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정착 탈북자 난민으로 볼 수 없어” - 미 이민항소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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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 정착했던 탈북자는 난민으로 인정할 수 없어 망명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미국 이민항소위원회(BIA)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남한에서 살면서 탄압을 받았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미 법무부 산하 이민항소위원회는 4일 남한에 거주하다가 미국에 밀입국한 탈북자 두 사람의 난민신청을 기각하고 이들의 추방을 명령했습니다. 남한 연합뉴스에 따르면 남한 국적을 취득한 남성과 여성 등 2명의 탈북자들은 앞서 미국 국토안보부(DHS)로부터 난민신청이 기각 당하자 이민항소위원회에 항소했습니다. 하지만 위원회 측은 남한에서 탄압받았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들을 난민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결한 것입니다.

이들 탈북자 두 사람은 90년대 후반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 정착했다 2005년 멕시코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밀입국하다 미국 국경수비대에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후 추방명령을 받은 이들은 로스앤젤레스에서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살아오다 지난 2004년 발효된 미국의 북한인권법을 근거로 난민지위를 신청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민항소위원회는 판결문에서 남한에서 정착지원금을 받는 등 법의 보호아래 자유를 누렸고 멕시코 여행도 남한국적자로서 자유롭게 한 만큼 이들을 난민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04년 발효한 북한인권법의 302조에 따르면 남한에 정착했던 탈북자라도 다른 나라 출신 난민신청자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으로의 망명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조항은 남한의 헌법상 북한을 탈출한 북한주민들이 남한 국민으로 간주되더라도 미국에 난민지위를 신청하는데 불이익을 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이번 판결은 일단 남한 국적을 취득한 탈북자에 대해 앞서 수차례 망명을 승인했던 미국 이민법원과 정반대의 판결이어서 앞으로 남한 국적 탈북자의 추가 미국망명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한에 정착했다 현재 로스앤젤레스에서 망명 신청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탈북자 김호성 씨는 6일 자유아시아방송과 통화에서 지난해 4월과 8월, 또 올해 들어 2월에도 모두 3건의 남한 출신 탈북자의 미국 망명이 받아들여졌다고 밝혔습니다. 남한에서의 박해 여부가 증명되지 않았는데도 북한 출신자라는 이유로 망명을 허락받았다는 것입니다.

김호성: 한국에 갔다고 해서, 한국에서 박해와 탄압을 받았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저 북한 사람이면 된다.

앞서 지난해 4월 남한에 정착했던 탈북자 서재석 씨의 경우 미국 로스앤젤레스 이민법원으로부터 정치적 망명을 허락받았습니다. 당시 법원은 판결문에서 서 씨가 추방당할 경우 만약 북송되면 극심한 인권 탄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적극 고려해 망명을 허락한다고 밝혔던 바 있습니다.

워싱턴-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