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자금이체가 지체됨에 따라 6자회담이 휴회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당초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동결됐던 북한 자금 2천5백만 달러 전액이 풀린 배경에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그동안 알려졌던 입장과 다르게 북한의 동결자금 2천5백만 달러 전액을 해제할 수 있었던 것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노력 때문이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 신문이 22일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북한 자금의 전액 해제는 라이스 장관이 북한자금 동결의 주무 부처인 재무부 관리 등을 강력히 설득한 데 따른 것이었다면서 라이스 장관이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선회를 주도했다고 전했습니다.
그 동안 미국 정부는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동결됐던 북한 자금 중 불법행위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적은 자금을 적게는 800만 달러에서 많게는 1300만 달러 정도 해제할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19일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부차관보는 베이징에서 북한이 반환된 자금을 북한 주민들을 위한 인도적 목적으로 쓴다는 조건으로 2천5백만 달러 전액의 동결을 풀고 북한에게 돌려주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미국 재무부는 지난 14일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을 북한의 불법행위에 관련됐다는 이유로 돈세탁 은행으로 최종 확정하고 미국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금지시켰습니다. 이 때문에 미 재무부 측은 북한의 불법행위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높은 북한의 동결자금 전액을 해제하는 것에 반대해왔습니다.
하지만 파이낸셜 타임즈에 따르면 힐 차관보는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재무부의 입장을 희생시킬 필요가 있다고 라이스 장관을 설득했고 힐 차관보의 주장에 동의한 라이스 장관이 재무부 관리들을 설득했습니다.
그 밖에 미국의 북한 동결자금의 전액해제 결정에는 중국의 경고도 일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미국 재무부의 헨리 폴슨 장관도 최근 중국으로부터 북한 자금이 북한에 전액 반환되지 않으면 중국과 미국의 전략적 경제대화(Sino-US strategic dialogue)에 지장이 있을 것이란 경고를 듣고 북한 자금의 전액 동결해제에 반대해 온 재무부 실무자들을 설득시켰다고 전했습니다.
이 신문은 이어 북한의 자금해제 과정에서 보여준 부시 행정부의 태도는 앞으로 미국이 북한과 이란 등 소위 불량국가를 다루는데 있어 더 유연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부시 행정부 안에서 라이스 장관의 입지도 한층 강화됐다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파이낸셜 타임즈는 부시 행정부의 북한자금 동결해제 조치가 북한 계좌 조사는 법집행 차원일 뿐 6자회담 등 정치적인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는 미국의 그간 입장을 뒤집은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은 죄가 있다면서 그 곳의 자금을 정치적 이유로 어쩔 수 없는 풀어주는 미국의 태도는 모순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워싱턴-양성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