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양성원 yangs@rfa.org
북한이 러시아에 최고 9000명 가량의 노동자를 파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러시아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이 지정된 작업장을 이탈하는 경우가 속출해 수천 명이 유랑생활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노동자의 인권과 이익을 무시하고 국가의 이익만을 우선시 한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먼저 러시아에 나가있는 북한 노동자의 상황부터 좀 살펴보죠.
네, 남한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에는 약 8000명에서 9000명 가량의 북한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나무를 베는 벌목공으로, 또 건설 노동자로 일하고 있고 농업 등에도 종사하고 있는데요. 특히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에는 2006년을 기준으로 약 5000명의 북한 출신 건설 노동자가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북한 노동자들이 지정된 작업장을 탈출해 일자리를 찾아 러시아 각지를 떠돌아다니고 있다구요?
남한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은 최근 지정된 작업장을 이탈해 모스크바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을 만나 취재를 했는데요.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이렇게 러시아를 떠돌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이 약 2천명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3년 전 1000명 정도였던 것에 비해 두 배가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러시아 당국도 이들을 강력히 단속하지 않고 있고 또 이들을 감시해야 하는 북한 간부들도 뇌물을 받고 이들의 작업장 이탈을 눈감아 준다는 것입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이렇게 지정된 작업장을 벗어나려는 이유는 뭡니까?
작업장을 탈출한 북한 노동자들은 주로 자신들을 감시하는 간부들이 임금을 너무 많이 착취해가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는 이유를 댔는데요. 2005년 정도만 해도 월급 중 200여 달러만 상납하면 됐는데 최근에는 300달러 이상으로 올라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보고서는 러시아 현지 건설회사가 북한 측에게 지급하는 임금은 매달 약 200-300달러 정도 되는데 노동자가 소속된 현지의 북한 회사가 이들의 보험료와 숙식료 등을 제한 후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실질 월급은 약 50달러 정도 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북한 노동자들이 지정된 작업장을 탈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없습니까?
네, 북한과 러시아 당국, 또 북한 현지 회사와 그 곳 노동자를 관리하는 간부 등 관련자들에게 모두 복합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인데요. 탈북자 출신으로 최근 남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던 조명철 박사의 설명을 한 번 들어보시죠.
조명철: 아무래도 가장 큰 책임은 북한 당국에 있다. 노동력을 가지고 북한의 외화문제를 해결하겠다, 즉 이것은 국가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구조다. 현지에 나가있는 북한 노동자의 개인적 이익과 국가의 이익이 적절히 조화가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개인적 이익이 왕왕 짓밟힌다는 것이 문제다.
조명철 박사는 또 러시아 당국이 북한 기업들의 현지 노동자 인권침해 상황에 대해 매우 느슨한 감시를 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특히 러시아 내 북한 벌목공들 경우 임금이 매우 낮아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노동자들이 많고 더 많은 임금을 주는 건설현장 등으로 떠난다는 설명입니다.
북한의 해외 노동자들은 주로 작업장에서 집단생활을 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인권침해 시비가 끊이지 않았는데요. 러시아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네, 그렇습니다. 조명철 박사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조명철: 수백, 수천 명이 공동생활을 하다보면 내부에서 사건,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심지어 살인사건까지 일어난다. 또 이들을 감시하는 사람은 이런 사고를 감추기 위해 애쓰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인권침해 시비가 생기고 외부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조 박사는 벌목공 등 러시아 오지에서 일할 인력은 북한에서 밖에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문제점을 알면서도 러시아 당국은 묵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케이 석(Kay Seok) 연구원은 일단 지정된 작업장을 벗어난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상황은 그래도 비교적 괜찮다고 말했는데요. 석 연구원은 북한 당국이 해외파견 노동자들을 집단으로 관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이동의 자유제한 등 인권탄압 문제가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