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최근 북한이 수해를 입은 뒤 또다시 식량난이 가중되면서 세계식량계획 등 국제구호기관은 물론 남한과 중국 등이 대대적인 대북 지원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이름난 북한경제 전문가인 마커스 놀란드(Marcus Noland)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원(PIIE) 선임 연구원은 북한 식량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지금처럼 단순한 인도주의적인 지원이 아니라 북한의 산업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경제 개혁으로 나서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변창섭 기자가 회견했습니다.
북한이 최근 집중호우로 수해가 발생한 뒤 국제사회의 지원이 또다시 줄을 잇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제사회의 오랜 지원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식량난은 별로 나아질줄 모르고 있는데요, 이런 현실을 어떻게 봅니까?
북한은 최근 심각한 수해를 입었어요. 따라서 이번처럼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원조를 해야지요. 그러나 장기적인 문제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계획이 올해 벌써 13년째 접어들고 있는데, 이걸 보면 북한에 단순히 일기 악화라든가 자연재해가 아닌 뭔가 조직적인 문제가 있다고 봐야지요. 국제사회가 지난 10여년 북한에 지원한 액수가 20억달러가 넘습니다. 현재 중국과 남한을 제외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비협조적인 태도와 세계 여타 지역에서의 수요 등으로 인해 북한에 대한 식량원조에 점점 더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이 이런 만성적인 식량난을 이길 수 있는 방안이라도 있습니까?
대북 식량문제를 풀 수 있는 장기적인 해결책은 지금처럼 국제사회가 북한에 더 많은 원조를 할 게 아니라 북한의 산업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이를 통해 북한은 외화를 벌어들여서 좀 더 효율적으로 곡물을 생산할 수 있는 다른 나라들로부터 다량의 식량을 수입할 수 있는 것이죠. 다시 말해서 북한은 공장에서 만든 물건과 광물 등을 해외로 수출해 외화를 벌어 이걸로 캐나다나 아르헨티나, 호주 등에서 곡물을 수입하면 됩니다. 북한이 수입 대금을 갚기 위해선 수출을 확대하고 외국인 투자도 늘려야 합니다.
북한이 단순히 국제사회의 식량원조에 기대선 안된다는 말입니까?
우리가 바라는 것은 북한이 국제사회에 의존하지 말고 제 힘으로 외화를 벌어서 국제시장에서 식량 구입에 나서라는 것입니다. 북한이 그런 쪽으로 갈 수 있도록 권장하는 데든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그 하나는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의 조력을 받아 경제개혁을 권장하는 것입니다.
또 다른 방법은 북한이 국제시장에서 일정량의 곡물을 구입할 경우 세계식량계획도 그에 부응해 북한에 식량을 주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이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많은 돈을 쓰겠다면 그만큼 더 많은 지원을 국제사회로부터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주자는 겁니다.
금방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의 조력 말씀을 하셨는데, 이들 기관이 도와주려면 먼저 북한이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풀려야 하는데요?
북한은 이미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되기 위한 일부 조처를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겠지만, 그 과정에서 북한에 적극 권장할 것은 테러명단에서 제외될 경우 정말로 북한이 얻게 될 이득이 많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겁니다. 이를테면 아시아개발은행이나 세계은행에 가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진다는 것이죠. 이들로부터 경제개발에 따른 기술 원조, 나아가 경제개발에 필요한 차관까지도 얻어낼 수 있다는 겁니다. 현재 이런 문제가 6자회담 틀 안에서 논의 중에 있습니다.
근래 추세를 보면 중국과 남한의 대북지원은 늘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지원은 줄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북한이 국제사회의 지원 여부에 별로 신경 안 쓰는 것 아닙니까?
그게 현실이다. 그래서 말인데요, 중국과 남한으로 하여금 다자적 대북 식량지원 방식에 참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 분야에 있어 남한은 다소 진전이 있었습니다. 현재 세계식량계획의 대북식량 프로그램의 효율성과 남한과 중국의 그것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세계식량계획은 기아 구제와 관련해 오랜 경험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세계식량계획은 북한의 지도층이 소비하고 싶은 식으로 식량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지원 식량도 쌀보다는 오히려 옥수수나 보리, 수수처럼 지도층이 별로 내켜하지 않는 것들이 주를 이룬다. 이런 곡물은 부자들보다는 불쌍한 주민들에게 갈 가능성이 더 많죠. 세계식량계획은 또 상당량의 곡물을 식량난이 최악인 북한 북동부쪽에 보내고 있습니다.
그럼 남한이나 중국은 어떻습니까?
남한이나 중국의 대북지원은 북한 지도층이 먹고 싶어 하는 쌀의 형태로 대부분 이뤄지는 게 대조적입니다. 또 그렇게 지원되는 곡물의 대부분이 그다지 식량문제가 가장 적은 북한 남서부, 특히 남포를 통해 들어갑니다. 그만큼 대북식량이 지도층에게로, 또한 식량문제가 그다지 심각하지 않은 지역으로 쉽게 전용되는 형태로 전달되고 있는 셈이죠.
그런 측면에서 세계식량계획은 훨씬 더 진지한 인도주의적 프로그램을 갖고 있습니다. 저를 비롯해 일부가 지난 2년간 남한의 대북지원 정책을 비판했는데요, 남한 정부가 지금은 그런 정책을 바꾸기 시작해 요즘은 직접 북한에 주기보다는 세계식량계획 등을 통해 주는 양을 늘리고 있어요. 앞으로도 세계식량계획을 통한 대북 지원을 더욱 늘려야 한다고 봅니다.
최근 세계식량계획이 북한에서의 식량분배 활동과 관련해 감시와 현장접근을 더욱 강화하라는 외부 감사의 권고를 받았는데요.
북한은 세계식량계획에 대해 북한에 한국어를 할 줄 알거나 한국계 직원을 파견해서는 안된다는 제약을 가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한국인이나 한국어를 할 줄 아는 한국계 미국인은 세계식량계획의 대북 활동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이런 제약 아래에서 효율적으로 식량분배를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한국인들이 수두룩합니다. 현재 남한 정부는 세계식량계획을 통해 상당한 대북원조를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남한이 북한에 대해 세계식량계획의 대북활동에 남한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주장해야 합니다. 북한도 주요 원조국인 남한이 그런 요구를 하면 거부하기 무척 힘들 것입니다. 남한이 그렇게만 해준다면 세계식량계획의 대북활동은 좀 더 효율적이 될 뿐 아니라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으며, 강화될 수 있다고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