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급증, 태국 정부 골머리

워싱턴-이진희

근래 중국 등 제 3국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들 사이에 태국에 가면 남한으로 가장 빨리 갈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태국으로 밀입국하는 탈북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태국 정부는 밀려드는 탈북자들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이진희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을 살펴봅니다.

태국으로 밀입국하는 탈북자 수가 특히 올해 들어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인데요?

네, 17일 영국의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태국과 라오스 버어마 국경에 걸쳐있는 소위 골든트라이앵글 지역과 접한 태국 북부 치앙사엔을 통해 밀입국한 탈북자 수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지난 2005년에는 94명에 불과하던 것이 이듬해엔 157명이었으나, 그리고 올해는 반 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160명 가까이로 불어났습니다. 태국 전체로 보면, 올해 약 300명 정도의 탈북자가 밀입국했습니다.

탈북자들이 갑자기 늘어나는 것에 대해 태국 정부가 큰 부담을 느낄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태국은 자국 국민 3만 여명이 남한에서 불법 취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탈북자 문제도 조용하게 처리하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렇지만 올 들어 탈북자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자 태국 정부는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태국 정부는 탈북자 수를 줄이기 위해, 일부러 탈북자 처리 기한을 늦추고 있습니다.

한 태국 경찰관은 로이터 통신에 당장 탈북자들에 대한 면담을 시작하면, 탈북을 중개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탈북자들을 태국으로 보내게 된다며 처리 기한 지체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북부국경지역에 위치한 이민국 관계자는, 탈북자를 방콕으로 이송하는 기한이 통상 30일이었는데, 45일로 늦추라는 비공식적인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탈북자 처리를 지연하면 이들의 남한 행도 늦춰지는 것이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현재 태국 북부를 통해 한 달에 적어도 60명의 탈북자가 밀입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처리가 지연되다보니 태국에 남게 되는 탈북자 수가 늘고, 따라서 때론 처리 지연에 따른 단식농성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지난달 말 태국 방콕 수용소의 탈북자 400명이 조속한 한국행을 요구하면서 단식농성을 했습니다.

방콕으로의 이송이 늦어지면 지방 이민국에서 탈북자들을 한동안 관리를 해야 하는데, 중앙 정부로부터 어떤 지원이 이뤄지나요?

중앙정부로부터 추가 인력이나 예산 지원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젭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역 이민국 관리들은 탈북자들의 통역을 해 줄 사람도 없어, 지역의 한국학생이나 선교사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월급도 많지 않은 국경경비대원들이 탈북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개인 호주머니까지 털고 있는 실정입니다.

치앙사엔의 한 경찰은, 방콕에 탈북자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많지만 책임을 지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취재에 따르면, 태국 이민국은 방콕 본부의 수용소 대신에 지방 이민국으로 넘쳐나는 탈북자들을 분산 수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