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들 “월북 김씨 어려움 있었겠지만 이해 어려워”

워싱턴-천소람 cheons@rfa.org
2022.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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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들 “월북 김씨 어려움 있었겠지만 이해 어려워” 새해 첫날 강원도 최전방의 22사단 GOP(일반전초) 철책을 통한 월북 사건이 발생하면서 대북 감시망의 허점이 또다시 노출됐다. 이번 월북 사건은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병력을 철수시킨 GP(감시초소) 인근에서 발생했다.
/연합뉴스

앵커: 새해 첫날 월북한 30대 초반의 김 모 씨. 불과 1년 전 자신이 귀순했을 때와 동일한 방법으로 월북했습니다.

 

김 씨의 월북 요인으로 한국에 정착해 생활하고 있는 탈북민들은 외로움과 소위 ‘코로나 시국으로 인한 사회적 소통 부재를 이유로 꼽았습니다. 반면 전문가들은 김 씨가 여러 나라를 거쳐 힘겹게 탈북한 다른 탈북민들에 비해 철책을 넘어 상대적으로 빠르고 쉽게탈북한 데 주목했습니다. 보도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강원도 동부전선 민통선 주변 CCTV에 포착된 탈북자.
강원도 동부전선 민통선 주변 CCTV에 포착된 탈북자.
[한국 MBC] 정부는 새해 첫날 월북한 사람이 1년 전 같은 지역으로 귀순했던 탈북민이라고 밝혔습니다.

 

새해 첫날인 1 1 오후 636. 30대 초반의 김 모 씨가 월북 했습니다. 3m 높이의 철책을 망설임 없이 뛰어 넘어 통과한 그는 2020 11월 귀순 때도 같은 지역의 이중철책을 넘어왔던 경험이 있습니다.

 

김 씨가 강원도 고성에 위치해 있는 철책을 넘는 데는 채 4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미 한번 월남해 주변 지형을  잘 알고 있었던 겁니다.

 

2019년 후반에 탈북 해 2020년 한국에 정착한 20대 여성 김서영(신변 안전을 위해 가명 요청) 씨는 김 씨의 월북에 코로나19 확산이 영향을 끼쳤을 걸로 예상했습니다.

 

[김서영] (이번 월북에 코로나 영향이) 있을 것 같아요. 그분도 혼자였을 거잖아요. 많은 사람들과 사회생활을 하며 서로 어울리고 그랬어야 했는데. 원래 힘든데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과 접촉도 없고, 누구에게 속 털어놓을 일도 없고 그래서 마음이 힘들어져서 부정적인 생각을 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탈북민과 많은 심리상담을 진행한 오은경 한국 건양대학교 교수(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전문가)는 코로나19로 사람들과 접촉이 어려웠던 점이 김 씨의 월북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을 걸로 진단했습니다.

 

[오은경] 시기가 안좋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사람이 작년(2020)에 왔다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도시간 차단으로 인해 2020년에 들어온 사람이 얼마 안됩니다. 이 사람이 자신이 이야기 나눌 수 있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탈북 동지)가 없었던 거죠. 그래서 이로 인한 외로움과 고립감이 컸을 듯 합니다.

 

탈북민 정착지원단체인 ‘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신미녀 대표도 코로나의 영향력이 컸을 걸로 내다봤습니다. 낯선 땅에 혈육도 없는 탈북민이 견디기엔 시기적 특수성이 컸다는 겁니다.

 

[신미녀] 코로나의 영향도 있겠죠. 저희만 해도, 면대 면으로 하는 행사를 비대면으로 많이 돌렸거든요. 그러니까 더 외롭고, 심리적인 부분에서 많이 노출될 수 있죠. 우리도 똑같잖아요. 그래도 우리는 가족이 있잖아요. (탈북민의) 경우에는 가족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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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임 모 씨가 서울 아파트에서 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AFP와의 인터뷰에서 가장이자 미혼모인 임씨는 탈북한 지 9년이 됐지만 여전히 생계를 꾸려나가기 힘들디고 말했다. /AFP

탈북민, 한국 정착하며 외로움 많이 느껴

 

사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탈북민들은 낯선 사회에서 정착하느라 큰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여군 장교 출신인 탈북민 김단금(비단금TV) 씨는 탈북민들을 외국인 취급하는 따가운 시선을 느꼈다고 털어놓습니다.

 

[김단금] 탈북민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문제는 사회정착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우리나라(한국) 사람들이 탈북민을 외국인 취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외국인 취급을 하고, 아주 못사는 후진국에서 왔다는 시각으로 보다 보니,….

 

김 씨는 다른 말투로 소통에 어려움을 겪거나 차별을 경험하기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단금] 아무래도 언어라는 것이 부산이나 대구 사투리, 지방마다 말투가 다르잖아요. 탈북민의 말투가 완벽하게 달라지는 게 아니잖아요. 조선족인지 (사람들이 물어보기도 하고), 면접을 볼 때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김서영 씨도 탈북민들이 외로움 탓에 정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서영] 아무래도 외진 땅에 왔으니까 혼자 살아야 하고 이것저것 자신이 헤쳐 나가야 하니까 아무래도 힘들어요.

 

신미녀 대표는 군대 등을 거치며 집단생활을 많이 경험한 남성 탈북자에게 소속감 부재는 더 크게 다가왔을 거라고 지적했습니다.

 

[신미녀] 특히 남자들은, 북한은 집단생활을 많이 하잖아요. 소속감이 있는 게 인간으로서 굉장한 안정감을 주잖아요. 북한에서는 전체적으로 집단생활을 하다 보니 외로움이 없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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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인 2021년 2월 12일 파주 비무장지대(DMZ) 인근 철책 앞에 탈북자와 자녀들이 서있다. /Reuters

 

김 씨의 월북 과정의 특수성

 

오은경 교수는 김 씨의 상대적으로 짧았던 탈북 여정도 월북을 결심한 중요한 요소였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오은경] 탈북 여정이 짧을수록 정착에 혼란이 있더라고요. 탈북 기간, 즉 탈북 여정이 짧은 사람들은 탈북 과정 동안 고생을 덜하며 (넘어)오잖아요. 지금 이 (월북한) 사람도 너무 빨리 왔죠. 뛰어서 금방 왔잖아요. 제가 이전에도 (탈북 여정이) 빨리 온 사람들이 다시 빨리 돌아가고 싶어하는 사례들을 굉장히 많이 봤습니다.

 

탈북 과정이 쉬울 수록, 월북에 대한 희망을 내비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오은경] 심리적 측면을 봤을 때, 탈북 기간, 여정이 짧았던 것도 (김 씨에게) 다시 돌아갈 마음을 쉽게 먹을 수 있는 요소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힘들게 온 사람은 너무 힘드니 돌아가지 않을 수 있거든요. 손쉽게 넘어왔기 때문에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마음을 먹기 쉽지 않았을까….

 

실제 중국을 거쳐 동남아시아 제3국을 통해 가까스로 탈북에 성공했던 김서영 씨는 김 씨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서영] 많이 특이하죠. 저도 들었을 때, ‘저렇게 가는 사람들은 뭐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처럼 산을 넘고 힘들게 3국을 거쳐온 사람들에게는 정말 이해할 수 없죠. 만약에 우리처럼 산을 넘어서 가라고 하라면, 지금 같은 시국에 꿈도 못 꿨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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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고정희(오른쪽)씨가 서울 남북문화통합센터에서 아코디언 연주법을 강연하고 있다. 남북문화통합센터는 북한이탈주민과 지역주민들이 문화활동과 놀이를 통해 교류하는 것을 장려하는 정부 운영 시설이다. /AP

 

대가와 자유 있는 사회, 희망 잃지 말아야

 

김단금 씨는 목숨을 걸고 넘어온 탈북민들이 처음에 품었던 희망을 잘 키워나가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김단금] 내가 하는 것 만큼 대가가 돌아오잖아요. 목숨 걸고 자유를 찾아 왔는데, 정말 북한에서 자유가 그리워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왔는데, 못할 게 뭐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부단히 노력하고 성공하려고 노력하려는 사람에게는 불가능이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에서 해보지 못한 걸 마음껏, 공부도 하고 여행도 하고 하며 하고싶은 일 다 하며 마음대로 살 수 있는….

 

오은경 교수는 차별과 ‘다름의 시선을 거둘 수 있게 탈북민과의 소통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오은경] 탈북민들을 남한사람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소통할 수 있는 창구와 만날 수 있는 장들이 많이 부족합니다. 믿을만한 남한 사람 한 명 정도 라도 (만나면 좋지 않을까). 마음과 마음은 어떤 지점에서 통하니까요.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까지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 수는 총 3 3800.

 

낯선 땅을 찾아온 ‘귀한 손님들이 외로움 속에 방치돼 더 이상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따뜻하게 보듬어야 할 때라는 지적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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