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한에 2천5백만 달러 상당 중유 지원 검토

미국이 북한 핵폐기 조치에 진전을 보임에 따라 2천5백만 달러 상당의 중유를 북한에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향후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게 될 때 미국도 중유 선적을 서두를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자는 겁니다.

부시 미국 행정부는 지난 11일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북한의 핵폐기 2단계 협상이 충분한 진전을 이루고 있는 만큼 북한에 중유를 보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로이터 통신이 12일 부시 행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의 핵프로그램 전면 신고와 핵시설 불능화에 관한 논의가 아직 진행되고 있지만, 초기단계에서 일단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하고, 미국이 첫 중유선적분을 준비하기 시작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은 이달초 제네바에서 열린 미국과의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에서 올해 안에 핵시설을 불능화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 뒤를 이어 지난 11일부터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핵전문가들이 핵시설 불능화를 협의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 중입니다.

보고서는 북한이 향후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할 경우, 미국도 중유 선적을 서두를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부시 미국 대통령은 대북 중유 지원을 위해 2천5백만 달러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미국 행정부가 대외원조법상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의회에 먼저 알려야 합니다.

미국 전문가들은 부시 행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을 두고, 6자회담의 진전을 강력하게 추진하려는 의지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미국 존스홉킨스 국제대학원의 돈 오버도퍼 교수입니다.

Oberdorfer: (The message is the US and its friends are doing its part, and it's up to N. Korea to do its part it's promised to do.)

"미국과 우방국들이 제 할 일을 하고 있는 만큼, 북한도 약속한대로 자기 몫을 다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만약 북한이 핵시설 불능화와 핵폐기 약속을 저버린다면 대북 지원 계획도 없던 일이 된다는 거죠."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로서는 미국의 대북 중유 제공과 관련해 어떤 합의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몇 달 안에 대북 중유제공의 필요성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의회에 관련 보고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리는 실제 합의가 이뤄졌을 때 곧바로 이행될 수 있도록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은 지난 2월 타결된 6자회담 합의에 따라 영변의 5메가와트급 원자로와 핵재처리 시설, 핵연료 공장 등을 포함한 다섯 개의 핵시설을 지난 7월 폐쇄했습니다. 현재 이 시설들은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를 받고 있습니다. 이같은 조치에 상응해 남한은 북측에 중유 5만톤을 지원했습니다.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전면 신고하고 핵시설을 불능화하는 핵폐기 2단계에서 추가로 중유 95만 톤 상당의 경제, 에너지, 혹은 인도적 지원을 받게 돼 있습니다. 로이터 통신이 보도한 미국 행정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5만톤의 중유를 북한에 지원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중국과 남한 정부가 미국측에 빠르면 이달 안에 추가로 5만톤의 중유지원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한편 미국은 지난 94년 북한과 맺은 기본합의에 따라 매년 중유 50만 톤을 한반도 에너지 개발 기구를 통해 북측에 지원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2002년 북한의 비밀 고농축 우라늄 개발 계획이 불거진 뒤, 북한이 핵시설을 재가동하고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요원들을 추방하면서, 중유 지원이 중단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