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문제가 해결되는 즉시 국제원자력기구 실무대표단을 초청해 핵동결 조치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문제에 대한 해법을 두고 북한과 미국 등이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 북한 핵문제가 다시 장기간 답보상태로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리제선 원자력총국장이 20일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에게 편지를 보내, 핵동결 문제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17일 국제원자력기구가 사찰단의 북한 방문을 어떻게 할지 물어왔고, 여기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편지를 보냈다는 설명입니다. 리제선 총국장은 이 편지에서,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묶인 북한 돈이 실제로 풀렸는지 확인되면 그 즉시 국제원자력기구 실무대표단을 초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월 6자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영변 핵시설의 가동을 중지하고 이를 검증. 감시하는 절차를 국제원자력기구와 논의할 준비도 돼 있다고 리 총국장은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6자회담 합의를 이행하겠다는 뜻에는 변함이 없지만, 아직도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묶인 돈이 완전히 풀리지 않아 핵동결에 나설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리 총국장은 현재 북한측과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사이에 문제해결을 위한 실무 교섭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의 한 관계자는 20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리 총국장이 편지를 보냈다는 것은 북한이 하는 얘기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에 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기를 거부했습니다. 앞서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지난달 북한을 방문해 핵동결과 검증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당시에도 북한이 방코델타아시아 은행과 관련된 금융제재가 먼저 풀려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ElBaradei: They are waiting for the lifting of financial sanctions associated with the Macau bank.
지난 2월 13일 타결된 6자회담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4월14일까지 핵시설을 폐쇄 봉인하고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를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그러나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묶인 돈을 먼저 손에 넣어야 한다며 버티다 결국 시한을 넘겨버렸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이 은행에 묶여 있던 북한계좌 52개를 지난 11일 모두 풀어준 만큼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입장입니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해온 일본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20일 미국이 내놓은 해법이 북한의 정상인 국제금융거래를 담보하는 방식이었다면 북한의 핵동결조치는 벌써 이뤄졌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묶여 있던 북한돈 2천5백만 달러를 풀어주는 것만으로 문제가 풀렸다고 볼 수 없다는 겁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북한의 의도가 단순히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문제를 넘어서 북한이 정상적으로 국제금융체제에 편입하도록 미국이 도와줘야 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중국도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미국이 보다 적극적인 ‘정치적 의지’를 갖고 대처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교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측은 19일 베이징을 방문한 남한의 임성남 외교통상부 북핵외교기획단장에게 이같은 입장을 밝혔습니다. 중국은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문제가 풀리기 전에 6자회담을 열기 어렵다는 뜻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문제에 대한 관련국들의 입장차이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북한 핵문제를 풀기 위한 6자회담도 장기간 헛돌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워싱턴-김연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