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제금융기구 지원받으려면 갈 길 멀어”

북한이 최근 6자회담 타결로 에너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세계은행 같은 국제금융기구로부터 도움을 받아 경제를 되살리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북한경제 전문가들이 충고했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우선 북한이 최근 6자회담 타결로 얻게 되는 경제적 이득은 무엇입니까?

지난 13일 타결된 6자회담으로 북한은 우선 중유 5만톤 상당의 에너지 지원을 받게 됐습니다. 대신 북한은 60일 안에 핵시설을 폐쇄 봉인하고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다음 단계에서는 핵시설을 다시 가동할 수 없도록 하는 이른바 불능화 조치를 취하고 핵개발 계획을 빠짐없이 모두 신고해야 하는데요, 그 대가로 북한은 중유 95만톤 상당의 경제, 에너지 혹은 인도적 지원을 받게 됩니다. 북한에 대한 지원은 30일 안에 가동될 경제 에너지 지원 실무작업반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되는데 의장국은 남한이 맡습니다.

6자회담 타결로 받게 되는 지원이 북한 경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까?

북한이 식량과 에너지를 외부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6자회담 참가국들의 지원은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침체에 빠진 북한 경제를 되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세계은행에서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부총재의 수석자문관을 지내면서 북한경제를 담당했던 브래들리 뱁슨 (Bradley Babson)씨는 지난 21일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6자회담 참가국들의 대북 지원은 핵폐기 조치들에 대한 정치적 보상에 그칠 뿐이며 북한 경제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풀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뱁슨 자문관은 따라서 6자회담에서 합의된 대로 북한의 경제. 에너지 지원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작업반이 가동되면 정치 논리만 따를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경제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경제를 근본적으로 되살릴 수 있는 정도의 지원이 이뤄지려면 엄청난 자금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다. 당장 필요한 식량과 에너지를 지원하는데 그치지 않고 북한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개발사업이 이뤄지려면 대규모 투자가 있어야 합니다. 북한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세계은행 같은 개발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국제금융기구들에 도움을 요청했는데요,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아직 세계은행에 가입조차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북한이 세계은행에 가입하려면 어떤 문제들이 해결돼야 하는 겁니까?

무엇보다 세계은행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 일본과 관계를 정상화해야 합니다. 미국 국무부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고 관련법에 따라 북한의 세계은행 가입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일본도 북한이 납치한 일본인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북한의 세계은행 가입에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이 미국 일본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 말고도 근본적인 경제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경제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세계은행 가입이 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란드 선임연구원은 로이터 통신과의 회견에서 북한이 세계은행 뿐만 아니라 국제통화기구와 아시아 개발은행에도 가입을 타진했지만, 가입 절차가 까다롭고 무조건 달라는 대로 돈을 내주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는 더 이상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6자회담에서 북한은 미국 일본과 각각 관계정상화를 위한 양자대화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는데요,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에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보는 시각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뱁슨 전 세계은행 자문관은 로이터 통신과의 회견에서 이번 6자회담에서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빼는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제의를 한 것은 더 이상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뱁슨 전 자문관은 그러나 북한 문제에 관한한 어떤 국제금융기구도 6자회담 틀 밖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해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일본이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을 막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워싱턴-김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