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한나라당, 안희정씨 대북 비밀접촉 국정조사 방침

남한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씨가 남북정상회담 추진차원에서 지난해 북한의 고위급 인사와 비밀리에 만난 사실이 확인되자, 야당인 한나라당이 진상규명을 위해 국정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연호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대통령 측근인 안희정씨는 아무런 공식 직책도 없는 사람인데, 안씨가 북한의 누구와 만나 무엇을 얘기한 겁니까?

안희정씨는 작년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의 리호남 참사와 비밀리에 만나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당시 만남은 남한의 대북 사업가와 시사주간지 기자가 중간에서 주선해서 이뤄졌는데요, 이들에 따르면 리호남 참사가 먼저 남북정상회담을 논의하고 싶으니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씨를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종석 당시 통일부 장관은 자문을 구하러 온 안희정씨에게 리호남 참사가 믿을만한 인물인지 의심스럽고, 북측과 비밀 접촉을 할 경우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문제는 결국 노무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데요, 리참사의 얘기를 신뢰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라는 지시가 내려졌습니다. 안희정씨는 리호남 참사를 만난 자리에서 공식적인 조직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하자고 설득했지만, 결국 성과없이 헤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이 왜 문제가 되고 있는 겁니까?

우선 공식 직책도 없는 안희정씨가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비밀리에 남북정상회담 같은 중요한 사안을 논의했다는 게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남북한 관계가 여러 방면에서 활성화되면서 정부차원의 공식 대화 통로가 마련돼 있는데 이를 비켜간 것은 투명한 대북정책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입니다. 떳떳하게 밝히지 못할 뒷거래를 북한과 하려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 있는 겁니다.

또 금년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과 여당이 남북정상회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안희정씨가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북한 인사를 만난 것은 남한의 실정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야당인 한나라당에서는 국정조사까지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요?

한나라당은 안희정씨와 리호남 참사의 비밀접촉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국회차원의 국정조사를 해야한다는 방침을 30일 정했습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비선을 동원한 남북정상회담 추진은 대통령선거 위한 것이거나 정치 판세를 흔들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국민적 차원에서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나경원 대변인은 안희정씨가 통일부에 신고없이 북측 인사를 접촉한 것은 남북관계발전기본법과 남북교류협력법 등 실정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국회의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불법성 여부를 철저히 따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강재섭 대표는 북한이 핵을 폐기하기도 전에 밀사를 보내 남북정상회담을 구걸하는 구태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직책이 없는 민간인을 통해 국가 중대사를 추진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남한 정부는 그간 대북 접촉에 있어 투명성을 강조하면서 정상회담 추진설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해왔는데,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한 셈이 됐죠?

그렇습니다. 우선 노무현 대통령 자신이 남북 접촉과 관련해 투명성을 강조해왔습니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 자신은 지난 1월25일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아무런 시도도 한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2월8일엔 당시 한명숙 국무총리가 대통령 측근이 북한측과 접촉한 일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모두 안씨의 북한인사 접촉과 관련해 부인한 셈입니다. 그런데 엊그제 청와대 이호철 실장은 노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안씨가 북측 인사를 만나도록 했다고 밝혔습니다.

워싱턴-김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