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6자회담 진전 없이 휴회 선언
2005.08.07
열 사흘 동안 베이징에서 진행되온 북한 핵문제를 풀기위한 6자회담이 7일 일요일 일단 막을 내렸습니다. 북한과 미국, 그리고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등 회담 참여국 대표단은 이날 휴회를 선포하고 이달 말께 다시 회담을 속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북한이 요구한 핵의 평화적 이용 문제에 북한과 나머지 5개국 대표단이 타결보지 못한 때문입니다. 전수일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이번 회담에서는 북한과 미국 주요 당사국이 무언가 합의를 도출해 내겠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핵 폐기, 그리고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 안전보장 등의 주요 원칙을 공동문건에 담아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많았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지난달 26일 회담이 시작되고 며칠 동안 에는 그 같은 큰 틀의 원칙이 북한과 미국을 비롯해 모든 참여국들 간에 공감을 얻고 있고 그에 따라 공동문건이 작성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도 회담 초기 논의 결과가 희망적이며 공동문건에 합의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지난달 30일 남한의 반기문 외교장관이 북한측의 요구를 밝히면서 이번 회담이 쉽지 않겠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반 장관의 말에 따르면 북한측이 이번 6자회담에서 ‘남한이 주겠다는 전력은 물론 신포지구에서 중단된 원자력발전기 경수로도 확보해야 겠다’고 주장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반 장관의 그 같은 전언은 일주일 뒤인 7일 일요일 회담이 휴회되는 날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의 기자단 회견에서 확인됐습니다.
힐 차관보는 이 회견에서 ‘북한은 평화적인 핵 활동권 보장을 요구한 것뿐만 아니라 신포지구 경수로를 사용할 권한을 요구하고 이를 공동성명에 포함시킬 것을 주장했다’고 전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경수로 문제는 애당초 회담 의제도 아니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북한을 제외한 5개국 대표단은 북한의 그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기를 원치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힐 차관보는 북한 대표단이 본국으로 돌아가 ‘경수로’ 문제는 회담 의제가 아니라는 점을 지도부에 보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경수로 사업 내용을 잘 모르는 청취자들을 위해서 간략히 소개해 주시죠.
네, 지난 1994년 북한이 모든 핵개발 계획을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은 한국 일본 유럽연합과 함께 북한 함경남도 신포지구에 전력용 원자로인 경수로 2기를 지어준다는 기본합의를 맺었었습니다.
그 합의에 따라 케도라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를 만들어 수십억 달러를 들여 2천3년 10월까지 신포지구에서 경수로 건설공사가 진행됐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한 해전, 그러니까 2천 2년 10월 북한은 평양을 방문한 제임스 켈리 당시 미국 국무부 차관보 일행에게 우라늄 농축 핵개발을 하고 있다는 미국 주장을 사실상 확인했습니다. 이른바 제 2차 핵위기의 시발점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은 1년 뒤인 2천 3년 10월부터 북한에 매년 제공해오던 중유 선적을 중단했고 경수로의 건설 역시 그때부터 진척이 없이 사실상 동결이 된 것입니다.
남한이 최근 중대제안이라고 하면서 북한에 2백만 킬로와트의 전력을 송전해 주겠다고 한 것은 바로 이 경수로 2기가 완공됐을 시의 전력을 대체해 주겠다는 뜻이었는데 북한은 남한으로부터 지원되는 이 전력은 그대로 받고 그밖에도 건설이 중단돼있는 경수로를 가동해 전력을 추가로 확보해야겠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남한이나 미국으로서는 얼토당토 않은 주장을 제기한 것이죠.
북한쪽에서는 이번 회담이 타결될 수 없었던 것은 미국측 고집때문이라고 주장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북한측 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7일 기자단에게 밝힌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의 회담 상대국,- 그러니까 미국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즉 미국이 우리의 평화적 핵 활동권 마저 포기하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계관 대표는 ‘이번 회담 기간, 미국이 우리의 정당한 요구, 그러니까 평화적 핵활동권 보장이라는 요구-를 받아들이길 기대했지만 미국이 아직 결단을 못 내리고 있다면서 그것이 근본적인 문제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김계관 대표는 이 회견에서 신포지구 경수로도 북한측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는 한마디도 비치지 않았습니다. 미국측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나 남한측 송민순 차관보가 밝힌 문제의 핵심을 비켜나간 것이었습니다.
경수로도 달라는 의제에 없던 주장을 북한이 하지 않았더라면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핵폐기와 그에 상응하는 5개국들의 안전보장 경제지원 그리고 미국과 일본과 북한간의 관계개선 등의 큰 원칙은 합의를 보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 외신들이 전하는 분석입니다.
북한의 평화적인 핵활동 보장 요구와 관련해서는 미국이 한 걸음 양보해서 ‘북한이 NPT, 즉 핵비확산조약에 다시 복귀하고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받는다면 조약국가로서 평화적인 핵이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제시했지만 북한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난 6월 김정일 위원장이 남한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평양에서 면담했을 때에도 김 위원장은 ’북한은 회담이 잘 되면 핵비확산조약에도 복귀하고 모든 관련 사찰을 받을 용의가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앞으로 회담이 속개되려면 3주 동안의 시일이 남아있는데요, 북한측과 미국측은 그 동안 계속해서 만날 예정입니까?
네,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휴회기간동안 북한과의 연락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이 계속적인 접촉을 통해 양측의 견해를 서로 교환하고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데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비록 이번 회담이 7일 휴회하긴 했지만 미국은 아직도 북핵 문제 협상을 지속해서 결국 해결책을 찾겠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또 만일 6자회담국가들이 8월 말 회담재개 후 합의를 이뤄내면 9월에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미국은 차기 회담 그러니까 5차 6자회담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9월이나 가을에는 5차회담을 열어 합의 본 큰 틀의 원칙들에 대한 세부적인 협상을 벌이고 싶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6자회담 공동성명은 작성되지 못했지만 주최국인 중국측 대표의 의장 성명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 성명에서 이번 13일간의 회담 성과와 차기 회담에 대한 전망을 엿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우다웨이 중국측 수석대표가 발표한 의장성명에서 회담 내용과 전망을 살필수 있는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6자는 각대표단이 복국에 돌아가 필요한 보고를 하고 상호 입장을 좀 더 연구해 아직 남아있는 차이점을 해결할 수 있도록 잠시 휴회를 갖기로 결정했다’라는 항목입니다.
이 말에 따르면 북한측도 휴회를, 미국측이 용납하지 않고 있는 경수로 이용 등에 관한 문제점을 평양에 돌아가 집중 검토할 기회로 삼겠다는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 ‘휴회기간동안 각측은 상호 의사소통과 협의를 계속할 것이다’라는 항목입니다. -이는 비록 북한측 김계관 대표는 7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측이나 남한측과 휴회기간 중 계속해서 입장을 협의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의 말처럼 3주 휴회기간동안 북한 역시 미국 남한 중국 등과 계속해서 의견을 교환한다는데 공감했다는 것을 드러냅니다.
마지막으로 ‘6자는 6자회담 고정을 발전시켜 나가자는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항목인데요, -너무도 당연한 표현 같지만 5개국은 물론 북한도 이번 회담을 계기로 자국이 원하는 바대로 안 되더라도 회담을 결렬시키지 않고 계속해서 이끌어 나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봅니다. 적어도 6자회담을 지속시키겠다는 모든 나라의 결의가 보이는 대목입니다.
각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 과정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미국, 중국, 일본 언론과 전문가들 대부분이 회담 열 사흘째 휴회하기로 한 결정은 회담 결렬이라는 파국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우선 미국의 국무부 북한 담당관이었던 케네스 퀴노네스 씨는 ‘뚜렷한 타결 조짐이 없는 상황에서 회담을 휴회하기로 결정한 것은 차선의 결정’이었다고 풀이했습니다. 각자 본국으로 돌아가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고 협의한 뒤에 입장을 다시 점검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맨스필드 태평양 문제 연구소의 고든 플레이크 소장은 북한이 이번회담에 임할 때 핵을 포기하겠다는 전략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은 채 미국측의 압력을 피하고 한국으로부터는 많은 실리를 구하려는 전략으로 나선 것이 이번 회담이 휴회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풀이했습니다. 아시아재단의 서울 사무소장이었던 스콧 스나이더 연구원은 휴회결정이 회담결렬이 아니지만 북한이 앞으로 완전한 핵폐기를 수용할 것인지가 아직 불확실 하다는 점에서 회담이 재개될 때 어떻게 협상이 풀릴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말했습니다. 스나이더 씨는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북한측 주장과 미국측 주장 가운데 어느 쪽의 주장이 보다 합리적인지를 한국은 잘 생각해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남한 전문가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네, 대체로 이번 회담에 임하는 각 당사국의 노력이 진지하고 컸다고 평가했습니다. 동국대학교의 고유환 북한학 교수는 북한이 평화적인 핵 이용권을 포기하는 것은 김일성 주석의 경수로 건설사업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북한 리더십에 관계되는 사안이라고 전제하고, 미국은 북한이 굴복했다는 느낌을 가지지 않도록 하고 체면과 명분을 세워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고려대학교의 남성욱 교수는 과거 세 차례 6자회담과는 달리 북한과 미국 양쪽 모두가 파국을 원치 않고 성과를 내기위해 적극적인 자세을 보인 점이 큰 소득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통일연구원의 전현준 기조실장은 북한이 평화적 핵 이용권을 요구하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수급을 확실하게 보장받자는 것이며 단기적으로는 김정일 체제 안전과 그의 신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중국 전문가들 반응은 어떻습니까?
중국의 전문가들은 휴회가 결렬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이 휴회를 통해 북한핵문제 타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 쪽으로 모아지고 있습니다.
중국 내 연구단체인 사회과학원의 퍄오젠이 교수는 남한 연합뉴스와의 회견에서 ‘북한은 쓸 카드를 다 썼기 때문에 미국의 변화가 관건’ 이라고 지적하고 남한은 이 휴회기간동안 미국과 일본의 입장이 변하도록 적극 나서야 할 것‘ 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과 일본이 북한에 대한 협상에 유연성을 보이면 중국도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의 리둔추 주임은 북한과 미국 등 당사국의 마지노선, 그러니까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한계와 실질적인 문제가 모두 수면위로 드러났다면서 북핵 해결의 주도권은 미국이 쥐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리둔추 주임은 그러나 이번 휴회는 회담이 실절적인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협상이 단기간에 타결될 수 없기 때문에 완충기가 필요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칭화대학교의 추수룽 교수도 이번 6자회담에서 북한과 미국간의 차이점이 완전히 확인됐기 때문에 이번 휴회는 타결점을 찾기 위한 정상적인 단계로서의 냉각기라고 긍정적으로 풀이했습니다.
일본 언론은 어떻게 이번 회담 휴회 결정을 평가하고 있습니까?
일본언론은 이번 휴회결정을 ‘결렬’을 피하고 회담의 모멘텀, 즉 ‘동력’을 잃지 않기 위한 방책으로 풀이했습니다.
아사히 신문은 ‘결렬이 아닌 휴회를 선택한 것은 어떻게든 합의를 모색하겠다는 회담 참가국들의 뜻을 반영한 것이지만 휴회 중에 본국으로 돌아가는 대표단들이 각각 정부로부터 양보를 포함하는 폭넓은 협상권한을 위임받지 못하면 회담이 다시 열리더라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요미우리 신문은 휴회기간 내 미국에서 이번 6자회담에서 공동문건이 합의 작성되지 못한 데 대해 비판 여론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핵의 평화적 이용을 놓고 북한과 미국이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열쇠는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쥐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해결의 주도권이 미국에 달려있다고 본 중국 전문가들의 시각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신문은 또 휴회기간 중에 나머지 5개국은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을 설득하는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전수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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