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 정착한 많은 탈북자들이 자신들에게 부여되는 주민등록번호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남들이 자신들의 주민등록번호만으로 탈북자임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취업 불이익은 물론 중국을 여행하는 데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들은 정착교육을 받은 뒤 호적을 취득하고, 주민등록번호를 부여 받게 됩니다. 주민등록번호는, 앞의 6자리는 생년원일, 뒤의 7자리는 성별, 출생신고 지역을 의미하는 번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탈북자들이 부여받는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보면, 이들이 재정착 교육을 받는 하나원의 소재지를 의미하는 세 자리 숫자가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주민둥록번호만 봐도 탈북자임을 알 수가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주민번호로 인한 신분노출 때문에, 탈북자들이 남한 생활에서 여러 가지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탈북자들은 특히, 주민번호 때문에 신분이 노출되면서, 취직을 거부당하는 등 일자리를 구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남한 연합뉴스는 4일 탈북자 단체들을 인용해 서울의 한 명문대학에 다니고 있는 20대 남성이 지난달 선배의 추천을 받아 한 대기업에 입사지원서를 냈으나 결국 불합격됐다고 전했습니다. 이 탈북자는 지원 서류와 주민번호 등을 통해 드러난 탈북자라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선배들은 합격이 확실시 된다며 추천해 줬지만 면접관이 ‘북한 사람은 주민번호만 보고도 중국 비자를 안내준다는 데 해외여행 결격사유가 되지 않느냐’고 물었던 점이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습니다.
탈북자들은 주민번호 때문에 중국 여행을 하는 데도 큰 제약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 서울에 살고 있는 한 탈북자는 4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중국당국이 신분증만 봐도 탈북자임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다며, 특히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탈북자들의 중국 입국을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탈북자: 공안들이 아는 것 같아요. 그래서 중국에 입국하지 못하고 되돌아 왔다거나. 제 친구들하고 저도 직접 경험했는데요, 여권을 빼앗고 신분증을 보자고 하더라구요. 그래 신분증을 보여주니까 얼굴하고 대조하면서, (남한에는) 언제 들어왔느냐 이런 걸 꼬치꼬치 묻거든요. 공안까지 대동해서 한참 조사를 한 다음에, 우리 쪽에서 완강하게 나오면 그냥 보내주는 거구요, 그렇지 않으면 더 말을 시킵니다. 제 친구의 경우, 중국 공항에서 여권하고 신분증을 회수했습니다. 그래 그 친구는 ‘나는 한국인이다’라고 우겨서 다시 나왔다고 하더라구요.
중국당국은 아예 탈북자들에 대한 비자발급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탈북자가 비자 신청을 할 경우 중국대사관에서는 출생지가 기재된 호적등본을 제출하라고 요구해 북한 출신이 확인이 되면 비자 발급을 선별적으로 거부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한 20대 남성 탈북자는, 최근 사업차 중국에 가기 위해 인천항에서 중국행 배편의 승선표를 구입하려 했으나 주민번호를 보고 탈북자임을 간파한 중국 해운사 직원으로부터 매표 자체를 거부당했다고 합니다.
그는, 이 직원이 주민번호를 살펴본 뒤에 서울에 있는 중국 대사관에서 먼저 비자를 발급받아오지 않으면 승선표를 팔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중국 대사관에서도 탈북자 신분을 확인하고 본국 지침이라며 비자발급을 거부해 결국 중국행이 좌절됐다고 합니다.
한편, 남한 통일부 하나원 이충원 원장은 연합뉴스와의 회견에서 탈북자가 하나원에서 정착교육을 마친 뒤 배정된 새로운 거주지에서 주민번호를 발급받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이렇게 하면, 특정 소재지 번호만 가지고 탈북자를 가려내기가 불가능해진다고 밝혔습니다.
워싱턴-이진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