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 이달말 개성공단을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페리 전 장관이 최근 들어 미국의 대북 군사공격 가능성을 제기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여 온 만큼, 북한이 초청장을 내주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남한의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9일 서울에서 열린 민주통일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 미국의 페리 전 국방장관이 개성공단을 방문하고 싶다고 알려와 일정을 조정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최근 페리 전 장관이 이달말쯤 개성공단을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남한 언론에 밝혔습니다. 통일부는 페리 전 장관의 요청을 받은 후 북한측에 초청장을 신청했으나 아직까지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이 당국자는 밝혔습니다.
페리 전 장관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지난 1998년 대북정책조정관에 임명돼 8개월 동안 미국의 대북 정책을 전면 재검토했습니다. 페리 전 장관은 당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로 촉발된 한반도 위기를 근본적으로 재평가한 뒤 1999년에 대북 협상을 건의한 이른바 '페리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페리 전 장관은 그러나 최근 들어 북한에 대한 선제 군사행동을 주장하며 강경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지난달 미국 연방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페리 전 장관은 북한이 핵포기를 거부하고 핵능력을 계속 키워나간다면 중국과 남한이 식량과 에너지 지원을 중단해야 하며, 만약 중국과 남한이 대북 압박에 나서지 않는다면 미국은 북한 핵시설에 대한 군사행동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작년 여름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할 움직임을 보이자, 페리 전 장관은 발사대만 정밀 파괴하는 제한적인 군사조치가 필요하다고 미국 워싱턴 포스트 신문에 낸 기고문에서 주장했습니다. 이런 사실을 감안할 때 북한이 비록 개성공단사업을 외국에 널리 알리는데 적극적이지만 페리 전 장관에게 만큼은 초청장을 내주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하순 일부 미국 연방의원 대표단에게는 개성공단 방문허가를 내준 바 있습니다.
한편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의 국가신용평가반 대표단이 9일 개성공단을 방문했습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에서 개성공단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무디스 대표단은 개성공단관리위원회로부터 공단 현황을 설명받고 입주기업들을 돌아봤습니다. 토마스 번 대표단장은 개성공단을 남북한의 희망이 담긴 미래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통일부가 전했습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은 세계 각국의 기업과 정부가 빌린 돈을 제때에 다 갚을 능력이 얼마나 있는지 평가해주는 기관으로, 그 결과에 따라 돈을 빌릴 때 이자와 상환조건 등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남한의 경우 각종 경제지표 외에도 북한과의 관계가 신용평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워싱턴-김연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