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수용가능한 종전선언 내부 검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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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사진 제공-마키노 요시히로)

독재 체재 위협 느낀 김정은 , 다방면으로 노력

<기자>최근 (10월 28일) 한국 국가정보원이 북한이 김일성·김정일 사진을 없애고 내부적으로 '김정은주의'라는 용어를 사용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정은주의의 등장 배경은 무엇이고 김일성주의와는 또 어떻게 다른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김일성주의는 비동맹주의로 대표되는 주체사상이라고 평가받았습니다. 그리고 김정일주의는 군이 어떤 것에서도 우선되어야 한다는 선군정치를 의미한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기 직전에도 김일성-김정일주의라는 말이 등장했고 김일성 종합대학교에서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연구하는 부서가 생겼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체사상하고 선군사상에는 공통점이 없기 때문에 연구에는 진전이 없었다고 들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원래 김일성-김정일주의를 강조했던 것도 일단 백두혈통에 들어가야 한다는 그런 정치적인 목적만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김정은 총비서가 강조하고 있는 건 인민대중 제일주의나 애민정치같은 사상입니다. 다만 인민대중 제일주의는 조선노동당에서 몇 번을 강조해 왔기 때문에 지금 일부러 김정은주의라는 새로운 말을 쓴다는 것은 김정은 총비서의 독재체제를 인민들이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목적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김정은 총비서가 그 정도로 독재체제에 불안을 가지고 있다는 그런 신호가 아닌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자>김정은 총비서 또 최근들어 '유일적 영도체계'를 강조하고 나섰는데요 어떤 사정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김정은 총비서가 독재를 유지할 수 있는지 아닌지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도 10월 말에 보고했지만, 요즘에 할아버지나 아버지의 그림자를 벗어나고 자기 사진을 여러 장소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것도 이런 독재 체재에 대한 불안감에서 나온 현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첫 번째, 그런 정치 상황, 공산주의가 좋은 사상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어졌습니다. 두 번째, 요즘 경제제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국경봉쇄와 같은 것이 많았기 때문에 김정은 총비서에게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많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김정은 총비서가 독재체재를 유지할 그 수단이 세 번째인 공포감밖에 없다는 말인데, 북한 주민들로서도 김정은 총비서의 권력을 지지한다는 건 어려운 상황이 돼버리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 총비서 입장으로서도 독재체재 유지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말입니다.

미·중 , 북과 대화 물꼬 트기 위해 탐색 중일 것

<기자>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10월 28일) 정례 정책설명회에서 "'종전선언'에 대해 한미 간의 세부사항에 시각차가 있지만, 주요 전략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은 일치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발언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설리번 보좌관의 발언에 대해서 한국 언론들은 미국과 한국 사이의 시각차가 드러났다고 좀 부정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로는 설리반 보좌관 발언을 보면 그래도 종전선언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한·미소식통에 따르면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다시 종전선언을 제안한 후에 미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종전 선언이 무엇인지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 입장으로서는 한미 동맹이나 주한미군 및 한미 연합 훈련 같은 문제에 대해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건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역으로 보면 그런 문제에 대해서 한국이나 북한이 (미국의 조건을) 받아들이겠다고 하면 미국이 종전선언에 서명할 수 있는 가능성도 생긴다는 말입니다. 미국은 아시다시피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나 기후 온난화 문제 등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가 많이 있어서 한반도에 (신경 쓸) 외교적인 여유가 없다고 보고 있고요. 가능하면 북한도 가만히 있으면 좋겠다고 미국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미국도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종전 선언에 동의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고요. 한편, 일본 정부는 종전선언 내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 자체를 거부하면서 10월 말에 워싱턴에서 있었던 한·미·일 고위급협의에서도 반대하는 입장만 되풀이했다고 듣고 있습니다.

“중,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김정은 초대했을 것”

<기자>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리룡남 주중 북한대사와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만났습니다. 둘 사이에 어떤 논의가 있었다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중국 주재 북한대사가 늘 만나고 있는 사람은 보통 외교부장이나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입니다. 중국 외교의 정상인 양제츠 정치국원이 (주중 북한대사를) 만난다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회담에 대해서 중국과 북한 사이의 "고위급 교류를 유지한다"라는 대화를 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아마 내년 2월로 예정돼 있는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 총비서를 초대하려는 초청장을 전달하지 않았겠느냐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왕이 외교부장도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과 만났을 때 "베이징 올림픽 기회를 이용해서 한반도 상황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다"는 이야기를 한 바가 있었습니다. 중국의 입장으로서는 개막식에서 중국이나 한국, 북한 그리고 미국을 포함해서 정상 외교를 연출할 생각이 있습니다. 북한도 김정은 집권 10주년이니까 어떻게 하더라도 대내적으로 선전할 수 있는 정치적인 성과를 원하고 있습니다. 가령 김정은 총비서가 베이징을 방문한다고 하면 중국은 그 대가로 적지 않은 지원을 하리라 예상합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내년 신년사에서 이런 외교 방침을 밝히지 않겠냐는 예상도 저는 하고 있습니다.

북·일은 태도 변화는 글쎄

<기자> 일본 중의원 선거가 집권 자민당의 승리로 마무리됐습니다. 북·일, 한·일 그리고 미·일 관계에는 어떤 영향이 있으리라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 10월 31일 선거에서 총 465석 중에 여당인 자유민주당, 즉 자민당이 261석을 확보하면서 승리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공민당하고 정책 합의를 맺고 원래 있었던 외교 방식을 유지한다는 것에 관해서 확인했습니다. 다만 자민당 간사장이 사임했기 때문에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이 후임으로 내정됐다고 듣고 있습니다. 모테기 외무상의 후임자로서는 현재 하야시 요시마사 전 문부과학상 아니면 오노데라 이쓰노리 전 방위상이 후보자가 되는 모양입니다. 두 사람 다 외교 문제에 대해서는 온건파·비둘기파라고 평가받고 있고 영어도 잘하는 그런 후보라고 듣고 있습니다. 어떻게 되더라도 기시다 총리는 자신이 외무상 시절에 많이 고생했던, 한·일 위안부 합의를 파기했던 문재인 한국 정부를 (좋게) 평가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 많습니다. 내년 5월 한국에서 새로운 정부가 선출되기 전까지는 한일 관계에서 큰 개선이 없으리란 그런 예측이 많고요. 그리고 기시다 정권은 미·일 동맹을 중시하고 있고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을 전면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계속해서 밝히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북한 관계도 당분간 큰 진전이 없으리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기자> 9월, 10월에 단기간에 총 5차례 미사일 시험 발사를 진행한 북한이 연말까지 시험 발사를 계속하리라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 내년 초부터 외교적으로 유화 공세에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이 2018년 1월에도 외교에 관한 관심을 많이 밝혔는데 그때도 2017년 11월 29일까지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죽, ICBM 시험발사를 계속했단 말입니다. 그런 걸 생각하면 일단 내년 초부터 외교적으로 많이 과감하게 행동한다고 생각하더라도, 이번 달 말까지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계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고요. 일단 북한이 중국 초대를 거절하면서 강경적인 자세를 유지할 가능성도 있지만 일단 국내 경제가 너무나 어렵기 때문에 내년부터 외교 공세로 바뀔 가능성이 낮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자>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