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김연호 kimy@rfa.org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남한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남한 통일부는 남북 장관급 회담을 예정보다 한 달 앞당겨 다음달초에 열자고 북측에 제안했으며, 이 자리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남한 통일부가 한반도 평화체제에 관한 논의의 장으로 남북 장관급 회담을 제시했습니다. 남한의 신언상 통일부 차관은 19일 기자 간담회에서 지금이 남북관계를 질적으로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할 시기라며, 남북한이 평화체제를 한차례 논의할 때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남북 장관급 회담이 열리면 평화체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언상 차관은 남북 장관급 회담 날짜를 통상 관례보다 한 달 정도 앞당겨 7월말이나 8월초로 잡자고 북측에 제안한 사실도 공개했습니다. 북한 핵문제 해결의 발목을 잡았던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문제가 풀렸고, 6자회담 합의 이행이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남북한 간에도 협의하고 해결해야할 것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신 차관은 그러나 아직까지 북측에서 구체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18일 남한이 조만간 한반도 평화체제에 관한 제안을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노무현 남한 대통령도 19일 한반도 평화체제를 강조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노무현) 한반도 비핵화를 조속히 달성하고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나가야 합니다. 군사적 신뢰구축과 함께 경제협력을 확대해서 남북공조를 통한 북방경제시대를 열어가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 평화통일 자문회의 출범식에서 북한 핵문제 해결이 당면과제이기는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남한 정부가 평화체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을 단계는 아직 아니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입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19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북한이 핵동결 조치에 들어가면서 북한 핵문제에 속도가 붙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청와대도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해나가야 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평화체제에 대한 구체적 제안을 내놓을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천호선 대변인은 통일부에서 나오는 발언들은 큰 맥락에서 청와대와 같은 방향이지만, 진전돼 보이는 듯한 발언들은 통일부 나름의 전망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남한의 입장 조율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북한이 핵폐기 2단계 조치에 성의를 보이는 걸 확인한 뒤, 금년말쯤 한반도 평화체제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자는 입장입니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 16일 남한을 방문했을 때,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비핵화의 실질적인 진전에 맞춰 하기를 원하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미국 의회조사국의 래리 닉쉬 박사는 평화제제로 가는 데 있어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인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제안하는 방안조차도 미국과 남한간에 충분한 협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합니다.
(Niksch) What is the justification at that point for maintaining American military presence in S. Korea?
"종전선언이 제안됐을 때 미군의 남한 주둔을 어떻게 정당화하겠습니까?" 닉쉬박사는 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모두 신고하고 핵시설을 불능화하는 데 많은 난관이 예상되는 만큼, 금년말부터 한반도 평화체제에 관한 논의를 시작한다는 미국의 입장도 희망이 많이 섞인 구상이라고 풀이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