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가 핵무기 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에 대해 핵기술 지원사업의 절반가량을 중단했습니다. 이번 조치는 이란이 지난달 말까지 핵활동을 중단하라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정을 무시한데 따른 것입니다.
IAEA, 즉 국제원자력기구 이사회는 8일 중동의 이란에 대한 핵기술 지원 사업 55개 가운데 22개를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중단되는 사업들은 핵연료 개발 기술과 안전조치, 핵발전소 설계 등과 관련된 사업들입니다. 의학과 농업, 인도적 목적 등과 관련된 사업들은 중단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핵무기 개발 의혹 때문에 국제원자력기구로부터 핵기술 지원을 거부당한 나라는 지금까지 북한과 이라크 두 나라밖에 없었습니다. 이번 결정은 국제원자력기구의 모하메드 알바라데이 사무총장이 권고한 사항으로, 이란에 대해 호의적인 이사국들까지 찬성표를 던져 만장일치로 통과됐습니다. 그러나 이란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국제원자력기구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면서 이번 결정을 비난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의 이번 조치는 이란에 대한 유엔 제재의 일환으로 이뤄졌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작년말 채택한 결의안에서 이란이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그리고 중수로 건설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2월21일까지 중단하고 국제원자력기구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결정했습니다. 이 결의안에 따라 유엔 회원국들은 이란과 핵개발 계획에 관련된 어떠한 거래도 할 수 없게 됐으며, 핵개발 계획에 관련된 이란의 해외자산을 동결할 의무를 지게 됐습니다.
그러나 이란은 유엔 결의에 아랑곳 하지 않고 핵활동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초기 연구개발 수준에 있던 우라늄 농축사업을 대규모 생산으로 한 단계 끌어 올렸습니다. 지난달 국제원자력기구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현재 1천개의 원심분리기를 확보해 우라늄 농축을 진행하고 있거나 곧 시작할 단계에 있습니다. 3천개의 원심분리기를 확보하겠다는 이란의 공식 계획에는 아직 크게 못 미치지만, 예상보다 빨리 진전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오는 5월쯤 이란이 계획대로 3천개의 원심분리기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경우 이란은 일 년에 한 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이란 정부는 평화적인 목적의 핵개발 계획만 있으며 핵무기를 개발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핵기술 지원사업을 일부 중단한다는 국제원자력기구의 이번 결정에 대해서도 우라늄 농축사업을 중단할 뜻이 여전히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미국과 유럽은 이란이 일단 우라늄 농축 활동을 중단해야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미국은 항공모함을 이란 인근 해역에 배치하고, 이란 금융기관들에 대한 금융제재를 가하면서 이란이 협상에 나오도록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와 아울러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사국들과 독일 대표들은 이란에 대한 추가 유엔 제재 결의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국가들은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해 핵개발 계획에 관여하고 있는 이란 인사들의 여행과 국제금융거래를 차단하는 등 이란에 대한 제재수위를 높인다는 계획입니다. 그러나 이란과 대규모 무역거래를 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갖는 거부권을 앞세워 이란에 대한 추가 유엔 제재에 반대하고 있어, 쉽게 결론이 나지 않고 있습니다.
워싱턴-김연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