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 2007년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역대 3번째로 평양에서 개최됩니다.
11년 만에 평양에서 이뤄지는 만큼 의전에서부터 의제에 이르기까지 회담 진행 상황 하나하나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과거 남북 정상 간 회담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서재덕 인턴기자가 살펴보았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이 맨 처음 논의된 건 1994년 한국의 김영삼 정부 시절입니다. 1차 북핵 위기 당시 북한을 방문했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제안으로 남과 북은 정상회담의 개최에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김일성 북한 주석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회담이 성사되지는 못했습니다.
남북 정상 간 첫 만남은 6년이 지난 2000년 6월 13일에 이뤄졌습니다. 당시 김대중 한국 대통령은 평양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서울공항에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벅차오르는 감회와 각오를 밝혔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저의 이번 평양 길이 평화와 화해에의 길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협을 제거하고 남북 7천만 모두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냉전 종식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김 대통령이 이날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하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예고 없이 깜짝 마중을 나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조선중앙TV] 김정일 동지께서 김대중 대통령과 악수하시고 인사를 나누셨습니다.
북한의 파격적인 환대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이 숙소로 향하는 차량에 함께 동승해 50분간 두 사람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튿날인 14일 두 정상은 통일 문제를 같은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할 것을 포함해 이산가족 문제 해결 노력, 경제 및 사회·문화 교류 확대 등을 다짐한 <6·15 남북공동선언>에 합의했습니다.
남북 정상은 마지막 날인 15일, 송별 연회에서 손을 맞잡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함께 불렀습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 정상이 만났다는 사실 자체로 큰 의의를 가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결과물인 ‘6·15 남북공동선언’은 남과 북이 냉전 대결에서 공존을 모색하는 관계로 전환하는 이정표가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남북 정상은 이후 7년 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2007년 10월 2일부터 4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열린 두 번째 남북정상회담 역시 평양에서 열렸습니다.
첫 회담과 달리 육로로 이동했던 노무현 당시 한국 대통령은 남과 북을 가로막은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제가 다녀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마침내 이 금단의 선도 점차 지워질 것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당시 4.25 문화회관 앞으로 직접 나와 노무현 대통령을 환영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하늘을 날아오셔서 평화의 돌파구를 열어 놨고 이렇게 육로로 오신 데에 대해서는 대단히 기쁘게 생각합니다.
회담 마지막 날 두 정상은 평양 백화원에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 즉 <10·4 선언>을 채택했습니다. <10·4 선언>은 2000년 남북 간 합의된 <6·15 남북공동선언>을 구체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세부 방안을 담았습니다.
이를 통해 <6·15 공동선언> 이후 7년간 이뤄진 남북 간 교류 경험을 토대로 그동안의 장애 요인을 극복하고,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포괄적으로 제시했습니다. 특히 남북 당국이 당시까지 전면적으로 다루지 못했던 군사문제와 평화체제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지난 4월 2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첫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당시 회담은 이전과 달리 하루짜리 회담으로 진행됐습니다. 오전 회담은 100분가량 이어졌고, 남북 두 정상이 도보다리 산책하면서 40여 분에 걸쳐 독대하기도 하였습니다.
두 정상은 남북관계 발전,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구축,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남북정상회담의 정례화 등의 내용을 담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직접 발표하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평화를 바라는 8천만 겨레의 염원으로 역사적 만남을 갖고 귀중한 합의를 이뤘습니다.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함께 선언하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표 이후 김정은 위원장의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북측 최고지도자가 직접 세계의 언론 앞에 서서 공동발표를 한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저와 문재인 대통령은 방금 오늘 회담에서 합의된 의제들과 그 구체적 조치들을 반영한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채택하고 서명하였습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한 달 만인 5월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지역인 통일각에서 깜짝 만남을 가졌습니다. 당시 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정됐던 미북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 이후 김 위원장의 요청으로 급히 마련됐습니다.

다음날인 27일, 문재인 대통령은 회담 결과를 직접 발표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우리 두 정상은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위한 우리의 여정은 결코 중단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를 위해 긴밀히 상호협력하기로 하였습니다. 또한 우리는 4.27 판문점 선언의 조속한 이행을 재확인했습니다.
남북 두 정상 간 당시 만남은 곧바로 미북정상회담 개최로 이어져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첫 만남을 가졌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이번 회담은 매우 성공적인 회담을 될 것입니다. 영광이고, 좋은 관계를 맺을 것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이 자리에 오는 길이 그리 쉬운 길을 아니었습니다. 우리에게는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또 그릇된 생각과 관행들이 때로는 우리고 눈과 귀를 가리곤 했는데, 우린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오는 20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평양에서 열리는 이번 회담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 세 번째 열리는 남북 정상 간 만남으로 판문점선언 이행 성과를 점검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과 공동번영을 위한 방안이 주로 논의될 예정입니다.
특히 남북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 방안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져 북한 핵 문제 해결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재덕 인턴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