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북미관계 진전 아직 섣부른 낙관 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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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양성원 yangs@rfa.org

최근 북한의 김명길 유엔 뉴욕 대표부 정무공사가 워싱턴 관광에 나서고 북미 스포츠 교류 계획이 발표되면서 일각에서는 급속한 북미관계 개선이 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기대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미국 전문가들은 아직 섣부른 낙관은 이르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최근 제네바에서는 미국과 북한 관계정상화 실무회의가 열려 올해 안 북한의 핵 불능화 단계를 이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북한이 핵시설을 불능화 시키고 미국은 그에 따라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등 전면적인 북미관계 개선 과정에 들어선다는 것입니다. 또 최근에는 부쩍 미국과 북한 사이 스포츠교류, 문화교류 계획과 관련한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또 지난 주말 뉴욕 주재 북한 유엔 대표부의 김명길 정무공사는 워싱턴 관광에까지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마치 북미관계의 정상화가 급속히 이뤄질 것 같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 미국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망에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2002년 10월 북한을 방문해 고농축 우라늄 핵개발 의혹을 제기했던 제임스 켈리 전 미 국무부 차관보는 이제 시작이라며 앞으로 협상 진전과정을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James Kelly: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의 평화협정과 관계정상화 관련한 입장을 분명히 하긴 했지만 한 단계씩 차근차근 진전해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외교관들이 여기저기서 만난다는 것 자체가 꼭 이야기의 끝을 말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돼 가는지 더 두고 봅시다.

미국 스텐포드 대학교의 한반도 전문가 다니엘 스나이더 박사도 특히 북한의 핵불능화의 정의 문제, 핵목록 신고, 또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원하는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 등 앞으로 미북 관계 진전의 걸림돌은 수없이 많다고 지적합니다.

Daniel Sneider: 북한은 핵시설 불능화라는 용어대신 무력화라는 용어를 쓰고 있습니다. 저는 이 무력화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구체적인 불능화의 개념 정의부터 필요하고 또 북한의 핵목록 신고와 관련해서도 많은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근래 들어 북한이 왜 이렇게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아스럽다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심지어 북한 측은 김명길 공사의 워싱턴 방문 등 북미관계 개선 분위기를 적극 홍보함으로써 북한과 적극적인 관계 개선에 나서라고 미국을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란 일각의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일단 최근 북한의 다급한 움직임을 경제난이 심각한 북한이 6자회담 진전을 통해 국제사회로부터 얻을 수 있는 지원을 최대한 끌어내려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란드 박사의 말입니다.

Marcus Noland: 북한이 핵시설을 불능화 시킬 것이라는 데는 낙관적 전망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추측은 북한이 핵시설 불능화 이행에 앞서 최대한 협상 과정에 시간을 끌어 국제사회에서 최대한 많은 지원을 얻어내려 할 것으로 봅니다.

특히 놀란드 박사는 올 10월 남북정상회담 후 북한의 핵폐기 관련 의지가 보다 선명히 들어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만일 남한이 대규모 경제지원 약속을 했는데도 북한이 핵 불능화에 적극성을 보일 지 아니면 남한의 경제지원만으로도 일단 큰 고비는 넘겼다고 생각하고 북한이 불능화 과정 진전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지 주목된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유수한 민간연구기관인 브루킹스 연구소의 리처드 부시(Richard Bush) 박사도 북한이 경제난 타개책의 일환으로 미북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의도는 아무도 모른다면서 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미국 부시 행정부 임기 내에 핵문제 관련 담판을 지으려는 의도를 가졌는지도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