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대선 출마 결심 굳힌듯


2007.11.02

워싱턴-김연호 kimy@rfa.org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남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뜻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권 도전의 판세가 크게 흔들릴 전망입니다.

이회창: 말씀드릴 때가 오면 말씀드리겠습니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회창 전 총재는 여전히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측근들의 발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흥주 특별보좌관은 이 전 총재가 정계에 복귀해서 후보로 활동하게 되면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선거자금 문제와 관련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행동으로 설명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특보는 이 전 총재가 자신의 정치 일생과 생명을 거는 심정으로 결단을 준비 중이며, 좌파정권을 종식시키는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뤄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발언들로 미뤄볼 때 이 전 총재가 다음주 중에 한나라당을 탈당한 뒤 출마선언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입니다.

이회창 전 총재의 지지율도 오르고 있습니다. 지난주 불교방송의 여론조사에서 14%의 지지율로 3위를 달리던 이 전 총재는 이번주 MBC 방송이 코리아 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20%를 넘기면서 대통합신당의 정동영 후보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습니다.

반면 50%가 넘는 지지율을 얻고 있던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는 이 전 총재의 등장으로 지지율이 40%로 뚝 떨어졌습니다. 보수층의 일부가 보수색깔이 확실한 이 전 총재를 지지하기로 마음을 바꾼 겁니다. 이 전 총재가 실제로 출마를 선언할 경우 보수층의 분열은 더 커질 전망입니다.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가 아직까지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기는 하지만, 주가 조작설을 앞세운 범여권의 공격에 시달리고 있는데다 이회창 전 총재까지 대통령 선거에 뛰어들 경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더해 충정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국민중심당측에서 이 전 총재가 출마하면 당을 해체하고 영남권과 범보수세력까지 모두 아우르는 정치세력을 새롭게 만들 수 있다고 밝히고 있어, 이 전 총재를 중심으로 정치권의 세력 판도가 크게 바뀔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 전 총재와 연대 대상으로 꼽히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아직까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명박 후보측은 이 전 총재가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선거자금 운용에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하면서 이 전 총재의 자질 문제를 거론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안에서도 보수층의 분열을 걱정하며 이 전 총재의 출마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설과 한나라당의 내분으로 반사이익을 기대했던 대통합신당의 정동영 후보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여론의 관심이 이명박 후보와 이 전 총재의 대결에 모아지면서, 정 후보가 대통령 선거 구도에서 아예 밀려날지 모른다는 걱정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 대통령 선거는 12월 19일 치러집니다. 그동안의 경험에 미루어 볼 때, 앞으로 두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판세가 바뀌기에는 아직도 충분한 시간이라는 것이 남한 정치 분석가들의 평입니다. 버시바우 주한미국 대사도 한국의 대통령 선거는 미국과 달리 변수가 많아 흥미롭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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