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쉬퍼 주일 미국대사는 18일 아베 총리와 회견을 마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미일 정상회담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도쿄의 채명석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을 알아보겠습니다.
아베 총리는 오는 26일 총리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하여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입니다. 미일 정상회담 때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이 있는 지요.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쉬퍼 주일 미국 대사는 아베 총리가 지난 3일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위안부 강제 연행을 정식 인정한 93년의 고노 관방장관 담화를 계승해 갈 것”이라고 약속함에 따라 위안부 문제가 미일 정상회담에서 크게 이슈화되지 않을 것임을 18일 시사했습니다.
쉬퍼 대사는 또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과거의 문제보다는 미래의 문제가 논의되는 게 바람직하다”며 위안부 문제가 미일 관계에 악영향을 미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일본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하원에 위안부 관련 결의안 제출을 준비하고 있는 일계 혼다 의원도 미일 관계를 고려하여 결의안 제출을 아베 총리 방미 이후로 미룰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또 아베 총리의 방미에 맞춰 항의 집회를 추진 중이던 재미 한인 단체들도 한국계 학생이 버지니아 공대에서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킴에 따라 위안부 관련 항의 집회를 모두 취소하기로 했다고 아사히 신문에 밝혔습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정부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는 침묵을 지켜왔지만 일본군 위안부문제에 대해서는 결코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달 하순에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 때 위안부 문제가 어떤 형태로든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미 의회에 위안부 관련 결의안이 제출될 움직임을 보이자 지난 3월 초 위안부 강제 연행을 증명할 객관적인 자료가 희박하다고 주장해 큰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그렇지만 고노 장관 담화를 번복하려는 아베 정권에 비판적인 일본의 학자, 시민단체들이 최근 위안부 강제 연행을 입증하는 새로운 자료를 공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 내용을 소개해 주시죠.
<일본의 전쟁 책임 센터> 멤버들은 지난 16일 도쿄 외국인 기자 클럽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본군 위안부 강제 연행을 입증하는 자료들을 공개했습니다.
하야시 히로후미 간토 학원대 교수는 패전 직후 전범들을 재판하기 위해 도쿄에서 열렸던 극동 군사재판 때 중국, 네덜란드, 프랑스 등의 검찰단이 일본군의 잔혹 행위를 입증하기 위해 제출한 방대한 자료들 속에서 위안부 강제 연행을 입증하는 검찰 조서를 국회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도쿄 재판 관계 자료에서 발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야시 교수에 따르면 이 자료들을 조사한 결과 한국인, 중국인, 동남아시아 여성 뿐 아니라 네덜란드 여성만 해도 적어도 65명이 위안부로 강제 동원됐던 것이 확인됐습니다. 하야시 교수 말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하야시 교수: 도쿄 재판에서 군 위안소 관리 죄로 처형됐거나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들이 버젓이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돼 있는 것도 큰 문제이다.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자료관> 관장 니시노 루미코 씨는 “위안부 강제 연행을 입증하는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아베 정권은 그런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면서 고노 담화를 번복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아베 정권이 일본인 납치 피해자 구출에는 열심이면서도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을 부정하려드니까 외국 언론들로부터 double talk 즉 한입으로 두 말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니시노 관장의 말입니다.
니시노 관장: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고 있는 아베 정권이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번복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의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도쿄-채명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