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올해 100만 톤 가량의 식량이 부족하다고 밝히면서, 세계식량계획에 대북식량 원조를 요청했다고 이 기구의 밴버리 (Tony Banbury) 아시아담당 국장이 밝혔습니다. 밴버리 국장은 또 국제사회의 대북지원이 상당량 감소해, 최고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세계식량계획의 현 사업조차 차질을 빚고 있다며 우려했습니다.
지난 22일부터 엿새간 북한을 방문한 세계식량계획의 토니 밴버리 아시아담당 국장은 28일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 당국의 절박한 식량사정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밴버리 국장에 따르면, 북한은 그동안, 자체 생산량에서 모자란 부분을 국제사회의 지원이나 중국으로부터의 상업적인 수입 등을 통해 채워 왔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 홍수로 국내생산량이 떨어지고, 여기에 국제사회로부터의 지원이 75%가량 떨어지면서 부족 양을 채울 수 없게 됐습니다. 밴버리 국장은 물자가 부족해 북한 주민들을 돕기가 어렵다며, 특히 스스로 식량을 확보하기 어려운 수 백 만 명의 취약계층이 우려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루 빨리 국제사회로부터 식량원조가 이뤄지길 호소했습니다.
벤버리 국장과 함께 북한 곳곳을 둘러보고 현재 남한을 방문중인 장 피에르 드마저리 세계식량계획 평양사무소 대표는, 28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자국의 식량 문제를 인정하고 도움을 청한 것은 전에 없던 일이라며, 북한의 식량 부족이 정말로 심각함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Jean-Pierre de Margerie: (For the first time, they invited us to explore the possibility of expanding our operation.)
북한 당국이 저희 세계식량계획을 초청해 대북사업 확장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하도록 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현재 세계식량계획의 사업 규모는 가장취약한 계층에, 1년에 약 7만 5천 톤 가량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북한 당국은 세계식량계획이 사업 규모를 늘였으면 좋겠다는 입장이었고, 이에 저희들은, 그동안 세계식량계획에 지원을 해온 국가들을 비롯해 집행이사회와 논의를 할 것이며, 사업을 확장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답변을 했습니다. 북한 측의 이 같은 입장은, 북한에 식량이 정말로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주체사상을 강조하는 북한 당국이 추가로 도움을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아주 드문 일입니다.
현재 세계식량계획은 대북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기금을 마련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작년에 북한이 미사일과 핵실험을 강행한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이 차질을 빚거나 중단되면서 북한의 식량사정은 더욱 악화됐습니다.
세계식량계획은 2년짜리 대북 식량지원사업을 위해, 총 1억 2백만 달러를 모금하기로 계획을 세웠으나, 3월 현재, 당초 목표 계획의 18%만 간신히 채웠을 뿐입니다. 세계식량계획은 지난해 4월부터 백 90만 명의 북한 주민에게 식량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외부 원조 부족으로, 현재 겨우 70만 명에게만 식량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드마저리 평양사무소 대표는, 지난 90년대 중반 기아사태 이후, 북한 주민들의 영양상태가 많이 개선됐는데, 외부의 지원 부족으로 다시금 영양상태가 나빠질 것이라며 우려했습니다.
Jean-Pierre de Margerie: (In response to that(famine), there was lots of humanitarian assistance, and these malnutrition rates were cut by half.)
북한의 기아사태가 터지자, 국제사회로부터 상당한 인도적 지원이 이뤄졌습니다. 덕분에, 영양 부족률도 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지난 2004년 유니세프와 공동으로 실시한 북한 내 영양 상태에 대한 조사 결과입니다. 엄청난 성과죠. 그러나 2006년은 아주 어려운 해였습니다. 올해 1사분기도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그렇지만 상황은 전혀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지원국들도 아직 돕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구요. 또한 남한이나 중국에서도 식량이 지원되지 않고 있습니다.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지난 10년 동안 어렵게 얻은 성과들이 다 무너질까 걱정이 됩니다.
드마저리 대표는 최근 6자회담에서 핵 합의가 이뤄지는 것을 지켜보며, 대북 지원상황도 개선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 면서도, 정치적인 사안을 논의하느라 식량문제는 거론될 여지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드마저리 대표는 이어 남한 통일부, 외교부 장관 등을 만나 북한의 식량사정을 정확히 알리고, 대북지원을 호소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워싱턴-이진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