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쌀지원, 장관급 회담 걸림돌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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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박성우

북한에 대한 쌀 지원이 유보된 이후 처음으로 남북 장관급 회담이 29일부터 나흘간 회의에 들어갔습니다. 이번 회담에서 남측은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큰 틀의 시작에 의미를 두고 있지만 북측은 지원이 유보된 쌀을 받아내는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여서 회담이 그리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 같다는 우려가 많습니다.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를 대표로 하는 북측 대표단은 29일 오후 서해 직항로를 통해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이들은 남한 통일부 장관이 주최하는 저녁 만찬에 참석하는 것을 시작으로 나흘간 일정에 들어갑니다. 회담장인 서울 서부에 있는 그랜드 호텔에서 권호웅 대표를 맞이한 이재정 남측 통일부 장관은 쌀 제공 문제를 의식한 듯 모내기하는 심정으로 회담을 잘 마무리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재정: 모내기하는 것과 같이 우리 뜻을 간절한 소망을 담아 정성껏 하나하나 잘 심으면 그것이 가을에 좋은 추수의 절기에 아마 기쁨의 수확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합니다.

권호웅 대표도 모내기에 빗대어 환담을 이어갔지만, 결실을 얻기 위해서는 그 과정도 중요하다는 걸 강조합니다.

권호웅: 모내기 하자면 준비를 잘 해야 합니다. 모내기 하자면 모내기 물도 듬뿍 담아야 되고...

남한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군사적 신뢰구축과 같은 한반도 평화정착 문제와 열차의 단계적 개통 문제, 그리고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 등을 제기한다는 방침입니다. 그러나 북측은 2.13 핵 불능화 합의를 북한이 지키지 않은 데 따라 남한이 북한에 보내기로 했다가 유보한 쌀 40만톤을 받아내는 문제가 관심사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때문에 이재정 장관도 쌀 지원 문제는 남한내 상황과 여론과 같은 복합적으로 고려할 문제가 있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장관급 회담이 시작되기 하루 전 일본에 있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의 평양발 기사를 통해 올해가 통일문제 해결을 위한 또 하나의 “위대한 변혁”을 이룩하는 “역사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면서 이례적으로 장관급 회담을 앞둔 분위기를 띠웠습니다.

남한이 이번 회담을 통해 이미 합의한 대로 북한에 쌀을 지원하라는 압력으로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실제로 <조선신보>는 식량지원을 유보한 남측의 방침을 “민족 내부 상부상조에 스스로 장애를 조성한 것”이라며 비판했습니다.

남한 통일부는 이번 회담이 쌀 지원 유보 결정 때문에 남과 북 모두에게 어려운 상황에서 열린다는 점을 유의하고 있습니다. 통일부 고경빈 회담 대변인입니다.

고경빈: 한반도 관련된 주변 정세가 매우 유동적인 상황에서 열리는 만큼 제 날짜에 회담이 열리는 것 자체가 상당히 의미가 있습니다.

쌀 지원 문제는 이번 장관급 회담의 공식 의제는 아닙니다. 이것은 통상적으로 남북 경제회담에서 다뤄집니다. 그러나 북한이 쌀 40만톤은 이미 북에 제공하기로 합의된 사항임을 강조하면서 다른 현안에 대한 논의를 거부한다면 장관급 회담은 초반부터 파행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당국자들의 우렵니다.

그러나 북한이 쌀 문제로 이번 회담 자체를 파국으로 몰고 가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쌀 문제로 지나치게 남측을 밀어붙일 경우, 남측으로부터 받아가야 할 경공업 원자재 제공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회담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남측은 철도 개통, 개성 공단 활성화를 현실성 있는 의제로 보고 이에 집중할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6·15 정상회담 이후 정치군사 분야는 남북관계를 논하는 회담에서 배제된 만큼 남측은 정치군사 의제를 이번 회담에서 중점 의제로 준비하고 있다고 회담 관계자는 전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남측은 국방 장관 회담의 조기 개최를 촉구하고, 현재 개성에 있는 경협 협의 사무소를 평양에 개설할 것, 그리고 군사적 신뢰 조치를 취할 것 등을 북측에 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입니다.

이재정: 기차가 앞으로 나가는 것처럼 우리 회담도 이번 기회에 정말 앞으로 전진 해서 절대로 여기서 더 물러나는 일이 없도록 우리가 힘차게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으로 이번 회담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데는 당국자와 전문가 모두 비슷한 의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방코델타아시아의 자금 이체 문제와 미북 관계마저 진전을 보이지 못한 상황에서 남북 관계마저 파국으로 몰아갈 경우 북한이 안아야할 부담이 커서 회담은 결국 적절한 합의점에 이를 것이라는 낙관론이 우세한 상황입니다.

북측 대표단은 다음달 1일 평양으로 돌아갈 예정이지만 상황에 따라서 서울 일정은 변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