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이진희
지난 2일 작은 배를 타고 일본에 도착한 북한 일가족 4명은 일반 북한 노동자 16년치 월급에 해당하는 200리터의 경유는 물론 여분의 발동기를 배에 장착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일본 경찰은 현재 이에 관해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서울에 정착한 한 탈북자는 북한에서 일반 노동자보다 형편이 훨씬 좋은 어부라면 그 정도 준비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일가족 4명은 지난 달 27일 밤 청진을 빠져나와 작은 나무배를 타고 약 900킬로미터 이상을 항해해, 일주일이 지난 2일 새벽, 일본 아오모리 현 후카우라 항에 도착했습니다. 이들은 일본 경찰에게,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죽을 각오로 자유를 찾아 일본으로 떠났다며 탈북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런데, 일본 아사히 신문은 5일, 이들 가족이 타고 온 나무 배에서 고가의 물품들이 발견됐다며, 북한에서 궁핍한 생활을 했다는 이들의 진술이 믿기 어렵다며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신문은 일본 경찰을 인용해 북한 가족은 나무배에 디젤, 즉 경유 200리터를 장착해 북한을 떠났으며, 일본에 도착했을 때 90리터가 남아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여분의 발동기도 발견됐습니다. 일본 경찰은 이들 가족이 궁핍한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 이 많은 양의 기름과 발동기 등을 구입할 수 있었는 지를 파악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일본 야마나시 가쿠인(Yamanashi Gakuin) 대학의 미야수카 토시오(Toshio Miyatsuka) 교수는 아사히 신문에, 북한에서는 경유 1리터 당 북한 일반 노동자의 한 달 월급과 맞먹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만약 시장에서 경유를 구입했다면, 200리터를 사기 위해 북한 노동자의 16년 치 월급에 맞먹는 돈을 지불했을 것이라며, 가난하게 살았다는 이들 가족의 진술이 믿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남한에 정착해 살고 있는 탈북자 김학수(가명) 씨는, 북한에서 어부는 일반 노동자들에 비해 생활형편이 나은 편이라며 경유 200리터 비용은 충분히 모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학수: 차남이 배 면허증을 땄다고 하는데요. 배를 끌면 생활은 다른 사람보다 났습니다. 어부 정도 되면 배를 끌고 나가서 해산물을 잡아서 파는 자영업을 합니다. 그 정도면 그만한 돈은 모으지 않았겠느냐.
김학수 씨는, 북한 노동자의 월급이 3천원이라고 하면, 국가에서 받는 돈이 3천원이라는 뜻이며, 이것만 가지고 한 달을 살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많은 북한 주민들이 부업을 해서 생활비를 벌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배를 가지고 있는 정도라면 일반 휘발류보다 저렴한 디젤, 즉 경유 200리터 비용은 충분히 마련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개인을 통해 국경을 넘는 탈북 에 드는 바용에 비하면 기름 값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아무래도 중국으로 오래되면 한 사람이 실비 500만원 봐야 합니다. 국경 넘겨주는 사람들한테 돈을 줘야 합니다. 또 한국으로 나오려면 한 사람당 400만원 줘야 합니다. 국경 넘는 사람들한테 100만원. 합해서 500만원입니다. 4명이면 2천 만원이 들죠. 디젤 값 200리터를 40-50만원으로 보면 200달러도 안 돼는 돈으로 나왔으니까 상당히 싼 것으로 볼 수 있죠.
김학수 씨는 그러나, 해상을 통해 일본으로 입국하려는 것은 상당한 위험이 따르는 모험이라고 말했습니다.
동해 바다는 수심이 최고 1,700미터까지 내려가는 곳도 있습니다. 따라서 동해로 나온다는 것은 상당한 감행이 아니고서는. 지도를 보고 많이 연구를 했을 겁니다. 아버지가 일본 말도 한다니까 그냥 좌표를 보고 끝까지, ‘앞으로 주욱 동쪽으로 나가다 보면 대륙이 나타날 것이다. 그게 일본일 것이다’라는 막연한 계획아래 감행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학수 씨는 특히 항해거리가 900km에 가깝다며, 일가족이 나무배 하나에 의지해 북한을 떠났다는 것은 죽음을 각오하지 않고는 상당히 하기 어려운 결심이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