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들 “월북 김씨 어려움 있었겠지만 이해 어려워”
2022.01.08

앵커: 새해 첫날 월북한 30대 초반의 김 모 씨. 불과 1년 전 자신이 귀순했을 때와 동일한 방법으로 월북했습니다.
김 씨의 월북 요인으로 한국에 정착해 생활하고 있는 탈북민들은 외로움과 소위 ‘코로나 시국’으로 인한 사회적 소통 부재를 이유로 꼽았습니다. 반면 전문가들은 김 씨가 여러 나라를 거쳐 힘겹게 탈북한 다른 탈북민들에 비해 철책을 넘어 상대적으로 ‘빠르고 쉽게’ 탈북한 데 주목했습니다. 보도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새해 첫날인 1월 1일 오후 6시 36분. 30대 초반의 김 모 씨가 월북 했습니다. 3m 높이의 철책을 망설임 없이 뛰어 넘어 통과한 그는 2020년 11월 귀순 때도 같은 지역의 이중철책을 넘어왔던 경험이 있습니다.
김 씨가 강원도 고성에 위치해 있는 철책을 넘는 데는 채 4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미 한번 월남해 주변 지형을 잘 알고 있었던 겁니다.
2019년 후반에 탈북 해 2020년 한국에 정착한 20대 여성 김서영(신변 안전을 위해 가명 요청) 씨는 김 씨의 월북에 코로나19 확산이 영향을 끼쳤을 걸로 예상했습니다.
[김서영] (이번 월북에 코로나 영향이) 있을 것 같아요. 그분도 혼자였을 거잖아요. 많은 사람들과 사회생활을 하며 서로 어울리고 그랬어야 했는데. 원래 힘든데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과 접촉도 없고, 누구에게 속 털어놓을 일도 없고 그래서 마음이 힘들어져서 부정적인 생각을 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탈북민과 많은 심리상담을 진행한 오은경 한국 건양대학교 교수(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전문가)는 코로나19로 사람들과 접촉이 어려웠던 점이 김 씨의 월북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을 걸로 진단했습니다.
[오은경] 시기가 안좋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사람이 작년(2020년)에 왔다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도시간 차단으로 인해 2020년에 들어온 사람이 얼마 안됩니다. 이 사람이 자신이 이야기 나눌 수 있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탈북 동지)가 없었던 거죠. 그래서 이로 인한 외로움과 고립감이 컸을 듯 합니다.
탈북민 정착지원단체인 ‘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 신미녀 대표도 코로나의 영향력이 컸을 걸로 내다봤습니다. 낯선 땅에 혈육도 없는 탈북민이 견디기엔 시기적 특수성이 컸다는 겁니다.
[신미녀] 코로나의 영향도 있겠죠. 저희만 해도, 면대 면으로 하는 행사를 비대면으로 많이 돌렸거든요. 그러니까 더 외롭고, 심리적인 부분에서 많이 노출될 수 있죠. 우리도 똑같잖아요. 그래도 우리는 가족이 있잖아요. (탈북민의) 경우에는 가족도 없고.

탈북민, 한국 정착하며 외로움 많이 느껴
사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탈북민들은 낯선 사회에서 정착하느라 큰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여군 장교 출신인 탈북민 김단금(비단금TV) 씨는 탈북민들을 외국인 취급하는 따가운 시선을 느꼈다고 털어놓습니다.
[김단금] 탈북민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문제는 사회정착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우리나라(한국) 사람들이 탈북민을 외국인 취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외국인 취급을 하고, 아주 못사는 후진국에서 왔다는 시각으로 보다 보니,….
김 씨는 다른 말투로 소통에 어려움을 겪거나 차별을 경험하기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단금] 아무래도 언어라는 것이 부산이나 대구 사투리, 지방마다 말투가 다르잖아요. 탈북민의 말투가 완벽하게 달라지는 게 아니잖아요. 조선족인지 (사람들이 물어보기도 하고), 면접을 볼 때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김서영 씨도 탈북민들이 외로움 탓에 정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서영] 아무래도 외진 땅에 왔으니까 혼자 살아야 하고 이것저것 자신이 헤쳐 나가야 하니까 아무래도 힘들어요.
신미녀 대표는 군대 등을 거치며 집단생활을 많이 경험한 남성 탈북자에게 소속감 부재는 더 크게 다가왔을 거라고 지적했습니다.
[신미녀] 특히 남자들은, 북한은 집단생활을 많이 하잖아요. 소속감이 있는 게 인간으로서 굉장한 안정감을 주잖아요. 북한에서는 전체적으로 집단생활을 하다 보니 외로움이 없었을 텐데.

김 씨의 월북 과정의 특수성
오은경 교수는 김 씨의 상대적으로 짧았던 탈북 여정도 월북을 결심한 중요한 요소였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오은경] 탈북 여정이 짧을수록 정착에 혼란이 있더라고요. 탈북 기간, 즉 탈북 여정이 짧은 사람들은 탈북 과정 동안 고생을 덜하며 (넘어)오잖아요. 지금 이 (월북한) 사람도 너무 빨리 왔죠. 뛰어서 금방 왔잖아요. 제가 이전에도 (탈북 여정이) 빨리 온 사람들이 다시 빨리 돌아가고 싶어하는 사례들을 굉장히 많이 봤습니다.
탈북 과정이 쉬울 수록, 월북에 대한 희망을 내비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오은경] 심리적 측면을 봤을 때, 탈북 기간, 여정이 짧았던 것도 (김 씨에게) 다시 돌아갈 마음을 쉽게 먹을 수 있는 요소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힘들게 온 사람은 너무 힘드니 돌아가지 않을 수 있거든요. 손쉽게 넘어왔기 때문에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마음을 먹기 쉽지 않았을까….
실제 중국을 거쳐 동남아시아 제3국을 통해 가까스로 탈북에 성공했던 김서영 씨는 김 씨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서영] 많이 특이하죠. 저도 들었을 때, ‘저렇게 가는 사람들은 뭐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처럼 산을 넘고 힘들게 3국을 거쳐온 사람들에게는 정말 이해할 수 없죠. 만약에 우리처럼 산을 넘어서 가라고 하라면, 지금 같은 시국에 꿈도 못 꿨겠죠.

대가와 자유 있는 사회, 희망 잃지 말아야
김단금 씨는 목숨을 걸고 넘어온 탈북민들이 처음에 품었던 희망을 잘 키워나가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김단금] 내가 하는 것 만큼 대가가 돌아오잖아요. 목숨 걸고 자유를 찾아 왔는데, 정말 북한에서 자유가 그리워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왔는데, 못할 게 뭐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부단히 노력하고 성공하려고 노력하려는 사람에게는 불가능이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에서 해보지 못한 걸 마음껏, 공부도 하고 여행도 하고 하며 하고싶은 일 다 하며 마음대로 살 수 있는….
오은경 교수는 차별과 ‘다름’의 시선을 거둘 수 있게 탈북민과의 소통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오은경] 탈북민들을 남한사람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소통할 수 있는 창구와 만날 수 있는 장들이 많이 부족합니다. 믿을만한 남한 사람 한 명 정도 라도 (만나면 좋지 않을까). 마음과 마음은 어떤 지점에서 통하니까요.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까지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 수는 총 3만 3천800명.
낯선 땅을 찾아온 ‘귀한 손님’들이 외로움 속에 방치돼 더 이상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따뜻하게 보듬어야 할 때라는 지적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