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김연호 kimy@rfa.org
아프가니스탄의 한국인 인질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미 남자 인질 두 명이 살해됐지만,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탈레반 무장세력은 인질과 포로를 맞바꾸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아프가니스탄과 미국은 테러범들과 거래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남한 인질들을 붙잡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무장세력이 지난 31일 심성민씨를 살해했습니다. 지난주 살해된 배형규 목사에 이어 두 번째 희생자입니다. 인질범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나머지 21명의 인질들도 살해할 수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탈레반 무장세력은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수감하고 있는 탈레반 포로들을 남한 인질과 맞바꾸자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남한 정부는 인질범들과의 협상 쪽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입니다.
천호선: 아프간 미군을 포함한 국제사회 전반의 이런 납치 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원칙과 관행을 충분히 인정하지만, 인도주의적인 관점에서 이를 유연하게 적용할 것을 기대한다는 말씀을 드린바 있습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입장은 단호합니다. 카르자이 대통령의 하미드자다 대변인은 탈레반의 요구를 받아들임으로써 또 다른 납치사건을 부추기는 결과가 빚어져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거듭 밝혔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지난 3월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된 이탈리아 기자를 탈레반 수감자 다섯 명과 맞바꿨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탈레반이 외국인을 납치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 선례를 만들었다는 지적이 일었습니다. 그 뒤로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인질범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입장을 정리했습니다.
이점에서는 미국도 같은 입장입니다. 국무부의 톰 케이시 대변인입니다.
Casey: (Again, the policy as written over the past 20 years or so is to not make concessions to terrorists and that remains our view.)
“거듭 말하지만, 지난 20년여 동안 미국의 정책은 테러범들에게 양보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 정책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탈레반은 지난 2001년까지만 해도 아프가니스탄의 집권 세력이었으나, 미국 뉴욕에 테러공격을 감행한 알 카에다를 비호하다 결국 미군의 공격을 받고 권좌에서 쫓겨났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아프가니스탄 곳곳에서 무장 저항을 벌이고 있습니다.
남한 인질들이 탈레반에 붙잡힌 지 보름이 다 돼가고, 희생자도 이미 두 명이 발생하자 군사작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한 정부는 군사 행동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인질범들과의 대화를 포기할 이유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