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발생한 대형사고의 보험금 지불 여부를 놓고 북한측과 보험회사가 영국에서 법정 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보험회사측은 북한이 사고액수와 인명피해 규모를 속여 보험금을 타내려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북한측은 보험회사측이 보험금을 주지 않기 위해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김연호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문제가 된 대형사고에 대해 알아보죠. 언제 일어난 사고입니까?
이 사고는 지난 2005년 4월에 발생했습니다. 북한 고려항공 소속의 응급의료용 헬리콥터 한 대가 임산부를 옮기던 중에 평양 인근에서 추락했습니다. 추락지점은 재난 구호물자를 보관한 정부 창고였는데요, 이 사고로 창고안에 있던 구호물자들이 대부분 불에 타버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고가 이후에 피해보상은 어떻게 이뤄졌습니까?
이런 사고에 대비해 고려항공이 조선국영보험공사에 미리 보험을 가입했기 때문에, 일단 보험공사측은 고려항공에 보험금을 지급했고, 고려항공측은 이돈을 받아 다시 문제의 정부 창고측에 보상금을 지급했습니다. 그 뒤 조선국영보험공사는 영국의 재보험회사들에게 4천4백만 유로, 미화로 약 5천 7백만 달러의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보험회사들은 혼자서 피해보상을 해줄 수 없는 대형 사고들에 대비해 더 큰 보험회사의 재보험에 가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국의 재보험회사들이 북한 조선국영보험공사가 청구한 보험금을 줄 수 없다, 이렇게 나오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영국의 재보험사들은 북한측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우선 북한측이 사고가 발생한 지 불과 열흘도 안돼서 수십만개에 이르는 피해 물품의 목록을 빠짐없이 제출했다는 사실부터 의심을 사고 있습니다. 사고 발생후 혼란한 상황에서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피해내역을 자세히 보고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이라는 게 보험회사측의 판단입니다. 재난 구호 체제가 잘 갖춰진 영국에서도 이런 규모의 사고에 대해 피해보고를 할 경우 보통 몇 달은 걸리기 때문입니다. 피해 규모도 부풀려졌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데요, 북한측이 제출한 피해 현장 사진을 보면 불에 탄 물자들이 보이는데 수십만개까지는 될 수 없다는 게 영국 재보험회사측의 주장입니다.
북한측의 반발이 컸을 텐데, 어떤 대응을 보였습니까?
영국의 더 타임스 신문이 26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영국 재보험회사들과 북한측이 서명한 계약서에는 양측간에 분쟁이 발생할 경우 북한법에 따라 해결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달 평양 법정에서 이 문제가 다뤄졌는데요, 법원은 영국의 재보험회사들이 조선국영보험공사측에 4천4백만 유로의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그래도 영국 재보험회사들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자 조선국영보험공사는 이 문제를 영국 법정으로 가져갔습니다.
영국 법정에서는 이 문제가 어떻게 풀릴 전망입니까?
아직 소송이 진행 중이라 뭐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북측을 대리하고 있는 법률회사 엘본 미첼 (Elbrone Mitchell)은 영국 더 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영국 재보험회사들이 지난 9년동안 꼬박꼬박 보험료를 받아 챙겨놓고 이제 와서 보험금을 내주기가 싫으니까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이에 대해 영국 재보험회사들을 대리하고 있는 법률회사 클라이드 (Clyde)는 북한 정권이 적법한 일을 한다고 믿기 어렵다며 북측이 주장하고 있는 사고가 사실인지도 의심스럽다고 반박했습니다.
워싱턴-김연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