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이진희 bonnyj@rfa.org
미국 영화에서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테러국으로 북한이 자주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북한군을 괴물로 묘사해 외부 세력이 처치하도록 하는 게임이 나왔습니다.
문제의 게임은 러시아의 컴퓨터 게임 개발사 디지털 스프레이가 지난 1월 발매한 총격 게임 “인스팅트”입니다. 미국에서는 이 달에 출시가 됐습니다. 이 게임에서, 북한 병사와 연구원들이 좀비, 즉 살아 움직이는 시체로 묘사 됐습니다.
인스팅트는 지난 2004년 4월 북한 양강도 용천역 열차 폭파 사고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게임은 용천역 폭파 사고가 용천역 일대에서 진행된 비밀스런 화학 실험 중 발생한 사고라고 설정하고 있습니다. 즉, 북한이 병사들의 전투력을 올리기 위한 새로운 약물을 개발하다 양강도에 폭파사고가 일어나게 되는데, 폭파사고로 바이러스가 유출돼 연구소의 연구진과 병사가 모두 좀비로 변합니다. 이에 미국은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특수부대를 파견해, 좀비로 변한 북한사람들을 소탕합니다.
게임을 소개한 동영상을 보면, 양강도 폭발장면과 북한의 미사일 실험장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군사행사에 나온 모습, 정동영 전 남한 통일부 장관이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 북한 방송 아나운서, 그리고 미국과 남한의 긴급한 언론 보도 장면 등이 어지럽게 섞여져 있습니다. 마치 실제로 심각한 사건이 일어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아무리 게임이기는 하지만, 이처럼 북한을 완전한 괴물로 묘사하는 대한 반응은 엇갈립니다. 남한의 한 네티즌, 즉 컴퓨터 사용자는, 한민족이 좀비가 되다니 씁쓸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네티즌은, 북한을 좋아하진 않지만, 게임 상에서 버젓이 한복과 한글이 그곳도 악한 편의 것으로 등장하는 데 대해 기분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 이미지가 얼마나 나빴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며, 오죽했으면 러시아에서 까지 저런 게임을 만들었겠느냐고 지적한 사람도 있습니다.
현실 세계에서는 서로 적국인 북한과 미국이 가상공간에서는 서로 아군이 돼서 적을 무찌르는 게임도 있습니다. 세계최대 게임사인 EA의 크라이시스(Crysis)라는 게임은 역시 북한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종전의 많은 게임들과 달리, 북한을 적이 아닌 아군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북한에 있는 한 섬에 운석이 떨어지고 외계인이 출현합니다. 이에 미국이 특공대를 파견해 북한군과 연합해 외계인을 상대로 싸우게 됩니다. 이 게임은 남한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 곧 남한에서 출시될 예정입니다.
한편, 미국의 인기 있는 영화에서도 북한은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테러국이나, 날카로운 풍자 대상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만 3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최신 흥행작 트랜스포머에서, 북한은 지구를 지배하려는 괴물 로봇 군단의 배후조종 세력 중 하나로 거론이 됐습니다. 또한, 2004년 나온 정치풍자 인형극 팀 아메리카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전 세계 테러 집단을 지휘하는 고집불통 악당으로 등장했습니다. 팀 아메리카 에서는 특히 김정일 위원장의 어색한 영어 발음이 풍자돼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