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김나리
남한 정부가 당초 북한과 5월 말로 합의했던 대북 쌀 차관 수송을 북한 핵 관련 ‘2.13 합의’ 이행의 진전이 있을 때까지 미루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초 남한 정부는 지난 달 제13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북한에 쌀을 제공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빠르면 다음 주 초쯤 쌀을 실은 첫 배가 북한으로 떠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남한 정부의 한 당국자는 24일 쌀 북송 시기와 관련해 “북한의 2.13 합의 이행을 지켜보겠다”고 말해, 사실상 대북 지원이 북한의 약속 이행 이후로 넘길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습니다. 실제로 남한 정부는 아직까지 쌀을 사지도 않았고 이 쌀을 실고 떠날 배를 구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한 정부의 대북 쌀 제공 결정이 미뤄진 이유는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쌀 제공 시기와 속도를 북한의 2.13 합의 이행 여부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당시 남한정부는 북한에 쌀 40만 톤을 제공하고 5월 말에 첫 배를 보내기로 합의했습니다. 지난 달 22일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남한의 진동수 재정경제부 차관이 대북 쌀 지원에 대한 정부의 방침을 밝힌 내용입니다.
진동수) 식량 차관 쌀 차관 문제는 2.13 합의 이행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북측에) 전달했습니다. 국회를 설득하는 것도 어렵고 여론도 그러하니...
아울러 대북 쌀 지원 제공에 대한 미국의 따가운 시선도 쌀 제공 지연에 일조를 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지난 4일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가 “남북관계 진전은 2.13 합의, 9.19 공동성명과 조율돼야 한다”며 속도조율론을 내세웠습니다. 이어 23일에도 “북한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도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주한 미 대사관 관계자가 남한의 외교통상부와 통일부를 방문해 대북 쌀 제공 상황에 대해 문의한 것은 쌀 제공을 유보해 달라는 요청은 아니었지만 외교관행상 우회적인 의사 표시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한 정부 일각에선 대북 쌀 제공의 지연이 남북 열차 시험운행의 성공에 힘입어 정상화 되고 있는 남북관계에 미칠 악영향을 감안해, 쌀을 실은 첫 선박은 일단 출항시키지만 이후의 물량에 대한 북송은 보류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남한 정부는 지난 15일 대북 쌀 제공 지원에 드는 비용을 남북협력기금에서 집행키로 의결했습니다. 미화로 약 1억 5천만 달러 내에서 쌀을 제공하고, 수송비 등 부대경비로 미화로 1천860만불을 남북협력기금에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이어 지난 22일엔 ‘남북 식량차관 제공합의서’를 발효시켰습니다. 오는 25일엔 한국수출입은행과 조선무역은행 간의 식량차관 계약을 맺을 계획입니다.
한편, 대북 쌀 제공에 대한 남한 정부의 최종 입장은 이번 주말에 발표될 예정이지만, 현재로선 오는 29일에 열리는 제21차 남북장관급회담까지 2.13 합의 이행에 진전이 없는 한 쌀 지원은 어려워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