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6자회담에서는 북한의 핵폐기 초기단계 조치에 상응한 에너지, 구체적으로 중유지원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북한은 최소한 연간 중유 1백만톤은 받아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나머지 회담 참가국들은 50만톤 수준이 적정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북 에너지 지원을 어떻게 분담할지도 쉽게 합의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6자회담의 쟁점은 북한의 핵시설 폐쇄와 이에 상응한 에너지 지원으로 이미 가닥이 잡혀있었습니다. 회담이 시작되기 전부터 회담 참가국들의 당국자들이 이번 회담의 목표치를 언론에 내비치고 조심스런 낙관론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회담이 열려 구체적인 협상에 들어가자 여기저기서 걸림돌이 나타났습니다.
우선 북한이 핵폐기의 초기단계에서 취해야할 조치에 대해 입장차이가 나타났습니다. 북한은 당초 영변 핵시설의 가동을 중단하고 국제원자력기구가 이를 감시하는 것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일찌감치 밝혔습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다른 참가국들은 북한이 언제든 합의를 번복할 수 있는 핵시설 동결조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최소한 핵시설을 폐쇄해 봉인해야 의미가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은 미국 둥 회담 참가국의 요구대로 영변 핵시설을 폐쇄할 경우 그 대가로 연간 중유 2백만 톤과 2백만 킬로와트의 전기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회담 참가국들이 북한의 요구가 너무 지나치다며 반발하자 북측이 요구수준을 크게 낮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재로서는 북한과 나머지 회담 참가국들이 연간 중유 100만톤과 50만톤을 각각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지난 1994년 미국과 맺은 기본합의에 따라 핵동결의 대가로 연간 중유 50만톤을 지원받은 바 있습니다.
일본의 사사에 겐이치로 6자회담 수석대표는 교도통신과의 회견에서 북한이 에너지지 지원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며 북한의 입장변화가 없으면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6자회담 수석 대표는 11일 베이징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에너지 지원을 받은 뒤 더 이상의 핵폐기 조치를 거부하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미국은 두 달안에 북한의 핵시설 폐쇄 조치가 있어야 하며, 에너지 지원은 6자회담 참가국들이 모두 참여하는 실무작업반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정하자는 입장입니다.
북한에 대한 에너지 지원의 규모와 시기 외에도 부담을 나누는 문제도 합의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미국은 이미 지난 1994년 북미 기본합의에서 연간 50만톤의 중유지원을 맡았다가 국내정치적으로 강력한 반발을 경험한 터라, 적극적인 역할에 나서기를 꺼리고 있습니다. 일본은 일본인 납치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대북 지원에 대해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부채탕감으로 역할을 대신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으며, 중국도 이미 상당한 대북 에너지 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지원에 나서기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남한정부가 대북 에너지지원에서 상당한 부담을 짊어지게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한정부는 대북 에너지 지원을 위한 실무작업반을 주도할 수는 있어도 부담을 혼자 떠안을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워싱턴-김연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