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핵개발 계획에 대한 정보가 불확실함을 인정하자,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이 문제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그동안 고농축 우라늄 계획은 북한 핵문제를 푸는 큰 걸림돌이 돼 왔습니다.
북한이 과연 미 정보당국의 판단대로 고농축 우라늄 핵계획을 갖고 있었는지 여부가 미국 정가의 큰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에 이어 북한 문제에서도 정보 분석에 한계를 드러냈다고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부시 행정부는 지난 2003년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정보당국의 분석을 근거로 이라크 침공을 결정했는데, 그 뒤 이 정보가 틀렸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민주당의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는 AFP 통신과의 회견에서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계획에 관한 정보가 조작됐음을 누군가 얘기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의 칼 레빈 상원 군사위원장도 게이츠 국방장관과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이 문제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내겠다고 밝혔습니다.
부시 행정부는 지난 2002년 10월 북한이 비밀리에 고농축 우라늄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고 북한의 강석주 외무성 부상도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에게 이를 시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중앙정보국도 2002년 11월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계획에 필요한 물자를 구입해 공장을 건설 중이며, 이 공장이 가동될 경우 매년 2기 이상의 핵무기에 들어가는 무기급 우라늄이 생산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 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핵동결에 대한 대가로 매년 보내던 50만 톤의 중유를 2002년 말부터 끊었습니다. 전임 정부인 클린턴 행정부가 1994년 북한과 맺은 기본합의를 사실상 거부한 것입니다. 그 뒤 고농축 우라늄 계획은 북한 핵문제를 푸는데 큰 걸림돌이 됐습니다.
부시 행정부는 그러나 북한이 지난달 타결된 6자회담에서 핵개발 계획을 빠짐없이 신고하기로 약속한 만큼, 고농축 우라늄 계획도 진전수준과 상관없이 신고대상이 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28일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계획에 필요한 장비를 구입한 것은 사실이며, 이것은 미국에게 여전히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북측도 이 점을 이해하고 있으며, 앞으로 두 나라 전문가들이 만나 이 문제에 대해 만족할 만한 결과를 도출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2일 일본을 방문한 존 네그로폰테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북한이 과거 고농축 우라늄 핵개발계획을 갖고 있었음을 미국 정보당국이 강하게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이 계획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신의 정도가 떨어짐을 인정했습니다. 앞서 미국 국가정보국의 조셉 디트라니 북한담당관도 지난 27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현재 북한에 고농축 우라늄 계획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 중간 수준의 확신만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미국 정보당국 안에서 이른바 ‘중간 수준의 확신’은 관련 정보가 여러 방향으로 해석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워싱턴-김연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