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슬라비아 독재자 밀로세비치 사망

"발칸반도의 도살자", 유고슬라비아의 악명 높은 독재자 “슬로보단 밀로세비치”가 11일 유엔 구치소에서 숨졌습니다. 전수일 기자와 알아봅니다.

밀로세비치 전 대통령의 숨진 상황과 사망 원인에 대해 전해주시죠.

12일 외신들과 세계 언론들이 전한 보도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예순 네 살의 밀로세비치 전 유고연방 대통령은 억류돼있던 자신의 감방에서 11일 아침 교도관에 의해 숨 진채로 발견됐다고 합니다. 전범재판소 측은 밀로세비치가 자살했거나 타살당한 흔적은 없고, 자연사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국제유고전범재판소는 12일 사체를 부검한 뒤에 정확한 사망원인을 밝히기로 했다고 합니다. 재판소의 의료진은 일단 밀로세비치가 '심부전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심부전증이란 것은 어떤 병입니까?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나 북한군 실세로 알려진 조명록 차수 등도 앓고 있는 병으로 보도되기도 했는데요, 심부전증이란 심장질환을 말하는 겁니다. 한마디로 심장 박동력이 약해지면서 신체 모든 부분에 피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함에 따라 여러 가지 질환이 나타나게 되는 병입니다.

밀로세비치는 고혈압과 당뇨병, 만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밀로세비치 유족들은 그가 독살됐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고 합니다. 모스크바에 있는 밀로세비치의 부인은 미국의 CNN 방송과의 회견에서 자신의 남편은 전범재판소 구치소에서 '독극물을 주입받고 있다'고 자신에게 말했다면서 전범재판소가 자신의 남편을 죽인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밀로세비치는 만성 심장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모스크바로 가길 원했지만 전범재판소는 이를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11일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밀로세비치 사망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일단 밀로세비치를 치료한 뒤에는 다시 전범재판소로 돌려보내겠다는 보증을 했었다고 밝혔습니다.

밀로세비치가 어떤 연유로 전범재판소 구치소에 들어가게 됐는지 소개해 주시죠.

네, 슬로보단 밀로세비치는 1990년대 발칸반도를 휩쓸었던 유고 내전의 주역이었습니다. 발칸반도는 그리스와 헝가리 사이에 있는 전 유고슬라비아가 주축이 된 지역을 가리키는데요, 밀로세비치는 1989년 유고의 일부인 세르비아 공화국 대통령에 선출된 이후 세르비아 계 민족주의 심리를 부추겨 발칸반도내 민족간 무력 분쟁을 촉발했습니다.

당시 유고연방이 해체되기 시작하자 '대 세르비아주의'를 내걸고 발칸반도 통합이라는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연방내 다른 민족계인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코소보등과 1999년까지 무려 10년동안 참혹한 내전을 벌인 것입니다. 이 같은 내전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30여만명이 숨졌고 230만명이 난민이 됐습니다. 그리고 이른바 인종청소라는 기치아래 타 민족 주민들을 대량학살하고 집단 성폭행을 하도록 했습니다.

1999년 국제사회가 경제제재를 시작하고 같은 해 나토, 즉 북대서양조약기구 연합군이 유고를 공습하자 궁지에 몰리게 됐고, 그 이듬해 2000년에는 국민의 저항으로 권좌에서 쫓겨났습니다. 유고의 경제는 완전히 파탄에 빠졌습니다. 밀로세비치는 2천1년 반인륜적인 전범으로 자신의 부하였던 라트코 믈라디치와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지도자였던 라도반 카라지치등과 함께 지목됐습니다. 밀로세비치는 2천2년부터 네델란드 헤이그 전범재판을 받아왔습니다.

밀로세비치의 가족 내력도 불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아버지는 그리스 정교 성직자였고 어머니는 열렬한 공산주의자이며 교직생활을 했었다는데요, 부모 모두가 자살했다고 합니다. 삼촌도 자살했다고 합니다.

밀로세비치의 사망에 대한 반응은 어떻습니까?

발칸반도 유혈사태 종식을 위해 중재 주역을 맡았던 미국의 리처드 홀부륵 전 유엔주재 대사는 11일 CNN 방송과의 회견에서 '밀로세비치'의 죽음에 대해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발칸 반도 전쟁 희생자 유족들과 피해자들은 밀로세비치를 국제전범재판소에서 단죄할 기회가 사라진 데 대해 아쉬워 했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습니다.

유럽국가 지도자들은 밀로세비치 전 독재자의 사망으로 앞으로 발칸반도의 평화가 정착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고, 발칸반도 내 국가 지도자들 역시 밀로세비치의 죽음을 계기로 이웃 국가들 간의 관계가 다시 정립되길 바란다는 희망을 나타냈습니다. 아직도 발칸반도내의 독립국가들인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등은 유럽연합 가입을 추구하고 있지만 이들의 민주주의 수준이 충족되지 못하는 등 여건이 미비해 실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편, 영국의 BBC 방송은 코소보와 몬테네그로의 독립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밀로세비치'의 죽음은 두고두고 발칸반도의 불화의 잠재적인 씨앗이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전수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