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이진희
북한에 살고 있는 마지막 월북 미군 조 드레스녹 씨의 이야기가 최근 미국 텔레비전을 통해 알려지면서, 월북한 미군들의 북한 생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었습니다. 월북 미군들은 무엇보다 북한 선전영화에 출연해 주민들에게 알려지면서 북한 사회에 조금씩 동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북 영화 - 최학신 일가) - "이렇게 비열하게 행동할 줄은 몰랐어요. 빨리 문을 열어주세요. 난 북한에 와서 당신과 같은 아름다운 여성을 만나게 된 것을 대단히 행복하게 생각합니다. 춤이나 추시죠./난 당신이 미국의 신사인 줄만 알았어요. 그런데 이게 무슨 짓이예요? 빨리 문을 열어주세요... 미국의 야만인들아.
지금 들으시는 영화는 지난 66년 제작된 북한 영화 “최학신 일가”의 일부분입니다. 이 영화에서 북한 여성을 납치한 미국인으로 나오는 사람은, 미군 탈영병 출신 조 드레스녹 씨입니다.
최근 미국의 3대 텔러비젼 방송 가운데 하나인 CBS 방송의 시사프로그램 ‘60분’을 통해, 그동안 미궁 속에 있었던 드레스녹 씨의 이야기가 처음으로 공개되면서, 월북한 미군들의 북한생활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영국의 영화제작자 다니엘 고든과 닉 보너 감독과 만난 드레스녹 씨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북한으로 갔지만, 북한 생활에도 쉽게 적응을 하지 못했다고 고백했습니다. 60분에 나온 드레스녹 씨의 말입니다.
Dresnok: (Different customs, a different ideology, the uneasiness of the way people look at me...")
“문화도 다르고 사상도 달랐습니다. 길을 걸을 때면, 저를 쳐다보는 북한 주민들에게 불쾌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 저기 미국 놈 간다’라고 말입니다. 북한에 있고 싶지 않았습니다. 절대 적응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드레스녹씨가 북한에 동화되는 데 일등 공신은 선전영화입니다. 드레스녹 씨를 포함에 월북 미군들이 출연한 선전영화가 북한에서 크게 인기를 끌면서, 북한 주민들도 월북 미군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철천지 원쑤’인 미국인을 이용해, 반미의식을 크게 고취시키는 소득을 얻은 반면, 미군들은 영화를 통해 북한사회에 적응했습니다. 남한에 살고 있는 탈북자 김명현(가명) 씨의 말입니다.
김명현: 유명해졌죠. 오랫동안 영화에 출연하면 민간인들이 보면서, 아 저기 누구다, 누구다 하죠. 그 사람이 미국인이기 때문에 사회에서 손가락질을 받거나 하지 않습니다. 미국 민간 CNA 연구소에서 ‘외국 지도부 연구계획(Foreign Leadership Studies Program)’을 맡고 있는 북한 전문가 켄 고스(Ken Gause) 국장은, 북한주민들은 영화를 통해 친숙해진 월북 미군들을, 보통 일반 사람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Gause: (There is a kind of love and hate relationship that they have with the West...)
“서구사회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입장은, ‘싫어하면서도 좋아하는 관계’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한 편으로는, 이념적인 이유로 이들 미국인들을 미워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자신들과 다른 이방인에 대한 호기심이 있습니다. 물론 미국인들에 대해 들은 바가 있으니 여전히 경계는 하죠. 이들 미군들을 오랫동안 접하면서, 미국인이 아닌 한 사람으로서 그가 누구인가를 배우나가는 거죠, ‘사악한 괴물은 아니구나’라고 깨닫게 된다고 할까요?”
고스 국장은 북한 주민들이 영화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미군들을 자주 접하면서, 다른 미국인과 차별된 견해를 가지게 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군들은 선전 도구로 이용되고 북한 당국으로부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긴 했지만, 일반 북한주민들에 비해 좋은 대우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드레스녹 씨 스스로도, 90년대 식량기근 사태 때에도 자신에게만은 식량배급을 중단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선전도구인 탈영 미군들의 배를 굶기거나, 영양실조나 병에 걸리게 하거나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이 혹 서구사회로 돌려보내졌을 때, 최상의 삶은 아니었지만 식량도 잘 줬고, 대우도 비교적 좋았다는 말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