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무기는 현 단계 협상 대상 아니다”

북한은 앞으로 6자회담이 열려도 핵시설 불능화와 해체 문제에 초점을 맞추되 핵무기는 일단 협상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고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미국 민간 대표단의 리언 시걸 박사가 밝혔습니다.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09.02.13
변창섭 기자가 보도합니다.

스티븐 보즈워스 전 주한 미국대사를 포함해 7명으로 이뤄진 미국 민간 대표단의 일원으로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리언 시걸(Leon Sigal) 박사는 북한은 현 단계에서 핵무기를 비핵화 협상의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Dr. Leon Sigal: They want to finish up the disabling as long as they get the heavy fuel oil and energy... (북한은 중유와 관련 에너지를 공급받는 동안 핵시설을 계속 불능화하고, 또 불능화 작업이 끝나면 핵시설 해체에 관해서도 논의하고 싶어하지만, 핵무기는 멀찌감치 뒤로 미뤄놓자는 입장이다.)

민간 연구지원 기관인 사회과학원(SSRC)의 동북아 안보협력 프로젝트 국장인 시걸 박사는 특히 북측은 이번 방북단에 북한이 핵무기 국가라는 점을 지적하며, “핵무기는 나중에는 협상할 준비가 돼있지만, 현 단계(at this point)에선 불가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시걸 박사는 북측이 불가 입장에 관해선 구체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핵시설 해체에 관한 협상은 오랜 세월 걸리는 만큼 북한은 나름의 자위책을 확보하기 위해 핵무기 협상을 훗날로 미루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핵무기의 협상 시점과 관련해서도 “미국은 가급적 빠른 시일을 바라지만 북한은 오히려 장기적 시점(long-time frame)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시걸 박사는 밝혔습니다.

부시 전임 행정부는 비핵화 2단계 협상에서 핵신고와 핵시설 불능화를 마치고 3단계 협상에서 핵무기 해체를 다룬다는 구상을 가졌지만, 북한은 이 같은 협상 일정에 관해서도 이번 방북단에게 강하게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측은 또 핵시설 해체에 관한 협상이 시작되면 경수로를 의제로 삼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습니다. 시걸 박사의 말입니다.

Dr. Sigal: Well, they put light water reactor on the table, you know, it's part of the dismantlement, that's what they're saying as a symbol of your confidence in us... (북측은 경수로 문제를 꺼냈다. 경수로는 미국이 북한에 보여주는 신뢰의 상징으로 핵시설 해체의 일환이란 것이다)

미국과 북한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은 지난 2005년 9월 19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적절한 시기’에 북한에 경수로를 공급하는 문제를 논의하기로 합의하기로 했지만, ‘적절한 시기’를 놓고 그간 해석이 서로 달랐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이번 민간 방북단을 통해 영변 핵시설 해체를 논의하는 시점에 경수로 문제를 제기할 뜻을 분명히 했지만, 미국은 그보다 훨씬 뒤인 핵무기 해체 시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입니다.

시걸 박사는 또 이번 방북 기간 중 북측의 최근 미사일 위협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북측은 모호한 태도를 취하면서 ‘두고 보자’(wait and see)라는 입장을 보였다”고 밝혔습니다. 북측은 특히 “미국의 핵위협이 여전히 남아 있고 미국과 북한 간 관계도 그대로다. 따라서 우린 계속 억지력을 향상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워싱턴의 정통한 외교 전문가는 이번 방북단에 포함된 다른 인사의 말을 인용해 “북측은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 정책을 재검토하고 나면 6자회담보다는 미국과 북한의 양자 관계에 더 무게를 두는 쪽으로 결론이 나길 바라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북한은 미국과 전면적인 외교 관계를 수립하기 위해 특별히 서두르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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