억류된 사람이 485명인 것으로 한국 정부는 추산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이처럼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하면서도 그 근거가 되는 이유를 축소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입니다. 2.13 합의가 지연되고 있는 시점에서 되도록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내린 외교적 결정으로 분석된다는 것입니다. 북한대학원 대학교의 유길재 교수입니다.

유길재 교수: 비록 테러지원국 지정했지만 내용상 작은 변화를 줌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2.13 합의와 북미관계 개선 쪽으로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실제로 미국 정부는 이번에 발표한 테러보고서에서 “2007년 2월13일 초기조치 합의에서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지정에서 해제하는 과정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명시해 놓고 있습니다. 미국이 테러보고서에서 북한의 지정 해제 가능성을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미국이 이처럼 테러보고서에서 납북자 문제를 삭제한 것에 대해 남한의 납북자 가족들은 크게 실망하면서 남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합니다. 납북자 가족협의회의 이옥철 대표의 말입니다.

이옥철 대표: 우리나라 정부가 납북자 송환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현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납북자문제를 테러지원국에서 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과 남한 납북자 문제를 깊게 연관시킬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북한대학원 대학교 양무진 교수입니다.

양무진 교수: 남북간에 납북자 문제는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다, 테러지원국 지정과 상관없이 이런 측면에서 한국 입장을 많이 수용해서 북한의 남한인사 납북자 문제는 빠진 것 같고

하지만 그동안 남한 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에서 보여준 소극적 태도가 이번 미국의 결정에 한몫 했다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성균관대 김태효 교수입니다.

김태효 교수: 납북자 문제나 서해교전 문제 등에서 직접적으로 문제제기를 못했지 않았습니까? 한국 정부가 스스로 소극적인 모습 보이고 명분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키지 못한 상황에서 미국이 우선적으로 뭔가 빼야 한다면 한국의 이슈를 제거한 것이다

북한 핵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고 그 문제 해결을 위해 남한 정부와 미국이 북한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동안 남한의 납북자 가족들은 납북자 문제가 뒷전으로 밀리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서울-최영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