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김연호 kimy@rfa.org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북한의 핵폐기 2단계 조치에 관한 합의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관심을 모았던 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신고에 관해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 있어, 합의 이행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입니다.
중국이 3일 발표한 6자회담 합의문은 북한이 금년말까지 모든 핵프로그램을 완전하고 정확하게 신고하기로 동의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영변의 5메가와트급 원자로와 핵재처리 시설 그리고 핵연료봉 제조시설도 금년말까지 불능화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구체적인 불능화 조치는 전문가들이 제안한 방법을 6자회담 수석 대표들이 채택하는 형식으로 이뤄집니다. 불능화 조치는 다른 참가국들의 요청에 따라 미국이 주도하며 불능화에 필요한 초기 자금도 미국이 대기로 했습니다. 그 첫 번째 조치로 2주안에 미국이 주도하는 전문가 그룹이 북한을 방문합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3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합의문은 북한의 완전하고도 검증가능한 비핵화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금년말까지 시한을 정해 핵 프로그램과 핵무기 프로그램, 핵물질 그리고 모든 핵확산 활동에 대해 전면 신고하기로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합의문에 구체적인 사항들이 담겨 있지 않아 실질적으로 이전의 합의와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의회조사국의 래리 닉쉬 박사입니다.
(Niksch) This agreement says nothing about either the content of disablement or the content of declaration of the program.
“이번 합의는 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신고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에 관한 내용이 빠져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의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에서 북한 김계관 대표가 미국측에 한 약속을 다시 확인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합의 이행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94년 미국 대표단의 일원으로 북한과 핵문제를 협상했던 미국 외교협회의 개리 새모어 부회장의 말입니다.
(Samore) Suppose the declaration that the N. Koreans provide by December 31 is not accepted by the US.
“북한이 금년말까지 핵 프로그램을 신고한다 해도 미국이 이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이 갖고 있는 추정치와 북한이 내놓은 플루토늄 생산량이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풀려면 북한 핵시설과 관련 자료들을 직접 조사하고, 관계자들을 면담해야 하는데, 북한이 과연 여기에 동의할지 분명치 않습니다.”
한편 북한이 미국에 요구하고 있는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적성국 교역법 적용 면제에 대해, 미국은 이 과정을 시작하겠다는 약속을 합의문에서 재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이 약속은 북한이 북미 실무그룹 회의에서 다짐한 핵폐기 조치와 병행해 나가겠다고 합의했습니다.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3일 기자간담회에서 테러지원국 명단 문제에 대해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습니다.
(Hill) This is a country that has been involved in terrorist acts in the past.
“북한은 과거 테러행위를 저지른 나랍니다. 83년 버어마에서 한국의 고위 관리들에게 폭탄테러를 가했고, 87년에는 한국의 대한항공 여객기를 폭파했습니다. 게다가 일본은 납치 문제에 진전이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힐 차관보는 테러지원국 명단 문제가 핵문제 뿐만 아니라 일본과 북한의 국교정상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처리돼야 한다며, 미국과 일본은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