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을 통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 씨가 마카오에 체류 중인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영국의 로이터 통신은 김정남의 마카오 출연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직 후계자를 임명하지 못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최근 일본 언론과 서방 언론을 통해 김정남이 마카오 체류 중인 것으로 확인이 됐지만, 그가 정확이 어디에 거주하는 지, 또 왜 마카오에서 체류하고 있는 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8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김정남과 그의 가족이 살고 있다고 보도된 마카오의 고급 주택 앞에는, 김정남의 일거수 일투족을 취재하려는 세계 각국의 언론인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주택의 경비원은 로이터 통신에, “김정남이 마카오에 있는 것은 맞지만, 여기에 살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김정남은 마카오 시내의 한 고급호텔에 자주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카오 중심부에 있는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의 한 직원은 로이터 통신에, “지난 몇 년간 호텔에서 김정남을 자주 봤다며, 그러나 뭘 하고 있었는 지는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이 직원은, “우리는 그를 그냥 김 선생(Mr. Kim)이라고 불렀다”고 덧붙였습니다.
통신은 한 때 김정일의 후계자로 여겨졌던 김정남이 이처럼 마카오에 체류하고 있는 것은 김정일이 세 아들 중에서 아직 후계자를 결정하지 못한 것을 암시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통신은 북한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한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아직도 후계자가 결정되지 못한 것은 자연스럽지 못하며, 이는 일종의 세력 다툼이 있는 것을 의미 한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언론매체를 분석하는 일본 라디오 프레스의 (스즈키 노리유키) 수석분석가는 “김정남이 자유롭게 북한 밖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은, 김정일의 뒤를 잇지 않을 것이라는 증거”라고 말했습니다. 스즈키 씨는 따라서 김정남에게 어떤 일이 생기던지 북한 정권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김정남이 암살되거나 납치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통신은, 최근에는 김정일의 둘 째 아들인 김정철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도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정철은 노동당의 선전부를 책임지는 임무를 부여받았는데, 과거 김정일이 고 김일성 국가주석의 뒤를 잇기 전에 맡았던 것과 비슷한 직위라는 것입니다. 통신은 그러나 과거 김정일의 요리사로 있었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 씨의 말을 인용해, 김정일 위원장은 김정철이 여자 같아서 나라를 이끌 능력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통신은 또 김정일의 세 번 째 아들인 김정운이 세 아들 중 가장 능력이 있고, 김정일 위원장도 정운을 가장 아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장자우선의 유교사상 때문에, 막내 아들이 김정일의 후계자가 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편, 한 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김정남의 모습이 언론에 처음 공개된 것은 지난 달 30일 입니다. 30일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에 이어, 1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지는, 김정남이 3년 전 부터 마카오에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김정남과 가족이 살고 있는 주택은, 마카오 시내에서 차로 15분 떨어진 ‘주완 하오위안’에 위치한 360만 달러짜리 최고급 주택이라고 전했습니다.
남한의 일간지 조선일보도 현장 취재 결과 김정남이 마카오에서 둘째부인인 장길선 씨, 그리고 아들과 함께 이 주택에서 벌써 10여 년 째 살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마카오의 한 소식통은 조선일보에, ‘김정남은 북한의 김정일 비자금 조성과 관리 본부인 39호실에서 측근들이 모두 숙청되거나 없어져 외롭다는 처지를 하소연하며, 툭하면 폭음을 한다며, 맥주와 소주를 섞은 폭탄주를 10잔까지 가볍게 마신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TBS 방송도 2일 마카오 시내 고급 호텔에 있는 김정남의 모습을 촬영해 방송하기도 했습니다.
워싱턴-이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