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김연호
북한이 3백만 달러에 이르는 유엔개발계획의 지원금을 해외 부동산을 사들이는데 전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유엔개발계획이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장비를 북한에 사준 사실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유엔개발계획 자금을 전용했다는 보도는 전에도 있었는데, 이번에 새롭게 밝혀진 사실은 전보다 더 심각해 보여요. 어떤 내용들입니까?
지난 10일 미국 워싱턴 포스트 신문이 미국 국무부의 비밀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는데요, 이 보고서는 유엔개발계획 관리들의 목격담과 유엔 내부자료들을 근거로 작성됐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유엔개발계획으로부터 받은 3백만 달러의 지원금을 프랑스와 영국, 카나다 등의 부동산을 사는데 전용했습니다.
지난 2001년에서 2002년 동안 유엔개발계획이 다른 유엔기관들로부터 8백만 달러가 넘는 돈을 거둬서 북한에 전달했는데, 이 가운데 일부를 북한이 빼돌린 겁니다. 이외에도 유엔개발계획은 지난 십여 년 동안 경제개발과 무역, 외국인 투자 등을 증진하는데 쓰라고 북한에 매년 3백만 달러를 지원해왔습니다. 최초 이번 문제를 제기했던 미국도 유엔주재 대표부 대변인 명의로 이같은 보도 내용이 사실임을 확인했습니다.
유엔개발계획이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장비를 북한에 건넸다는 내용도 있던데, 어떻게 된 겁니까?
이른바 ‘이중 용도’ 장비를 말하는 건데요, 위성항법장치, 컴퓨터와 관련 부품, 그리고 질량분석계 등이 북한에 지원됐습니다. 유엔개발계획의 데이빗 모리슨 대변인은 홍수와 가뭄 피해가 큰 북한 지역의 날씨를 예측하는데 필요해서 북한에 사줬다고 해명했습니다. 군사용이 아니라는 거죠. 모리슨 대변인은 위성항법장치를 사는데 6만5천 달러 그리고 질량분석계는 6천 달러가 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다른 문제점은 없었습니까?
미국 국무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유엔개발계획은 북한의 단천상업은행에 물자와 장비 구입 명목으로 2천7백만 달러를 지급했습니다. 그런데 이 단천상업은행은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연루된 혐의로 지난 2005년부터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은행입니다. 북한의 미사일 판매와 대량살상무기 부품 판매에 연루됐다는 거죠. 그래서 미국내 자산이 모두 동결되고, 미국 금융기관과의 거래도 금지된 상태입니다.
미국 국무부가 이번에 밝혀진 내용들과 관련해서 추가 행동에 들어간 게 있습니까?
잘마이 칼리자드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케말 더비스 유엔개발계획 집행관을 지난 6일 만나서 새로 파악된 내용들을 전달했습니다. 또 국무부의 고위 관리가 지난달 말 미국 의원들과 보좌관들에게 비밀리에 관련내용을 설명했습니다.
유엔개발계획측의 반응은 나왔습니까?
미국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유엔개발계획의 데이빗 모리슨 대변인은 미국측의 주장은 유엔개발계획이 자체적으로 갖고 있는 기록들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6개월 동안 철저하게 기록들을 다시 조사했는데 그런 내용은 없었다는 겁니다.
특히 북한이 3백만 달러를 해외 부동산을 사는데 전용했다는 보도에 대해, 북한이 무슨 돈으로 비싼 해외 부동산을 샀는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2001년에서 2002년에 북한에 준 2백7십만 달러가 유엔개발계획의 사업에 사용됐음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모리슨 대변인은 그러나 미국의 주장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관련 문건을 미국이 넘겨주면 즉시 자체 감사에 들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얼마 전 회계감사에서도 유엔개발계획의 대북 사업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돼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유엔 회계감사단이 지난1일 유엔개발계획에 대한 예비감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북한 정부의 추천에만 의존해서 현지 인력을 고용한 사실이 문제가 됐습니다. 또 현지인력들의 한 달 월급이 평균 300유로가 넘었는데요, 북한 당국을 통해 지급됐기 때문에 실제로 얼마가 개인에게 돌아갔는지는 의문으로 남습니다. 유엔개발계획의 대북 사업은 미국이 문제제기를 한 지난 3월부터 중단된 상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