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쌀 제공 지연 본격 이의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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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박성우

북측이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그간의 탐색전을 끝내고 쌀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하고 나섰습니다. 양측은 31일에도 수석대표 접촉을 가졌지만, 북측이 쌀 제공이 지연된 것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의를 제기해 회담은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북측 권호웅 대표는 회담 사흘째인 31일 수석대표 접촉에서 남측이 쌀 차관 제공을 연기한 것에 대해 강한 이의를 제기 했습니다. 남측의 고경빈 회담 대변인입니다.

고경빈: 지난 20차 장관급 회담의 합의사항들을 남북이 함께 노력하면서 쭉 이행해 왔는데 이 부분(쌀 제공)에 대해 이행이 지연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북한이)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남측은 신의를 갖고 쌀 차관은 제공하겠다는 기존 입장과 합의 이행을 가로막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설명했습니다.

고경빈: 정부 입장의 변화는 없습니다. 그리고 현재 이 문제를 쌍방이 같이 협력해서 풀어나가는 방법을 찾자고 우리가 강조를 했고...

하지만 쌀 차관 제공을 가로막고 있다는 그 “현실적인 문제”가 뭔지에 대해선 명확하게 대답하지 못합니다.

고경빈: 여러분들께서도 잘 아시고 있는 만큼 이 자리에서 구체적 언급 하는 것은 회담 진행에 도움 안 될 거 같습니다.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북핵 문제가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남북관계와 6자회담 당사국간의 국제관계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남측의 고민이 묻어나는 대목입니다.

남측은 지난 달 <남북 경제협력 추진 위원회>에서 5월 말에 쌀을 실은 첫 배를 띄우기로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북핵 2.13 합의 이행이 지연되면서 쌀 차관 제공 유보 방침을 정했습니다. 이에 대한 북측의 이의 제기는 하루 전부터 감지됐습니다.

권호웅 대표가 행주산성을 참관한 후 저녁 식사를 하면서 쌀 차관 문제를 본격 제기할 것임을 암시한 것입니다.

권호웅: 참관도 좋았고 식사까지 오늘까진 좋았는데...

이재정: 아니 오늘까지가 아니지... 오늘도 좋고 내일도 좋고...

남측의 이 같은 설득에도 불구하고 북측은 회담 의제도 아닌 쌀 문제를 들고 나와 다른 공식 의제들은 논의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고경빈 대변인의 말입니다.

고경빈: 기타 문제에 대해서는 원론적 수준에서 기조발언과 어제 1차 수석대표 접촉의 연장선상에서 원론적인 추가 의견 교환이 있었다...는 정도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북측의 회담에 임하는 태도는 변화된 모습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작년 7월.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직후 부산에서 열린 장관급 회담에서는 북측의 쌀 제공 요구에 남측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자 북측은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 하루 일찍 평양으로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다릅니다. 쌀 차관 제공을 유보한 사실을 알면서도 북측 대표단이 서울로 왔고, 또 회담 태도도 사뭇 진지합니다. 고경빈 대변인입니다.

고경빈: 쌍방이 상당히 신중하고 절제된 자세로 회담에 임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통일연구원> 허문영 박사는 북미관계가 여전히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남북대화에 임하는 자세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합니다.

허문영: 북미 관계가 안 풀리는 가운데 남북관계까지 대결구도로 가는 것은 북한 체제에도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일단 남북대화는 큰 갈등 없이 진전시키려는 뜻이 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이 됩니다.

또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남한 정부가 북핵 문제와 관련해 6자회담 회원국과 보조를 맞춰야 하는 입장에 있다는 점을 북한도 잘 이해하고 있다면서, 바로 이런 배경 하에서 북측은 회담의 판을 깨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양무진: 쌀 지원 부분은 지금 남쪽에서 모든 법적인 기술적인 준비는 다 돼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에 대한 북측의 이해, 설득이 좀 됐다고 보거든요.

회담은 6월 1일 오전 10시에 종결회의를 갖고 공동보도문을 발표한 후 끝날 예정입니다. 하지만 쌀 차관 제공 문제를 놓고 양측이 어느 정도 선에서 합의점을 찾을 것인지에 따라 북측 대표단의 서울 일정은 변화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