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달러화 가진 남한 영통사 성지순례단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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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김나리

최근 남한의 불교신자 500명이 북한 개성의 영통사를 다녀왔습니다. 일각에선 북한이 종교를 빌미로 개성관광을 시작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북한이 개성관광에 대해선 거듭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반면, 종교행사 목적의 방문은 계속 허용한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8일 남한 대한불교천태종 성지순례단 500여명은 처음으로 개성 성지순례에 나섰습니다. 남한의 500여명의 불교신자들은 개성시내에서 8킬로미터 떨어진 영통사에 도착해, 북한 측 대표들과 함께 ‘영통사 복원 3돌 기념 남북 공동 대법회’를 봉행했습니다. 영통사는 16세기에 소실된 절이며, 이에 남한 대한불교천태종은 2005년부터 3년간 50여억원을 들여 영통사 복원을 추진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남한의 현대아산과 당초 개성관광에 대해 합의하고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종교행사 방문만큼은 계속 허용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개성관광의 당일 순례비가 한 사람당 미화로 170달러였단 점을 감안할 때, 북한 당국은 성지순례 사업을 내세워 독자적인 개성관광 사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종교행사를 빌미로한 사실상 개성관광이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북측의 리창덕 민족화해협력부장은 관광과 결부돼 여러가지 복잡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명백한 성지순례 사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종교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 사회로, 미국의 국제종교자유위원회가 5월 발표한 ‘북한의 종교자유 실태’ 보고서를 보면, 여전히 종교인에 대한 박해가 심합니다. 때문에 종교인에 대한 박해를 가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이번처럼 순례단을 허용하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보고서 제작에 관여한 국제종교자유위원회의 마이클 크로마티(Michael Cromartie) 부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북한 내 불교신자와 기독교신자에 대한 박해 관련 내용은 읽기가 껄끄러울 정도라고 밝혔습니다.

Cromartie: (It is hard to read because the atrocities committed by the North Korean government to people who are religious believers are so horrendous...)

“북한 정부가 종교를 갖고 있는 주민들에게 가하는 잔혹한 행위들은 무시무시합니다. 종교적 믿음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주민들은 수용소에 감금되고 그 곳에서 고문과 공개처형을 당하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처참한 현실입니다.”

한편, 개성 천태종 성지순례는 오는 18일과 23일 두 차례 더 예정됐습니다. 18일엔 500명, 23일엔 1천여 명, 도합 1천5백여명의 불교 신자들이 또다시 영통사를 찾을 예정입니다. 천태종은 7월말부터 성지순례를 정례화 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해마다 10만 명의 성지순례를 허가했습니다.

하지만 성지순례 대가로 북한에 미화 100달러를 지불해야 하고, 성지순례 성격보다는 사실상 개성지역 관광 색깔이 짙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천태종 측은 100달러로 책정된 이유에 대해, 50달러는 출입비용이고 나머지 50달러는 영통사 유지 관리비 명목이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