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롤터 갈등으로 EU 대북 사치품 규제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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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령인 지브롤터의 영유권 문제를 둘러싼 영국과 스페인간의 갈등으로 인해 EU, 즉 유럽연합의 대북 사치품 수출 규제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는 지난해 10월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에도 불구하고, 영국과 스페인의 영토 분쟁 때문에 당분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헤네시 코냑과 카르티에 손목시계 등 사치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고 1일 보도했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즈에 따르면, 유럽연합이 지난해 11월 결의한 대북 사치품 수출 규제안을 유럽연합 회원국들에게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과정에서, 현재 영국령인 지브롤터를 대북 제재에 동참할 “합법적인 당국”(competent authorities)의 하나로 명시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지브롤터는 지중해 상에서 아프리카와 유럽의 분기점인 지브롤터 해협 쪽을 향해 남북으로 뻗어 있는 면적 6.5 km2, 인구 3만 명의 바위 곶입니다. 지난 1713년 유트레히트 조약에 따라 영국에 양도됐는데, 이후에 스페인은 계속적으로 지브롤터의 영유권을 주장해 왔습니다.

스페인은 대북 수출 규제에 관여하는 나라대상에서 지브롤터를 빼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스페인 외무부는, 국제정치상 지브롤터를 ‘합법적인 당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지브롤터가 스페인 땅에 있는 만큼 독립된 국가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영국은, 지브롤터가 빠지게 되면 대북 수출 규제에 구멍이 생긴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이처럼 양국의 대립이 지속되면서, 유럽연합의 대북 사치품 수출 규제 조치가 미뤄지고 있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영국과 스페인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유럽 국가들이 독자적으로 대북 수출규제에 나설 수 있지만, 유럽연합은 대북 제재는 개별국가 차원에서 다뤄질 문제가 아니라며, 회원국 모두 일괄적으로 대북 사치품 수출 규제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습니다.

한편, 북한의 지난해 10월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의 대북제재 조치에 따라 현재, 미국과 일본이 대북 사치품 수출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휴대용 음향기기, 오토바이, 스포츠 용품, 텔레비전, 코냑 등 60여 가지의 사치품을 금수대상에 올려놨고, 일본도 쇠고기, 철갑 상어알, 고급 참치, 고급 승용차, 향수 등 20여 가지의 사치품에 대한 대북 수출을 금지했습니다. 유럽연합도 미국과 일본의 것과 비슷한 항목의 사치품에 대한 대북 수출을 규제하기로 결정했으나, 아직 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워싱턴-이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