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묶인 돈을 받는 즉시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을 받아들이겠다고 평양을 방문한 미국 대표단에게 밝혔습니다. 북한은 특히 최근 핵합의에 따라 당초 오는 14일 시한으로 돼 있는 영변 핵시설 폐쇄 약속은 지키기 어렵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미군 유해 송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 미국의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와 앤소니 프린시피 전 보훈장관 일행이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9일 만났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계관 부상은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묶여 있는 2천5백만 달러를 받으면, 곧바로 국제원자력기구 사찰관들을 불러들이겠다고 말했습니다. 김 부상은 그러나 영변 원자로를 시한에 맞춰 이달 14일까지 폐쇄하기는 어렵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은 지난 2월13일 타결된 6자회담에서 중유 5만톤을 받는 대신 60일 안에 영변 핵시설을 폐쇄 봉인하고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를 받아들이기로 약속했습니다. 프린시피 전 장관은 북한이 핵시설 폐쇄조치를 시작할 수는 있어도, 14일까지는 시간이 촉박해 폐쇄조치를 마무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6자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도 9일 일본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 동결자금 처리 문제로 인해 북한의 핵폐기 초기 이행초기가 기한 내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프린시피 전 장관과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있는 빌 리처드슨 주지사는 김계관 부상에게 6자회담 합의를 지키는데 성의를 보일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6자회담을 이달 14일 전에 다시 열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 모여 북한의 핵폐기 초기단계 조치에 관한 협상을 시작했으나, 북한이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묶인 돈을 아직 받지 못했다며 회담을 거부하는 바람에 성과 없이 헤어졌습니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영변 핵시설을 둘러보고 싶지만 정치적인 문제가 많이 얽혀 있다고 말해, 핵시설 방문이 성사되기 어렵다는 점을 내비쳤습니다. 앞서 리처드슨 주지사는 8일 미국 NBC 뉴스와의 회견에서 북한이 핵무기 개발계획을 포기하고 미국과 관계를 개선할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북한도 핵무기 폐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미국 대표단과 만난 김계관 부상은 5분 동안의 공개회담에서 미국 대표단의 이번 북한 방문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 대표단은 미군 유해 송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민간대표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했지만, 6자회담 미국측 차석대표를 맡고 있는 빅터 차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국장도 포함돼 있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북한 군장성에 따르면,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의 표시로 미군 유해 여섯 구를 이번에 미국 대표단에게 넘겨줄 것이라고 AP 통신은 전했습니다.
워싱턴-김연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