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중국, 체포 탈북자 명단 즉시 통보협정 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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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중국이 지난 1998년 체포된 탈북자의 명단을 즉시 통보해주고, 불법 월경자의 범위를 대폭 확대한 내용의 국경업무 협정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2일 남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모두 10조 35개항으로 이뤄진 국경지역 업무협정은 북한이 식량난으로 탈북자가 급속하게 늘 던 지난 98년에 체결됐습니다.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와 중국 공안부가 체결한 이 협정은 중국이 탈북자를 체포할 경우 명단과 관계 자료를 즉시 북한측에 넘겨줄 것을 의무화하고, 무기나 폭발물을 가진 탈북자에 대해서도 공동으로 대처하도록 한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이번 협정은 제4조에서 불법 월경자의 범위를 확대했습니다. 4조 1항은 적당한 증명서를 가지지 않았거나 가졌다하더라도 그에 지적된 통행 지점과 검사기관을 거치지 않은 증명서를 가지고 국경을 넘은 자들을 불법 월경자로 처리하도록 했습니다.

북한과 중국은 과거 지난 1986년 맺은 협정에서는 불법 월경자를 ‘합법적인 증명, 즉 여권이나 통행증을 소지하지 않는 경우’로 한정한 바 있지만, 이번 협정에선 설령 합법적인 증명서를 갖고 있어도 통행증에 나와 있는 지점과 검사기관을 거치지 않은 북한 주민도 불법 월경자에 포함시킨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4조 2항에서는 바로 이런 불법 월경자들의 명단과 관계 자료를 중국이 북한에 즉시 넘겨주도록 규정했습니다. 이 대목 역시 지난 86년 협정과 차이가 있습니다. 당시엔 상황에 따라 불법 월경자들의 명단과 자료를 상대측에 넘긴다‘며 시한을 정하지 않았지만, 이번 협정에선 ’명단과 관계 자료를 즉시 넘겨준다‘고 돼 있어 시한의 촉박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군의 무장탈영을 언급한 것으로 보이는 제5조도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1항에서 무기나 폭발물을 비롯한 각종 위험물품을 가지고 상대측 지역으로 도주할 우려가 있는 범죄자에 대해선 상세한 자료를 시간과 지점에 관계없이 곧 상대측에 통보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과 중국간의 ‘위험 물품’을 갖고 탈북할 수 있는 사람이 군인밖에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북한 인민군의 탈영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습니다.

1항에 따르면 또한 통보받은 측은 해당인의 범죄행위를 막고 체포하기 위한 필요한 협조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특히 국경질서를 위반하는 자가 폭력으로 반항해 쌍방 경비대와 경찰의 생명에 위험을 주는 경우를 제외하곤 총을 쏘지 말며, 군견도 풀지 말도록 한 것도 특징입니다.

한편 북한과 중국이 탈북자의 강제송환에 관한 협정에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양국은 지난 1960년대 초반 ‘탈북자 및 범죄인 상호 인도협정’을 체결한 바 있으며, 지난 1986년 8월에는 중국 단둥에서 국경지역 업무협정을 체결했습니다. 따라서 지난 98년에 체결된 협정은 앞서 두 협정을 보완, 확대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특히 탈북자들은 북한에 대기근이 덮치던 90년대 중반 이후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해 지난 98년에 최고조에 달했던 사실에 비춰볼 때 바로 그 해 이런 협정이 체결된 것은 북한 주민의 대량 탈북사태에 대한 양국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낳고 있습니다.

워싱턴-변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